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약궤 안에 들어있는 물건들
궤(언약궤, 법궤, 증거궤) 안에는 두 돌판(율법판, 증거판) 외에도 만나를 담은 금항아리와 모세의 지팡이도 들어있었다는 표현이 있습니다. 히브리서9:4에 “금 향로와 사면을 금으로 싼 언약궤가 있고 그 안에 만나를 담은 금 항아리와 아론의 싹난 지팡이와 언약의 돌판들이 있고”라고 했습니다. 언약궤 안에는 만나 담음 금항아리와 아론의 싹난 지팡이와 언약의 두 돌판이 있다고 한 것입니다. 그러나 열왕기상8:9에 “그 궤 안에는 두 돌판 외에 아무것도 없으니 이것은 이스라엘 자손이 애굽 땅에서 나온 후 여호와께서 저희와 언약을 맺으실 때에 모세가 호렙에서 그 안에 넣은 것이더라”고 했습니다 (대하5:10). 언약궤가 솔로몬 성전에 안치될 당시 궤 안에는 두 돌판 외에는 아무 것도 없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은 언약궤 안에 모세 때에는 3종류의 물건이 들어있었는데 2종류는 분실되고 솔로몬왕 때에는 1종류만 남아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학자들 가운데는 사울왕 때 이스라엘이 언약궤를 블레셋 빼앗겼는데 (삼상4:11,17) 그 때 2종류는 분실하고 1종유만 남게 되었다고 주장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설득력이 없습니다. 이스라엘이 언약궤를 블레셋에 빼앗겼을 때 하나님은 언약궤를 스스로 지켰습니다. 언약궤가 이동되는 곳마다 재앙을 내려서 유다로 돌아오게 했고 유다의 벧세메스 사람들은 그 언약궤 뚜껑을 열어보았다가 70명이 죽임을 당했습니다 (삼상5:1-8, 6:19). 그런 분위기를 보면 하나님이 블레셋에서 2종류나 잃어버리도록 내버려 두었다는 것은 오히려 이해하기 힘듭니다.
그래서 언약궤 안에는 처음부터 1종류인 두 율법판만 들어있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분명히 율법판은 하나님이 언약궤 안에 넣으라고 하셨고 모세는 하나님의 지시를 따라 언약궤 안에 넣었습니다. 출애굽기40:20에 “그는 또 증거판을 궤 속에 넣고 채를 궤에 꿰고 속죄소를 궤 위에 두고”라고 했고, 신명기10:5에도 “내가 돌이켜 산에서 내려와서 여호와께서 내게 명령하신 대로 그 판을 내가 만든 궤에 넣었더니 지금까지 있느니라”고 했습니다. 하지만 만나 담은 금항아리와 아론의 싹난 지팡이는 처음부터 언약궤 안에 두라고 하지 않고 앞에 두라고 했습니다. 출애굽기16:33-34에 “또 모세가 아론에게 이르되 항아리를 가져다가 그 속에 만나 한 오멜을 담아 여호와 앞에 두어 너희 대대로 간수하라. 아론이 여호와께서 모세에게 명령하신 대로 그것을 증거판 앞에 두어 간수하게 하였고”라고 했고, 민수기17:10-11에 “여호와께서 또 모세에게 이르시되 아론의 지팡이는 증거궤 앞으로 도로 가져다가 거기 간직하여 반역한 자에 대한 표징이 되게 하여 그들로 내게 대한 원망을 그치고 죽지 않게 할지니라. 모세가 곧 그 같이 하되 여호와께서 자기에게 명령하신 대로 하였더라”고 했습니다.
그렇다면 히브리서는 왜 3종류가 있었다고 한 것인지 의문이 남습니다. 그것은 히브리서의 목적에서 보아야 합니다. 히브리서의 목적은 역사적 사실을 기록하는데 있지 않고 구약의 율법과 제도와 성전이 예수 그리스도를 예언한 것이라는 구속사적 해석을 하는데 있었습니다. 그래서 언약궤와 관련하여 하나님이 보관하게 했던 물건들이 무엇이었는지에 주목하게 하고 그것들이 무엇을 예표하는지에 대해 관심을 갖게 한 것입니다. 히브리서 저자의 의도로 보면 그것들이 언약궤 안에 있었는지 밖에 있었는지를 아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고 3종류의 물건들이 언약궤와 관련되어 무엇을 예표하고 있는 것인지를 아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것들은 당연히 예수 그리스도를 예표하는 바, 예수 그리스도의 직분(왕, 제사장, 선지자)과 관련된 표호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