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12월 25일 한국을 출발해 도착한 곳은 샌프란시스코 공항. 이 곳에서 차를 렌트한 뒤 라스베가스의 레드락이란 등반지로 향했다. 우여 곡절이 많을 것이란 걸 예고라도 하듯 장장 9시간의 운전 끝에 도착했다. 미국이란 나라는 넓기도 넓다. 가도 가도 끝이 없고 가는 곳마다 물보다 싼 기름을 파는 주유소와 마크도나르도(Mc donalds) 천지다.
첫날 레드락의 지인 숙소에서 하룻밤을 보낸 뒤 바로 라스베가스에서 차로 15분 정도 거리에 있는 레드락으로 향했다.
시차 적응이 안되기도 했지만 레드락을 마주하는 순간, 내 머릿 속은 그저 걱정과 근심으로 가득찼다. 예상했던대로 곱고 날카로운 검 붉은 사암재질의 크림피한 바위였기 때문이다. 문제는 내가 한국을 떠나기 일 주일 전 네 손가락에 퇴행성 관절염 치료차 마약과도 같은 스테로이드 주사를 맞고 왔기 때문이기도 하고 기본적으로 크림피한 바위를 싫어하기도 했던 터라 첫 느낌은 그다지 좋지 않았다. 당연히 등반이 잘 될리 없다.
크라프트 볼더지역에서 유명한 루트 중하나인 Angel dyno(V7).
크라프트지역 근처의 red spring지역 - The high road(V7)
몇 일이 지나도 내가 목표하고 온 V10 완등은 근처에도 가지 못할 것만 같이 손끝이 다 터져 피가나고 아팠다.
레드락은 그 색상부터 나를 자극시키지 못했다. 사실 핑계를 대자면 등반 중 생긴 여러가지 스트레드로 인해 심리적으로 많이 힘든 상태이기도 했다.
모스벨리(Moe's valley) - H(V8)
모스벨리 - Divice ignitor left(V6) 온사이트.
레드락에서 3일 정도 시차적응이 된 상태에서 우리는 다른 곳으로 가보기로 했다. 우선 중간에 들린 모스벨리(Moe's valley). 전날에 비가 와서인지 땅이 질어 반나절도 안되어 철수했다.
바로 죠스벨리(Joe's valley)쪽으로 하루밤을 꼬박새워 이동했으나 눈이 이미 엄청나게 내린 상태여서 우린 또 다시 다른 곳으로 이동 했다. 눈이 내릴 것이란 예고도 아니고 이미 내린 상태였는데 왜 모르고 거기까지 갔냐면 나도 할말이 없다. 그냥 이런 등반도 있구나 많이 배웠다고 말 할 수 밖에는 없는 경험이었다.
모압(Moab)의 Big bend 지역 - Circus trick(V5)
또 한 대여섯 시간을 달려서 도착한 곳은 인디언크릭과 유명한 아치월 그리고 기둥처험 생긴 타워들이 많은 Moab이었다.
일행 중 일부는 모압의 유명한 타워를 트레드로 등반하기를 원했고 나는 처음 부터 쭉 볼더링 외엔 관심이 가질 않았기에 몇명의 친구들과 이곳에서 가장 유명한 빅벤드(Big bend)라는 곳으로 향했다. 물론 내 눈에 띄는 대상지나 스포츠루트가 있었다면 나도 자일을 걸었을지도 모른다. 여하튼, 장거리 이동에 따른 피로누적 때문인지 이곳의 빅벤드라는 볼더지역에서 그리 많은 등반은 할 수 가 없었다. 빅벤드는 그 규모에 비해 알차게 문제들이 있었던 좋은 곳으로 기억이 되는데 컨디션 난조로 많이 붙어 보지 못하고 온 것이 아쉽기만하다.
다시 돌아온 레드락 크라프트볼더 - Slopey travers(V6). flashed.
예견 되지 못한 스케쥴 난조로 결국 난 비숍의 바위를 만져보지 못했다. 일행과 떨어져 비숍에 혼자라도 가려고 했으나 남은 7일의
일정동안 단 하루를 빼고는 모든 날이 눈과 비 소식이었기 때문에 포기 할 수 밖에 없었다. 정말 혼자라도 비숍에 가보리라 마음먹고 여기저기 렌트카니
숙소니 알아보기 까지 했으나 현실적으로 어쩔 수가 없었다. ㅎㅎ
어쨋든 우리는 다시. 레.드.락에 도착했다.
레드락. 나와 무슨 큰 악연은 없다만, 난 그냥 이 푸석푸석 부스러지는 날카로운 검 붉은 바위가 싫다. 어서 빨리 라스베가스를 떠나고만 싶었다.
"라스베가스를 떠나며"라는 영화제목이 뜬금 없이 떠오르는 나날이었다.
크라프트볼더지역 - Tummy's problem(V9)
다시 돌아온 레드락에서는 그 동안 의도치 않게 원 없이 푹 쉰 덕인지는 모르나 손상태가 많이 좋아서 계획한 V10까지는 못 미치나 하루만에 V9급 두개를 완등하는 기염을 토한다.
Monkey bar direct right(V9).
몽키바 다이렉트(오른쪽출발)을 하고 있는데 주변에 클라이머들이 한둘 모여든다.
이런 저런 얘기를 하다보니 여기 있는 한 아줌마?가 얼마 전 콜로라도 듀랑고에서 있었던 드라이툴링대회(신윤선선수가 1위를 했던) 심판이란다.
아~ 그러냐며. "반갑다. 나도 신윤선선수와 볼더링도 같이하고 좀 아는 사이다" 그리고 3위를 했던 이머라는 아일랜드 친구와도 친구사이다 뭐 이런 저런 얘기를 하고. 어디서 왔냐고 물으니 몬태나에서 왔단다. 그래서 내가 아 그럼 혹시 브랜든 스미스라는 친구도 내 친한 친구인데 혹시 아느냐 했더니 깜짝 놀라며 같은 암장에서 일하는 식구란다. ㅎㅎ 참 세상 좁다. 특히 클라이밍세계는.
The pearl(V5).
그간 이런 저런 이유로 제대로 등반을 못했기에 울산에서 온 라온클라이밍 센터장 원률이와 고릴라클라이밍 센터장인 나, 우리 둘에게 야볼은 기본이었다.
일정의 중반을 넘어가자 이젠 나와 원률 그리고 태영 이렇게 세명의 볼더팀과 멀티등반을 하는 팀 이렇게 둘로 자연스레 양분되었다.
어쩔 수 없는 상황, 어쩔 수 없는 자연 스러운 절차라고 밖에 설명 못하겠다.
다음 일정은 따뜻한 남쪽 조슈아트리(Joshua tree)로 가기로 하고 우린 라스베가스를 떠난다. 드디어.
원률이는 라스베가서의 레드락이 좋았던지 다음에 또 온단다. 그냥 비숍가자. 원률아.
조슈아트리 볼더링투어 이야기는 Gorilla's USA bouldering trip. 02에서 계속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