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관습] 장례 관련 '일포', '국수 먹는 날'
예식장 풍경을 쓰다 보니 장례식 문화도 만만치 않습니다. 같은 나라지만 정말 문화의 다양성을 느낄 수 있는 공간이 제주입니다.
제주에서도 장례식에 여러 번 참석했습니다.
가장 신기했던 건 '일포'라고 식사하는 날이 따로 있다는 거죠.
육지에서는 보통 부음을 듣고 나면 시간적 여유가 되는 사람들은 그날 밤이라도 조문을 갑니다. 그런데 여기 제주에서는 그러면 안 됩니다.
그러면 상주 분들이 당황합니다. 당... 황 하셨어요?
저희 남편도 부음을 듣고 첫 날 찾아갔다가 일포날도 아닌데 왜 왔냐는 말을 들었었죠.
아직 음식 준비가 안 되었는데 손님이 찾아오면 안 되는 거죠. 그러니 식사날을 확인하고 가야 결례가 안 됩니다.
그리고 식사 날에도 시간을 지켜서 갑니다. 예를 들면 5시부터는 직장동료들 식사, 7시에는 학교 친구들 식사. 이런 식으로 팀별 모임별
소속별로 시간이 예정되어 있습니다. 그러니까 자신이 어느 시간대에 가야 하는지를 확인하고 같은 소속끼리 찾아가는 것이 좋습니다.
제 직장에서는 6시에 가기로 약속을 해 놨습니다. 그러면 직장 사람들은 6시까지 알아서 장례식장으로 헤쳐 모입니다. 직장 사람들은 먼저
도착했어도 들어가지 않고 기다립니다. 로비에 앉아 기다리다가 시간이 되니까 '자 이제 가자.'이렇게 말하더군요.
저에겐 참 낯선 모습이었습니다.
그리고 식사를 하는데 제 직장 상사분이 저에게 주의를 줍니다.
서울에서처럼 부의금을 함에 넣으면 절대 안 된다고.
부의금에 넣지 않고 자신이 인사하러 온 상주한테 직접 줘야 한다는 거죠. 그게 제주 예의입니다.
육지에서는 부의함을 앞에 놓고 부의금만 챙겨서 기록하는 사람들도 따로 있는데, 여긴 그럴 필요가 없습니다. 다 각자 계산하니까요. 제가
둘째 상주쪽 손님이면 둘째상주에게만 인사를 드리는 겁니다.
음식도 참 새로웠죠. 서울에서 자주 보던 장례식 식사메뉴는 육개장이 단연 많습니다.
그런데 여기서는 참 다양합니다. 미역국도 먹었고 서귀포에서는 국수도 나옵니다. (서울에서 국수가 장례식장에 나오면 어떨지 웃음이
나오는군요)
그리고 서로 충돌하는 조문문화.
식사자리에서 도민 분들이 말씀하신 에피소드.
아들 친구들이 서울에서 조문을 온다고 연락이 왔는데 아무리 기다려도 오지 않더랍니다. 아니 식사준비는 다 해놨는데 왜 안오냐며 투덜거리다가
해산했는데(여기서는 밤새우는 문화가 아니고 각자 자기 집에 돌아갑니다) 한밤중에 연락이 왔다더군요.
그 손님들은 일부러 밤새우려고 작정하고 밤비행기로 내려왔는데 장례식장이 텅 비어 있었던거죠.
여기 상주쪽에서는 더 황당해하고. 아니 잘데도 없는데 밤중에 오면 어떡하냐는 반응을.
제 나름대로 열심히 설명했습니다. 그들은 나름대로 최상의 예의를 다하려고 밤에 와서 밤새고 갈려고 한 거라고. 절대 예의 없이 군게
아니라고.
자신도 물론 들었다고는 말했지만 얼굴표정은 별로 이해한 표정이 아니었습니다. 아마도 그런 장례식 풍경을 못봤으면 절대 이해하지 못할 듯
합니다. 육지에서 밤새워 이야기하고 술마시고 하는 그런 풍경. 제주 장례식장엔 없으니 참고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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