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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앙마이의 대중교통 수단 빨간 썽태우
숙소 근처에서 아침을 먹고 배낭을 꾸려 빠이로 가는 차를 타기 위해 일단 빠뚜 타페 광장으로 나온다. 썽태우를 타고 아케이드 터미널로 가기 위해 근처에 있는 빨간색 썽태우 기사에게 터미널까지 얼마냐고 물으니 100B를 달란다. 버스정류장으로 가 지나가는 빨간색 썽태우를 세워 “아케이드터미널?”을 외친다. 서울 시내에서 택시 타던 생각이 난다. 빨간색 썽태우는 시내버스가 드문 치앙마이에서 대중교통 역할을 하기 때문에 썽태우를 탄 승객과 같은 방향이면 값싸게 이용할 수 있는 교통수단이다. 다행히 3번 만에 아케이드터미널로 가는 썽태우를 탄다.(50B)
치앙마이 아케이드 터미널1<장거리버스용>
치앙마이 아케이드 터미널2<근거리버스용>
치앙마이 아케이드 터미널3<미니버스 전용>
터미널에 내려 빠이가는 버스표를 사기 위해 매표소로 가 보니 “Pai”라고 쓰여진 매표소가 보이지 않는다. 터미널 내에 있는 안내소에 가서 물으니 아저씨가 길 건너에 있는 다른 터미널을 가르쳐 준다. 그 터미널에도 매표소가 안 보여 매표소 직원에게 물으니 뒤편에 있는 미니버스 매표소로 가란다. 어렵게 찾아간 매표소로 가 빠이 행 버스표(150B)를 사고 나니 매표소 여직원이 빠이까지 3시간 걸리며 앞에 있는 의자에 앉아 기다리라고 한다. 버스표에 출발시간이 9시라 15분 쯤 여유가 있어 화장실(3B)을 다녀오고 물도 한 병 산다. 그런데 9시 10분이 넘어도 매표소 여직원은 그 자리에 앉아 있다. 내가 잘못 알아들은 건가? 싶어 다시 매표소 여직원에게 갔더니 기다리라고 한다. 9시 20분이 되자 여직원이 나와 미니버스 승차장으로 안내하는데 승차장에 빠이 행 버스가 없어 10분 정도 더 기다린 끝에 미니버스에 오른다.
빠이 행 미니버스
내 좌석은 맨 뒷자리다. 아마 내가 이 미니버스 승차권을 마지막으로 산 것 같다. 1시간 간격으로 운행하기에 조금 늦었으면 1시간을 더 기다릴 뻔 했다는 생각도 잠시 뒷자리는 다리를 펴지 못할 정도로 좁다. 옆에 앉은 키가 커 다리도 긴 서양인 2명은 아예 복도 쪽으로 비스듬하게 앉아 있는 걸 보니 한국인 표준 키를 가진 내가 그나마 다행이란 생각이 든다.
치앙마이에서 빠이 가는 길
치앙마이 도심을 한 시간 정도 달린 후 버스는 산길로 접어드는데 구불구불 돌아가는 커브가 장난이 아니고 일부 구간은 경사도 대단하다. 버스가 시속 4~50km로 비교적 천천히 달리는데도 맨 뒷좌석에 앉은 우리는 커브를 돌 때마다 몸이 좌우로 몹시 쏠린다. 어제 저녁 숙소 주인에게 빠이 간다고 했을 때 멀미약을 먹으란 말을 들었는데 배 멀미 조차 하지 않는 난 멀미약을 먹지 않았지만 그 말을 실감할 수 있다. 다른 승객들을 보니 멀미약에 취했는지 버스가 출발한지 얼마 안 돼서부터 자고 있다.
휴게소
산길로 접어든지 30분 쯤 지나자 휴게소에서 정차해 운전기사가 10분 쉬어간다고 한다. 간단한 먹을거리와 음료수, 과일 그리고 산채나물 등을 파는 가게와 화장실 등이 구비되어 있는 작은 휴게소인데 이 고개를 오가는 미니버스들은 모두 이곳에서 쉬어 가는지 미니버스가 많이 보인다. 버스에서 내려 간단한 체조로 몸을 풀고 나니 살만 하다. 아직도 두 시간 정도 더 가야 하는데.
급 커브 연속의 빠이 가는 길
급 커브 연속의 빠이 가는 길
치앙마이에서 빠이로 가는 산길은 762개의 커브를 지나가야 하는 험한 길이지만, 역설적으로 아름답기도 하다. 그러나 커브가 심해 도저히 풍경사진을 찍을 수 없다. 어떤 사람은 죽음의 커브 길을 지나야 아름다운 빠이를 만날 수 있다고 하지만 난 차창 밖에 펼쳐지는 풍경을 즐기며 지루함을 잊는다. 힘겹게 고갯길을 오른 버스는 이제 내리막길로 접어드는데 내리막길도 오르막길과 마찬가지로 심한 커브와 급한 경사길이다. 버스 차창으로 보니 이 고갯길 중간 중간에 폭포와 온천이 있다는 이정표가 보인다. 꽤 큰 마을에서 한 번 정차해 승객을 내리고 태우더니 다시 출발한 버스는 치앙마이를 출발한지 3시간이 좀 더 걸린 12시 40분 경 빠이 버스터미널에 도착한다.
빠이 시내 지도
Palm G.H
버스 터미널에 내려 터미널 앞 식당에서 간단히 점심식사를 하고 게스트하우스를 찾아 나선다. 그런데 아무리 걸어가도 경찰서도 내가 찾는 Pichai G.H는 보이지 않는다. 빠이 병원 앞에서 만난 젊은이에게 지도를 보여주며 빠이 경찰서 위치를 물으니 다시 버스터미널로 돌아가 사거리에서 우측으로 1km 쯤 가면 경찰서가 우측에 있단다. 내가 점심을 먹고 나오면서 방향을 잘못 잡은 것이다. 뜨거운 햇볕이 내리쬐는 도로를 2km나 걷자니 땀이 비오듯 흐른다. 젊은이 말대로 찾아간 경찰서 앞에 Pichai G.H가 있는데 빈 방이 없단다. 할 수없이 내가 예비로 찜해뒀던 Palm G.H를 찾아 터미널 쪽으로 올라온다. 야시장이 열리는 도로 뒷골목에 자리 잡은 Palm G.H는 나무가 많이 심겨져 있어 마치 숲 속에 들어와 있는 것처럼 아늑한 느낌을 준다. 빠이에서 버스를 내린지 1시간 반 만에 배낭을 내려놓고 샤워를 한다.
빠이의 전원 풍경
빠이(Pai)는 태국 북부 매홍손 주에 속해 있는 약 3천 여 명이 살고 있는 한적한 시골마을이다. 이런 시골 마을이 전 세계에서 여행객들을 불러들이고 있다. 무엇이 빠이(Pai)를 이렇게 만들었을까 너무나 궁금하다. 이곳에 가기 전 어떤 사람들은 예술가들의 마을이라 했고 또 어떤 사람들은 히피와 배낭 여행자들의 안식처라고 했다. 배낭여행자들에게 인기있는 이 산골마을은 묘하게 사람을 잡아끄는 매력이 있다. 화려한 볼거리나 유적지가 있는 곳은 아니지만 아기자기한 매력이 있는 산골 마을이다.
현지인보다 외국인이 더 많은 빠이
빠이(Pai)가 줄 수 있는 최고의 선물은 일상에 지쳐 있는 자신의 심신에 ‘아무것도 하지 않는 자유’를 주는 것으로 강이 마을을 유유히 흐르며 오염되지 않은 자연 풍경에 둘러싸여 있는 빠이(Pai)에는 잠시 머물렀다 떠나려고 왔던 여행자들이 한 달, 두 달 심지어는 몇 달씩 떠나지 못하고 머물고 있는 장기 여행자들이 많이 있다고 한다. 특히 태국의 겨울인 건기(11월~2월)에 접어들면 여행객들뿐 만 아니라 서늘하고 쌀쌀한 기후를 경험해 보려는 태국인들까지 빠이로 불러 모은다고 한다.
왓 깡 입구
왓 깡의 쩨디
잠시 휴식을 취한 뒤 G.H를 나와 시내 구경을 나간다. 숙소에서 소위 Walking Street라고 하는 차이 쏭크람(Chai Songkhram) 거리로 나오니 사거리 우측에 왓 깡(Wat Klang)이란 사원이 보인다. 언뜻 보기에 입구부터 미얀마 풍 사원의 느낌이 난다. 목조로 지은 사원 정문 좌우를 우리나라 사천왕상보다는 덜 무섭게 생긴 도깨비 상이 지키고 있다. 사원 안에 있는 황금색으로 뒤덮힌 불탑(쩨디)은 태국 다른 곳에서 보던 모습과 달리 미얀마에서 본 불탑 양식이라 빠이라는 곳이 미얀마 국경에서 멀지 않은 곳임을 알려 준다.
대나무 다리
대나무 다리에서, 다리 끝에 있는 일본 여자 애들
이 사원을 나와 골목을 따라 뒤쪽으로 가니 대나무를 엮어 만든 다리(Bamboo Bridge가 나타나고 20대로 보이는 젊은 여자 애들이 다리 위에서 즐거워하며 갖가지 포즈로 사진을 찍고 있다. 대나무 다리 건너편에 보이는 풍경을 구경하기 위해 다리를 건너는데 이 여자들 대나무 다리를 마구 흔들며 이야기하는 걸 들어보니 일본 여자들이다. 다리가 아래 위로 흔들려 다리 위를 걷기가 어려워 그 여자들에게 일본말로 “이렇게 다리를 흔들면 대나무로 된 다리가 수명이 단축된다.”고 하니 미안하다는 말도 없이 입 만 삐쭉거린다. 일본인들은 남에게 폐를 끼치지 말라고 가르치는데 그것도 옛날이야기인가 보다.
대나무다리 건너 편 농촌 풍경
젊은이들이 물고기 잡던 웅덩이
대나무 다리 건너에는 푸른 하늘 아래로 풀을 뜯는 소와 염소, 잡초가 듬성듬성 나 있는 밭, 그리고 농가 앞마당에서 졸고 있는 개 등 한가로운 농촌 풍경이 펼쳐지고 개울 옆 웅덩이에서는 이곳 젊은이들이 웅덩이에 난 풀을 훑으며 고기를 잡고 있어 내 어릴 적 고향에서 놀던 추억이 새롭다.
하교하는 학생들
체조하는 학생들
학교 앞에서 군것질하는 아이들
대나무 다리를 다시 건너와 골목으로 들어갔더니 학생들이 삼삼오오 골목을 걸어 나오고 있다. 골목 안쪽에 학교가 있는데 허름해 보이는 학교 건물에서 크고 작은 학생들이 쏟아져 나오고 학교 앞 골목에는 학부모들이 오토바이를 타고와 하교하는 자녀들을 기다리고 있다.이 곳 학생들을 보니 빠이가 작은 시골 마을이라 그런지 초중고등학교가 같이 있는 것 같다. 비교적 최근에 지어진 것 같은 학교 강당에는 몇몇 학생들이 선생님을 따라 체조를 하고 있고 강당 앞 노점에선 초등학생으로 보이는 아이들이 군것질을 하고 있어 내 초등학교(당시엔 초등학교) 시절 생각이 나게 한다.
모스크 입구
모스크 전경
기도하러 모스크로 들어가는 무슬림
골목을 나와 다시 차이 쏭크람(Chai Songkhram) 거리로 나와 가게들을 구경하며 어슬렁거리다 보니 우측에 모스크(AL-ISRAA MASJID, 明德淸眞寺)가 보인다. 이곳에 회교 사원인 모스크가 있을 줄은 생각도 못했는데. 모스크 안으로 들어가 보니 흰색 빵모자에 원피스처럼 다리까지 길게 늘어진 흰색 옷을 입은 남자들이 예배시간이 가까워졌는지 수돗가로 모여들어 손과 발을 씻고 있고 규모가 크지 않은 모스크 안에는 열 명은 족히 넘어 보이는 이슬람 신도들이 예배를 준비하고 있다.
버스터미널 근처 빠이 거리
낮에는 한가한 빠이 거리
'I LOVE PAI'라는 문장을 이야기하는 그림
거리엔 온통 음식점, 여행사, 까페 등 여행객들을 위한 가게로 가득 차 있는데 손님들은 별로 보이지 않는다. 대신 그림이나 사진으로 만든 엽서를 파는 곳이 다른 곳보다 많다. 그림을 파는 가게 앞을 어슬렁거리는데 어디서 본 듯한 그림이 보인다. 이곳에 오기 전 블로그에서 봤던 그림으로 빠이를 상징하는 그림 중 하나다. 산을 구불구불 감싸고 있는 762 고개, 하루에 단 한번 뜨는 경비행기 그리고 히피 남자와 태국 처녀가 손을 잡고 있는 그림은'I LOVE PAI'라는 문장을 이야기하는 그림이다. 작은 강이 흐르고 작은 산이 있고 히피들이 언제부터 이곳에 모였는지 모르지만 치앙마이와 매홍손 사이에 있는 이 작은 마을은 배낭여행을 하는 히피들이 모여들기 시작하고 드라마에 나오면서 유명해지기 시작했고 그들은 이 마을에서 빈둥거리며 마을 곳곳을 그림에 담기도 하고 엽서를 만들어 팔기도 하며 긴 여행의 안부를 전하기 위해 집으로 엽서를 띄우기 시작했다고 한다.
왓 빠깜 입구
왓 빠깜 대법당
왓 빠깜 쩨디
온 몸이 붉은 입불상
중요한 물건이 들었나?
뭣 하는 여인인고?
아까 들렀던 왓 깡(Wat Klang)에서 150m 쯤 더 걸어가니 왓 빠캄(Wat Pha Kham)이란 사원이 보인다. 은처럼 보이는 장식이 화려한 목조로 만든 정문을 왓 깡과 달리 금빛 사자상이 지키고 있다. 사원 안으로 들어서면 티크나무로 지어 은처럼 보이는 장식을 한 8층 대법당이 있는데 아무리 주위를 둘러봐도 승려들은 보이지 않는다. 대법당 뒤로 돌아가면 왓 깡과 비슷한 미얀마 식 황금색 쩨디(불탑)들이 보인다. 그 옆 작은 개방식 법당 안에는 피부색과 가사가 온통 붉은 입불상이 황금 천을 두르고 서 있고 또 다른 작은 법당 안에는 황금빛 좌불상을 모셔 놓았는데 철창이 둘러져 있다. 이 사원은 왓 깡 보다 더 미얀마 색체가 짙어 보인다.
대나무 다리
빠이 강 양쪽 언덕에 있는 관광객 숙소와 휴식을 즐기는 사람들
빠이 강에서 튜빙을 즐기는 사람들
왓 빠캄을 나와 조금 더 가니 도로 좌우에는 리조트 형 숙박시설과 까페가 즐비하고 물소리도 들린다. 길 끝에는 강을 가로지르는 대나무 다리가 있고 강을 중심으로 양편으로는 방갈로 형태의 숙박시설과 야외 까페가 있어 여행객들이 강을 바라보며 한가로운 시간을 보내고 있고 제법 수량이 많아 보이는 강에는 튜빙(Tubing)을 즐기는 사람들이 보인다. 참으로 여유로운 모습이다.
빠이의 야시장 거리
빠이의 야시장 거리
야시장을 지키는 경찰관들
어둠이 깔리기 시작하는 빠이 거리엔 낮보다 많은 사람들과 갖가지 물건을 파는 노점들, 먹거리를 파는 노점들로 붐빈다. 빠이의 야시장은 버스터미널을 중심으로 차이 쏭크람(Chai Songkhram) 거리 좌우로 300m정도와 군청 앞 랑 씨야논(Rang Siyanon)거리 300m 정도에서 펼쳐지는데 거리를 오가며 야시장을 즐기는 사람들은 온통 외국인(서양인)들 뿐이다. 정복을 입은 경찰관들이 거리에 상주하며 순찰하는 모습 외에는 태국의 다른 야시장과 특별히 달라 보이지 않는다. 빠이(Pai)는 두 얼굴을 가지고 있다. 한 낮에는 너무나 한가로워 이곳이 배낭여행자들의 고향이 맞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이다. 문이 굳게 닫힌 읍내의 가게들이 많이 눈에 뜨이지만 해가 뉘엿뉘엿 저물어 갈 때 즈음부터 빠이(Pai) 읍내의 거리들은 활기를 띠기 시작한다. 해가 뉘엿뉘엿 저물어 갈 무렵 읍내의 짧은 거리에는 야시장이 펼쳐지며 워킹 스트리트(Walking street)이 형성된다. 여기에는 다양한 먹거리들뿐 아니라 다양한 예술품들 그리고 예쁜 수공예품들을 판매한다.
빠이 근교 리수족 마을<펌>
빠이(Pai)에서는 때 묻지 않은 자연을 여행할 수 있는데 빠이 캐년(Pai Canyon), 타빠이 철교(Memorial Bridge), 머뺑 폭포(Mo Paeng Waterfall), 타빠이 온천(Tha Pai Hot Springs) 그리고 작은 규모의 사원들, 주변에 살고 있는 고산족 마을들의 트레킹과 빠이 강의 래프팅을 즐길 수 있다고 한다. 빠이(Pai)를 여행하는 좋은 방법은 낮에는 오토바이를 렌트하여 주변을 돌아본 후 저녁에는 워킹 스트리트(Walking street)의 야시장을 돌아보며 다양한 먹거리를 맛보며 구경하는 것인데 오토바이 타는 법을 배우지 못한 것이 여행 내내 아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