부항 떴더니... 코로나 백신 효과 100배 높아졌다
[사이언스카페] 한미 연구진, DNA 백신의 항체 유도 100배 증가 확인
https://www.chosun.com/economy/science/2021/11/08/5FFRUMZOHFACTLVPFGAHU6A2AY/
피부에 유리용기를 대고 펌프로 빨아들이는 부항 치료를 하는 모습. 동물실험에서 부항이 DNA 백신의 효과를 100배나 높였다./Pixabay
한미(韓美) 연구진이 근육통을 없애는 한방치료인 부항(附缸)으로 코로나 백신의 효과를 100배나 높이는 데 성공했다. 방법도 간단하고 저렴해서 의료 인프라가 부족한 국가에서도 쉽게 사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미국 럿거스대의 하오 린 교수와 국내 진원생명과학의 최고의학책임자인 조엘 매슬로우 박사 공동 연구진은 “DNA 기반의 코로나 백신을 접종 한 뒤 부항 치료처럼 피부에 음압을 걸면 면역반응이 훨씬 강해지는 것을 동물실험으로 확인했다”고 지난 25일(현지 시각)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스’에 밝혔다.
◇DNA 코로나 백신 접종 후 부항 적용
연구진은 실험용 쥐에게 진원생명과학이 개발 중인 코로나 백신을 주사했다. 이 백신은 코로나 바이러스의 스파이크(돌기) 단백질을 만드는 DNA를 인체에 전달해 중화항체를 유도하는 원리이다. DNA 백신은 세포핵에 들어가는 반면, 현재 전 세계에서 접종 중인 미국 화이자와 모더나의 mRNA 백신은 핵 바깥쪽의 세포질에서 작용한다. 진원생명과학은 국내에서 인체 대상 임상 2a상을 진행하고 있다.
DNA 백신 접종 후 쥐의 피부에 작은 유리컵을 대고 30초 동안 펌프로 빨아들였다. 부항 치료를 하는 것과 같은 방식이다. 그 결과 백신만 주사했을 때보다 항체가 100배나 더 많이 생성됐다. 연구진은 “부항이 피부를 잡아당기고 이완시켜 세포가 바깥쪽의 입자를 더 많이 받아들이도록 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같은 부항을 연구진 피부에 직접 실험해봤지만 통증이 없었다”고 밝혔다.
쥐에게 DNA 코로나 백신을 접종한 후 1~48시간 동안 같이 전달한 형광 유전자의 발현 정도를 비교한 모습. 형광이 진할수록 DNA 백신도 더 많이 전달됐다는 의미이다. 백신 접종 후 부항 치료를 하면(아래) 백신만 주사한 경우(위)보다 인체에 백신이 더 많이 전달됐다.
◇의료 인프라 부족한 곳에 도움
코로나 바이러스의 유전자로 만든 백신은 세포막을 통과해 인체에 필요한 곳까지 전달하는 것이 관건이다. 인체가 외부에서 들어온 유전자를 이물질로 보고 분해하기 때문이다. mRNA 백신은 이를 방지하기 위해 지방입자로 감싸고 전달한다.
DNA 백신은 보통 주사기로는 세포핵 안까지 주입하기 어려워 전기충격을 함께 쓴다. 이 경우 감염이나 통증, 조직 손상이 발생할 우려가 있다. 이번 연구진은 부작용이 없는 부항으로 DNA 백신 전달율을 높인 것이다.
연구진은 이번 연구가 의료 인프라가 부족한 개발도상국의 백신 접종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mRNA 백신은 냉동 보관하지만 DNA 백신은 상온 보관이 가능할 정도로 안정성이 높다. 부항 역시 저렴하고 간편하게 적용할 수 있다고 연구진은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