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가 왜 거기서 나와!
얼마 전 세면대 온수가 잘 나오지 않는다는 민원이 들어왔습니다.
물이 안 나온다는 건지, 물은 나오는데 따뜻하지 않다는 건지..
일단, 출동!
확인 결과 둘 다였습니다.
찬물만 쫄쫄쫄.
쫄쫄쫄은 그나마 용서가 되지만
이 계절에 온수가 나오지 않는다는 것은 용서가 안 되죠.
일정 정도 세기 이상으로 틀어야 보일러가 감지 되고 작동을 시작하게 돼있죠.
그래서 겨울철 동파 방지를 위해 한 방울씩 물이 떨어지게 틀어 놓는 경우
보일러는 켜지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원인이 뭘까?’ 짱구를 돌려 봅니다.
일단 싱크대 온수 상태 확인해 봅니다.
문제가 없네요.
그렇다면 보일러는 용의 선상에서 제외.
그 다음 의심해 볼 수 있는 게, 세면대 수전의 호스와 벽 배관 사이에 있는 앵글 벨브입니다.
간혹 이게 충분히 열려 있지 않을 때가 있죠.
이것도 이상 無.
수도 계량기 옆에 붙어 있는 벨브를 잠그고 앵글 벨브를 분해해 봤습니다.
벨브 안에 패킹이 늘어 붙어 물 흐름을 방해 할 수도 있기 때문이죠.
원인이 발견 되었습니다.
이음부에 저런 구조물이 있는데 그 틈에 모래알이 박혀있네요.
(빈틈 없이 막혀 있던 이물질을 제거하다 중간에 찍은 사진)
이 모래알을 제거하고 다시 연결하니 물도 시원하게 나오고
보일러도 작동되었다는 아름다운 얘기입니다.
근데 얘는 무슨 역할을 하는 걸까요?
가끔 수돗물의 온도를 적당히 조정하기 위해 수전 레버를
온수쪽, 또는 냉수쪽으로 돌릴 일이 있죠.
그 때 갑자기 너무 찬물만 나오거나 뜨거운 물만 나와 놀랄 때가 있습니다.
다들 이런 경험 한 번쯤 해 봤잖아요.
이런 현상이 생기는 이유는 냉수와 온수의 수압이 다를 때 생깁니다.
예컨대 냉수압이 더 센 경우 주둥이로 나와야 할 냉수의 일부가
온수쪽으로 역류하게 되어 온수의 방출을 방해하는 거죠.
‘역류방지밸브(역류방지패킹)’이 이를 막아 줍니다.
요즘 나오는 조금 좋은 수전엔 기본적으로 달려 있습니다.
본인의 집에 이런 현상이 심하다면
인터넷에서 1,500원 안팎으로 구입하실 수 있습니다.
(냉·온수 2개를 세트로 구입하셔야 겠죠.)
수도의 원활한 흐름을 방해하는 건 여기에만 있는 건 아닙니다.
대부분의 수전 끝(노즐) 물 나오는 부분에 캡이 쉬어져 있습니다.
어려운 말로 ‘토수구 포말캡’이라 합니다.
사진에 보이는 스패너라는 공구를 이용하면 분리가 됩니다.
수전을 오래 사용했거나, 상수도 설비공사를 했거나(심지어 옆 집에서 공사를 한 경우에도),
보일러 수리를 했다면 한 번쯤 분해해 상태를 확인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십중팔구 이물질이 끼어 있을 겁니다.
다소 불필요해 보이는 이 포말캡은 이물질 여과기능이라기 보다는
물이 예쁘게 나오게 하는 목적이 더 큰 것 같습니다.
<포말캡을 씌운(오른쪽) 물 흐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