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 역사에 등장하는 위인들은 남다른 사람들이다. 많은 어려움을 극복하는 투지와 결단력, 그리고 윤리성을 두루 갖추면서 탁월한 능력으로 난국을 타개해나가는 것이 그런 위인들의 전형이다. 한국의 위인은 한발 더 나아가 별이 나타나 탄생을 알려주거나 알에서 태어나는 등 비범함을 보여준다.
그런데 비해서 성서에 등장하는 영웅들은 극히 소시민적임을 알 수 있다. 태어날 때부터 범상치 않았던 삼손 조차도 본인의 소명을 망각하고 허랑방탕한 생활로 생을 마감한다. 유대인들이 가장 숭앙하는 아브라함과 모세 및 엘리야만 보아도 그렇다. 믿음의 조상 아브라함은 마누라를 팔아 큰 이득을 취한다. 그것도 두번씩이나. 모세도 왕궁에서 40년을 보낸 후에 민족을 구한답시고 살인을 저지른다. 최고의 선지자로 통하는 엘리야도 이세벨의 복수 천명에 겁을 잔뜩 집어먹고 하나님께 죽여주시기를 간구한다.
성서는 왜 믿음의 위인들에 대해 그리도 인색하게, 그리고 적나라하게 표현하고 있을까?
그것은 첫째로, 믿음의 위인들도 우리와 똑같은 성정을 가진 유한한 인간임을 확실히 하기 위해서이다. 그럼으로써 독자들로 하여금 성서의 모든 내용에 독자, 즉 '나'를 대입하여 투영할 수 있게 한다. 오늘의 아브라함은 바로 '당신',즉 독자인 나라고 말하는 것이다. 둘째로, 위인 숭배를 근본적으로 차단한다. 모든 인간은 흠에서 자유로울 수 없으며, 궁극적으로 하나님이 함께 하시지 않으면 그 어떤 위인도 완전할 수 없음을 알려준다. 그러므로 최종적으로 영광을 받으실 분은 오직 하나님 뿐임을 고지하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