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저 괴물나라의 괴물은 엄마일 수도
- 『괴물들이 사는 나라』를 읽고
모리스 샌닥
2025년 5월 7일 14기 최윤미
어떤 것도 무서울 것이 없었던 질풍노도의 사춘기 시절 입버릇처럼 내뱉곤 했던 말이 있었다. 마지막 책장을 덮고 나니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떠올랐던 글귀. 집 나가면 고생! 포근하게 내 몸 하나 뉘일 수 있는 공간과 갓 지은 따끈한 엄마의 밥이 항상 기다리고 있는 집을 되도 않는 억하심정에 내 발로 나가는 것만큼 어리석은 일이 또 있을까 생각했던 내 모습이 오버랩 되어 떠올랐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엄마가 된 지금, 책장을 한 장 한 장 넘기면서 책 속에서 읽혀지는 엄마의 마음과 아이의 마음이 서로 교차해 보여지는 듯 했다. 뭐, 샅샅이 둘러보면 아이한테 큰소리 한 번 내지 않고 키우는 천사 같은 엄마들도 있겠지만, 엄마라는 자리가 여전히 서툰 나는 책 속에 등장하는 엄마처럼 아이들이 말을 안 들었을 때 훈육을 핑계로 생각하는 의자에 앉히거나 방 안에 들어가지 않겠다는 아이를 억지로 방 안에 들여보냈던 적이 있었다. 그래도 적어도 최소한의 배려라는 차원에서 불은 끄지 않았다는 핑계 아닌 핑계를 대본다. 그리고 문득 그 때 아이의 마음은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해봤다.
아직도 불 꺼진 방 안에 혼자 들어가는 걸 무서워하는 아이에게, 그 아이가 더 어린 꼬마였을 때 엄마의 불호령에 마주할 수 밖에 없었던 방 안의 공기는 그야말로 절망이자 공포였을 거다. 이 책의 작가도 많고 많은 상상의 나라에서 하필 괴물들이 사는 나라를 선택했던 건, 참으로 무서웠을 아이의 마음을 대변해주고 싶었던 게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을 해봤다. 그런데 다행히도 책 속에 등장하는 괴물들의 모습은 으레 상상되는 괴기하고 무서운 모습이 아닌, 어쩐지 친근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묘하게 우스꽝스럽기까지했다. 마치 ‘난 널 해치지 않아’라고 말해주는 것처럼. 어딘지 모르게 친근한 느낌이 드는 괴물들의 모습은 여전히 여기는 집이고, 따뜻한 엄마의 품이라는 최소한의 안전장치를 의미하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무섭지만 무섭지만은 않은 그런 공간.
마지막 페이지를 넘기면서 피식 웃음이 나왔던 까닭은, 괴물들이 사는 나라에서 돌아온 아이의 방에 놓여져 있던 여전히 따뜻한 엄마의 음식. 생각하기 나름이겠지만, 화는 나지만 또 누그러졌을 엄마의 마음이 읽혀지기도 하면서도 엄마의 모습은 온데간데 보이지 않고, 이제 나오라는 소리도 없이 덩그라니 방 안에 음식만 놓아둔 걸 보아하니, 아직 엄마의 화는 덜 풀린 모양이구나 하는 생각에 웃음이 나온 게 아닌가 싶다.
아이로서, 그리고 엄마로서 누구나 한번쯤 겪어봤을 법 하는 경험을 이 한 권의 그림책 안에 다 녹여 놓은 것 같은 느낌이었다.
첫댓글 14기 첫 감상글의 포문을 열어주신 우리 윤미님^^ 일정으로 정신없으셨을텐데도 이렇게 멋진 글을 적어주시다니...ㅠㅠ 내일 더 감사한 마음으로 함께 읽어보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