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十四>
1. 진(眞), 윤(倫), 순(旬), 신(申), 진(陳)
山澗幽居意甚眞, 疎迂如我應無倫.
擱來箱帙知多日, 喜見秋風已狹旬.
初志囊空蘇季子, 愛人飾屨楚春申.
十年湖海成蝶夢, 往跡悠悠事半陳.
穀
산속개울가에 숨어사니 뜻 매우 진솔하고,
소활하기 나 같은 이는 응당히 벗도 없지.
상자 속 서책을 놓아 버린지 여러 날인데,
가을을 기쁘게 맞이한지도 이미 열흘일세.
처음 뜻한 바는 돈만 다 써버린 소진이고,
좋은 선비에게 신을 꾸민이는 춘신군이지.
십년 떠돌이 생활 헷갈리는꿈이 되었으니,
길기도 긴 지난 자취 반쯤은 묵어 버렸네.
* 소계자 : 소진(蘇秦)의 고사.
* 춘신군 : 황헐(黃歇)의 고사.
2.
六根淸淨見天眞, 弄月寒身遠俗倫.
北極有雲空悵望, 南方不雨已多旬.
風聲宛似銜枚走, 秋志疑如令甲申.
六十滄桑生懊悔, 滿箱書卷總爲陳.
艾
육근을 깨끗이해야 자연의 진리를 아느니,
달빛즐기는 빈한한 몸은 속세를 멀리했네.
북쪽 하늘에 구름있으나 공연히 바라볼뿐,
남쪽 지방에 비안온지가 몇십일이나 됐네.
바람소리는 꼭 재갈물린 말달리는 소리고,
가을 의지는 마치 법령을 펴는 것과 같네.
육십년 생활 덧없어 한탄과 늬우침뿐인데,
상자에 가득한 서책들은 모두 묵어버렸네.
* 육근(六根) : 불교에서 나온 말. 눈, 귀, 코, 혀, 몸, 생각[意]을 가리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