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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02월 27일 주일 메시지
시리즈 제목: 하늘에서와 같이 땅에서도
10. 하나님 나라와 정치
시편 103:19~22
설교 목적
대통령 선거를 치르고 있는 지금은 하나님 나라의 백성으로서 정치를 어떻게 바라보아야 하는지를 생각할 적당한 기회다. 하나님의 뜻이 하늘에서와 같이 땅에서도 이루어지게 하소서 라는 기도는 예수님이 가르치신 기도의 핵심이며, 신자의 삶에서 중심에 있다. 하나님의 뜻을 이 세상에서 이루는 많은 방법들 중에 가장 많은 영역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가 정치라고 할 수 있다. 바른 안목은 사물을 바르게 이해하고 평가하게 한다. 이번 설교를 통해서 하나님의 백성들이 정치를 어떻게 이해하고 어떻게 동참해야 하는지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갖고자 한다.
설교 개요
1. 하나님 나라의 정의와 영역
2. 인간의 본분과 교회의 사명
3. 세상을 향한 하나님의 뜻
4. 교회와 정치
5. 나가는 말
……………………………………………
1. 하나님 나라의 정의와 영역
저는 올해 우리 교회의 표어를 ‘하늘에서와 같이 땅에서도’로 정했습니다. 이 말은 예수님이 가르치신 기도문의 일부입니다. 예수께서는 하나님의 나라가 이 땅에 임하기를 기도하라고 가르치셨습니다(마 6:9~13). 하나님의 나라가 이 땅에 임한다는 말은 곧 하나님의 뜻이 하늘에서와 같이 땅에서도 이루어지는 것을 말합니다.
그러면, 예수께서 말씀하신 하나님의 나라는 무엇입니까? 하나님 나라는 하늘에 있으며 또한 이 땅으로 온다고 예수께서 가르치셨습니다. 하늘에 있으며 또한 이 땅으로 오는 나라가 하나님 나라입니다. 그 말은 다시 표현하자면, 하늘에서 이루어진 하나님의 뜻이 있습니다. 그래서 하늘에 하나님의 나라가 있습니다. 하늘은 하나님의 통치가 실현되고 하나님의 뜻이 펼쳐지는 곳입니다.
시편에는 하늘에 있는 하나님의 나라가 어떤 모습인지를 암시하는 표현이 나옵니다:
19. 여호와께서 그의 보좌를 하늘에 세우시고 그의 왕권으로 만유를 다스리시도다
20. 능력이 있어 여호와의 말씀을 행하며 그의 말씀의 소리를 듣는 여호와의 천사들이여 여호와를 송축하라
21. 그에게 수종들며 그의 뜻을 행하는 모든 천군이여 여호와를 송축하라
22. 여호와의 지으심을 받고 그가 다스리시는 모든 곳에 있는 너희여 여호와를 송축하라 내 영혼아 여호와를 송축하라
시편 103:19~22
하늘에 있는 하나님의 나라에는 하나님이 그 왕좌에 앉아 계시고 하나님의 말씀을 받아 순종하는 천군과 천사들이 있습니다. 그들은 하나님의 뜻을 행하는 대리인들입니다. 성경에는 천군과 천사들이 하나님의 뜻을 받아 어떻게 순종했는지를 보여주는 많은 장면들을 소개합니다. 특히 예수님의 탄생을 소개할 때 누가는 다음과 같이 그 장면을 묘사했습니다:
홀연히 수많은 천군이 그 천사들과 함께 하나님을 찬송하여 이르되
지극히 높은 곳에서는 하나님께 영광이요
땅에서는 하나님이 기뻐하신 사람들 중에 평화로다 하니라
누가복음 2:13~14
하늘에서는 하나님이 그 수종자요 대리인인 천군과 천사들에게 명하시고 그들은 하나님의 뜻을 순종합니다. 그렇기에 하늘에서는 하나님의 뜻이 질서 있게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그것이 하늘에 있는 하나님 나라입니다. 예수님의 가르침과 복음은 하늘에 있는 그 하나님 나라가 땅에 임하기를 바라고 기도하고 힘쓰라는 것입니다. 그 말은 하늘에서 하나님의 뜻이 이루어진 것처럼 이 땅에서도 그렇게 되기를 기도하라는 의미입니다. 그렇게 될 때 하나님의 나라가 이 땅에도 임하게 된다는 말입니다.
여기서 우리는 하늘에 있는 하나님 나라와 땅에 임하는 하나님 나라를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이렇게 보면 하나님 나라가 두개인 것 같지만 실은 하나입니다. 본래 하나님은 하늘과 땅을 만드셨습니다. 그러므로 하늘도 하나님의 하늘이며 땅도 하나님의 땅입니다. 하나님의 나라는 본래 하늘과 땅으로 구성된 세상입니다. 하늘에서 하나님은 자기 보좌를 세우시고 천군과 천사를 통해서 이 땅에 자신의 뜻을 계시하시고 이 땅에는 인간을 자기의 형상으로 지으시고 인간들에게 위임하셨습니다.
시편 기자는 이 사실을 다음과 같이 노래했습니다:
여호와께서 너희를 곧 너희와 너희의 자손을
더욱 번창하게 하시기를 원하노라
너희는 천지를 지으신 여호와께 복을 받는 자로다
하늘은 여호와의 하늘이라도 땅은 사람에게 주셨도다
시편 115:14~16
위에서 본 바와 같이 하나님의 나라는 하나님이 천군과 천사들을 통하여 통치하시는 하늘의 세계이며 또한 하나님이 인간을 통하여 땅에서 통치하시는 이 땅의 세계입니다. 지금 하나님의 나라가 하늘에서는 완벽하게 실현되고 있으나 땅에서는 아직 온전하지 않습니다. 그것은 하늘에서 쫓겨난 어두움의 권세가 인간들을 혼미하게 하여 하나님의 뜻이 이 땅에서 이루어지지 못하게 가로막고 있기 때문입니다(고후 4:4).
2. 인간의 본분과 교회의 사명
성경을 통해서 드러난 하나님의 관심사는 인간에게 위임하신 이 땅을 향합니다. 하늘에서는 하나님의 뜻이 완전하게 구현되고 있습니다. 그것은 천군천사들의 순종이 온전하다는 말입니다. 그런데 땅에서는 아직 하나님의 뜻이 완전하게 구현되고 있지 않습니다. 그 이유는 땅에서 하나님의 뜻을 구현할 대리인인 인간의 순종이 온전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하나님은 이 땅을 늘 생각하시며 주목하신다고 성경은 소개합니다:
여호와의 눈은 온 땅을 두루 감찰하사
전심으로 자기에게 향하는 자들을 위하여 능력을 베푸시나니
역대하 16:9상
예수께서도 제자들에게 가르치시기를, ‘너희는 먼저 하나님의 나라와 그 뜻을 구하라. 그리하면 이 모든 것을 너희에게 더하시리라’(마 6:33)고 하셨는데, 그 말은 하늘에 있는 하나님 나라에 들어갈 생각을 하라는 것이 아니라, 하늘에서 이루어진 하나님의 뜻이 이 땅에서도 이루어지기를 바라고 구하고 힘쓰라는 의미입니다.
땅에서 하나님의 뜻이 이루어질 때 그곳은 하나님의 나라가 됩니다. 그리고 하나님의 나라는 하나님을 경외하고 그 뜻을 따르는 사람들을 통해서 이 땅에 이루어질 것입니다. 그러므로 인간의 본분은 하나님을 경외하는 것입니다:
일의 결국을 다 들었으니 하나님을 경외하고
그의 명령들을 지킬지어다 이것이 모든 사람의 본분이니라
전도서 12:13
인간이 천군과 천사들처럼 하나님을 경외하고 그 명령을 지킬 때 하나님의 나라가 그곳에 임합니다. 그것이 모든 인간의 본분이라고 지혜자는 소개합니다. 사실 창세기에 의하면 하나님이 본래 인간을 지으실 때 땅을 다스리고 관리할 대리인으로 세우셨습니다. 바로 그런 목적을 위해서 하나님은 자기 형상으로 인간을 지으셨습니다.
인간이 하나님의 형상으로 지음 받았다는 말은 인간이 하나님의 형상을 나타내 보인다는 의미입니다. 천군천사들이 하나님의 뜻을 전할 때 그 영광이 하나님처럼 빛났던 것처럼, 인간이 하나님의 뜻을 준행할 때 사실 그는 하나님의 형상을 나타내는 것입니다. 예수께서 하나님의 뜻을 준행하시면서 말씀하시기를, ‘나를 본 자는 아버지를 본 것이다’라고 하셨습니다(요 14:9).
예수님을 본 자는 하나님 아버지를 본 것이라는 말씀의 뜻을 예수께서는 다음과 같이 풀어주셨습니다:
‘내가 아버지 안에 거하고
아버지는 내 안에 계신 것을 네가 믿지 아니하느냐
내가 너희에게 이르는 말은 스스로 하는 것이 아니라
아버지께서 내 안에 계셔서 그의 일을 하시는 것이라’
요한복음 14:10
예수님의 말씀은 자신이 하나님 아버지의 뜻을 얼마나 부지런히 준행하시는지 보라는 것입니다. 그것은 마치 자신은 없고 아버지께서 그 안에서 말씀하시는 것과 같다는 것입니다. 이것은 사실 천사들이 하나님의 뜻을 전하는 것과 같습니다. 천사들이 하나님의 대리인과 전령으로서 일을 할 때 그들은 자신의 말이 아니라 보내신 분의 말을 그대로 전합니다. 그러므로 천사들의 말은 곧 하나님의 말씀이며 그들이 나타내는 것은 하나님의 얼굴이며 뜻입니다.
우리는 예수님을 하나님과 동급으로 생각합니다. 그것은 삼위일체 교리로 표현됩니다. 사도 바울도 예수님을 하나님의 본체로서 하나님과 닮은 분으로 소개했습니다(빌 2:6). 히브리서 기자도 예수님을 하나님의 영광의 광채이시며 본체의 형상이시라고 소개했습니다(히 1:3). 예수님이 하나님의 영광이시며 하나님을 나타내시며 하나님과 동등이시라는 말씀은 사실 예수님이 하나님의 뜻을 철저하게 따르는 분이시라는 의미임을 우리는 잊지 말아야 하겠습니다.
우리가 따르고 본받아야 할 예수님의 모습이 바로 이것입니다. 자신을 비워 하나님의 뜻에 복종하신 예수 그리스도를 우리는 믿고 주님이라고 부르며 섬기고 따릅니다. 그렇게 할 때 예수님의 의도가 가장 아름답게 이루어질 것입니다. 예수님의 의도는 하나님 아버지의 뜻이 하늘에서와 같이 이 땅에서도 이루어지게 하는 것입니다. 그것은 하나님의 나라가 이 땅에 임하는 세상이 되게 하는 것입니다. 예수님은 그것을 위해 자신을 바치셨습니다.
예수 그리스도처럼 인간은 세상을 관리하는 하나님의 대리인입니다. 우주만물을 주관하시는 하나님의 대리인으로서 우리는 우주가 얼마나 큰지 모릅니다. 과학자들은 1990년에 허블망원경을 대기권 밖으로 보내서 우주를 살펴보았습니다. 그런데 어두워서 아무 것도 없는 줄 알았던 우주 공간에 수많은 은하가 펼쳐져 있음을 보고 매우 놀랐다고 합니다. 그리고 작년 2021년에 과학자들은 다시 열배나 더 큰 우주망원경을 대기권 밖으로 보냈습니다. 그것은 제임스 웹 망원경으로서 앞으로 우주의 신비를 더 많이 알려줄 것입니다. 우리는 생명이 어떻게 시작했는지 모릅니다. 우리는 뇌의 신비를 다 모릅니다. 그럼에도 우리는 이렇게 살아갑니다.
우리는 우주의 크기를 연구합니다. 우리는 생명의 기원을 연구합니다. 우리는 뇌의 신비를 탐구합니다. 그리고 그것을 통해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사용합니다. 지식과 지혜는 다릅니다. 정의와 가치관이 배제된 지식은 그 자체로 위험할 수도 있습니다. 인간의 활동은 오묘하고 위대합니다. 그것을 바르게 집행하면 풍성한 세상을 만들 수 있고, 그것을 잘못 사용하면 세상을 혼돈에 빠뜨릴 수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인간의 활동과 탐구는 무제한적인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선한 뜻 아래 있어야 합니다. 그 기준과 모델을 바르게 잡은 사람과 사회는 안전하고 번영할 것입니다.
그러면 하나님의 뜻은 무엇입니까?
3. 세상을 향한 하나님의 뜻
우리가 성경을 배우는 이유는 세상을 향한 하나님의 뜻을 알기 위함입니다. 예수께서는 하나님의 말씀이 진리라고 하셨습니다(요 17:17). 하나님의 말씀인 진리는 우리에게 하나님의 뜻을 계시합니다. 그렇게 함으로 우리는 인간의 본분을 깨닫게 되고 우리를 그릇된 길로 인도하는 미혹에서 벗어나 자유를 누릴 수 있습니다. 성경이 말하는 자유란 그릇된 선택을 하게 하는 죄와 편견으로부터 벗어나 바른 선택을 하게 되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러므로 진리란 하나님의 말씀으로서 인간으로 하여금 바른 선택을 하게 하는 지혜입니다.
하나님의 말씀인 성경을 읽으면서 우리는 세상을 향한 하나님의 뜻과 계획을 발견합니다. 사실 아무리 큰 우주망원경을 만들어 우주로 보내서 살핀다 할지라도 거기서 하나님의 뜻을 발견할 수는 없습니다. 과학기술의 발달과 함께 우리에게는 그 기술을 어떻게 사용할 것인가에 대한 분별력이 필요합니다. 여기서 말하는 분별력이란 바른 것을 선택하는 능력입니다.
사실 오늘날 우리 사회에서 일어나는 많은 논쟁은 선택의 문제에 대한 것입니다. 예를 들면, 탈원전으로 가야 하는지 아니면 원전기술을 더욱 발전시키고 안정적인 전기 생산을 위해서 원자력발전소를 더욱 많이 지어야 하는지에 대하여 논쟁이 있습니다. 대북정책에 대하여 힘의 우위를 확보함으로 평화를 유지해야 하는지 아니면 한반도의 평화정착을 위해 대화와 협력에 먼저 힘써야 하는지에 대하여 이견이 있습니다. 재난지원금을 어디에 먼저 풀어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이견이 있습니다.
이런 문제에 대하여 하나님의 뜻은 무엇이라고 단정하기 쉽지 않습니다. 누군가 어떤 문제에 대하여 하나님의 뜻이 바로 이것이라고 주장할 때는 오히려 그 근거에 대하여 우리는 의심해 보아야 합니다. 어떤 사람들은 하나님의 뜻에 대하여 말하기를, 하나님은 우리의 영적인 생활과 인간관계에 대하여 말씀하시는 것이며 국가의 정책이나 사회의 문제에 대하여 말씀하시는 것이 아니라고 합니다. 정말 그렇습니까?
여기서 우리는 성경말씀을 통해 하나님의 뜻을 발견할 때 매우 신중해야 한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하나님의 뜻은 진리이며 진리는 바른 것을 선택할 수 있는 분별력을 제공합니다. 그러므로 하나님의 뜻은 모든 경우에 대하여 무엇이라고 단정할 수 없으며 우리에게 각자의 환경과 상황에서 무엇이 최선인지를 분별할 수 있게 합니다. 예를 들면, 어린 아이들에게 부모는 길을 건널 때는 손을 들고 좌우를 살피라고 가르칩니다. 그런데 그 아이가 분별력이 생기면 어떻게 길을 건너야 하는지 알게 됩니다.
성경을 통해 계시되는 하나님의 뜻도 이와 같습니다. 하나님은 성경을 통해서 자신의 뜻을 계시하셨습니다. 하나님은 세상을 지으시고 복 주시기를, ‘생육하고 번성하여 충만하라!’고 하셨습니다(창 1:22, 28, 9:1). 세상을 향한 하나님의 뜻이 이것입니다. 하나님은 그 백성을 향하여 이렇게 말씀하신 적이 있습니다:
여호와의 말씀이니라 너희를 향한 나의 생각을 내가 아나니
평안이요 재앙이 아니니라 너희에게 미래와 희망을 주는 것이니라
예레미야 29:11
이로써 우리는 하나님의 뜻을 정리할 수 있습니다. 그것은 세상이 생명으로 충만하게 되는 것이며, 인간에게 평안과 희망의 미래를 주시는 것입니다. 그것은 하나님의 뜻이 온전하게 펼쳐지는 세상일 것입니다. 그러므로 하나님의 뜻이 이 세상에 이루어질 때 세상은 생명으로 충만하게 될 것이며 인간에게는 평안이 찾아오고 희망의 미래가 열릴 것입니다. 그것이 바로 땅에서 완성될 하나님의 나라입니다. 하나님의 뜻은 이 세상이 하나님의 나라가 되는 것입니다.
성경은 이처럼 원대한 하나님의 뜻에 대하여 설명하고 때로는 그림으로 그려줍니다. 그리고 그런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 인간이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하여 들려줍니다. 그것도 역시 하나님의 뜻입니다. 즉, 하나님의 큰 뜻을 이루기 위해서 필요한 작은 뜻이라고 하겠습니다. 예를 들면, 우리를 향한 하나님의 뜻은 우리의 거룩한 생활입니다(살전 4:3). 우리가 항상 기뻐하고 쉬지 않고 기도하며 범사에 감사하는 것도 하나님의 뜻입니다(살전 5:16~18). 모든 사람이 구원을 받으며 진리에 이르는 것도 하나님의 뜻입니다(딤전 2:4). 서로 화목하게 지내는 것도 하나님의 뜻입니다(딤후 2:22, 히 12:14, 벧전 3:11).
하나님을 경외하고 그 뜻을 깨달은 사람들은 자기 시대에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하여 분별력을 갖게 되었습니다. 그것은 곧 자기 시대를 향한 하나님의 뜻이었습니다. 예언자들은 하나님이 제사를 원치 않으시고 진실하고 따뜻하며 더불어 사는 공동체를 만드는 것을 원하신다고 깨달았습니다(호 6:6, 미 6:8, 시 40:6). 어떤 사람들은 하나님이 고아와 과부를 특별히 사랑하시고 돌보신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신 10:18). 그런 깨우침은 그들의 시대를 어지럽게 하던 일들을 바로잡아 더 나은 세상을 만들 수 있는 지침이 되었습니다. 더 나은 세상은 언제나 생명으로 더 충만하게 되는 세상을 말합니다.
무엇이 옳은 길인가에 대한 분별력은 모든 사람에게 필요하지만 모든 사람이 다 가지고 있지는 않습니다. 어린 아이에게는 분별력이 더 부족하고 나이가 들수록 분별력은 더 좋아질 수 있습니다. 백발은 빛나는 면류관으로 착하게 살면 얻게 된다고 지혜자들은 깨달았습니다(잠 16:31). 하지만 인간이 욕심과 무지로 마음이 어두워지면 분별력도 약해집니다. 두려움이 마음을 지배할 때도 바른 판단을 못하고 쉽게 미혹될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인간에게는 바른 판단을 할 수 있도록 가이드가 필요합니다. 시편에 기록하기를, ‘주의 말씀은 내 발에 등이요, 내 길에 빛이니이다’(시 119:105)하고 했는데 이는 대소사를 바르게 판단할 수 있도록 지침이 된다는 뜻입니다. 여기에 교회의 임무가 있습니다. 교회는 하나님을 경외하면서 그 뜻을 구하는 사람들입니다. 하나님을 경배하면서 자신의 욕심을 내려놓고 세상을 생명으로 충만하게 하기 위하여 하나님이 이끄시는 길을 찾고 그 길을 걷는 사람들이 바로 교회입니다. 그런 점에서 교회가 자신의 소임을 잘 감당할 때 그 자체로 세상의 등불이 될 수 있습니다.
교회가 해야 할 사명이 세상의 빛이 되는 것임은 분명합니다(마 5:14~16). 그러므로 교회는 진리의 말씀을 배우고 깊이 묵상하면서 하나님의 뜻을 알아가고 그 꿈과 비전을 마음에 품고 세상에서 살아가야 합니다. 그럴 때 교회는 자기가 있는 자리에서 어떤 선택을 하고 어느 길로 가야 하는지에 대한 분별력을 갖게 될 것입니다. 이런 이유로 교회는 하나님의 말씀을 향하여 눈을 열고 동시에 세상에서 일어나는 일들에 대하여 눈을 열어야 하겠습니다. 우리가 성경을 읽고 연구하는 이유는 바로 우리 앞에 있는 일들에 대한 올바른 선택을 하기 위함입니다. 그래야 하나님의 뜻을 이 세상에 바르게 펼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 세상의 거의 모든 일에 영향을 미치는 중대한 선택을 하는 활동이 있습니다. 그것은 정치입니다.
4. 교회와 정치
정치는 더 안전한 삶을 결정합니다(안보). 정치는 더 풍성한 삶을 결정합니다(경제). 정치는 더 넉넉한 삶을 결정합니다(문화). 정치는 더 많은 것을 배우고 깨닫는 일에 영향을 줍니다(교육). 정치는 더불어 사는 세상을 만드는 일을 결정합니다(연대와 사회통합). 정치적 결정과 선택은 온나라의 모든 백성에게 지대한 영향을 미칩니다.
교회의 자선과 비교해 본다면 정치의 결정이 국민에게 베푸는 자선의 범위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더 크고 더 넓습니다. 그런 점에서 더 나은 세상을 위한 하나님의 뜻이 실현되려면 정치의 역할이 정말 중요합니다. 정치에 대하여 가톨릭교회의 지도자인 프란치스코 교황이 다음과 같이 강론했습니다:
‘그들이 통치하니, 우리는 아무 상관이 없다고 누구도 말할 수 없습니다. 나는 그들의 통치에 대해 책임이 있으며, 그들이 더 잘 통치하도록 최선을 다해야 합니다. 능력껏 정치에 참여함으로써 최선을 다해야 합니다. 교회의 사회교리에 따르면 정치란 가장 높은 형태의 자선입니다. 정치가 공공의 선에 봉사하기 때문입니다. (빌라도처럼) 손을 씻고 뒤로 물러나 있을 수 없습니다. 그렇지 않은가요? 우리는 뭔가 기여해야 합니다. 좋은 가톨릭 신자라면 정치에 관여해야 합니다(A Good catholic meddles in politics). 스스로 최선을 다해 참여함으로써 통치자들이 제대로 다스리게 해야 합니다. 우리가 통치자들에게 제공할 수 있는 최선의 것은 무엇일까요? 기도입니다. 사도 바울의 말씀대로 임금들과 높은 지위에 있는 모든 사람을 위해서도 기도하십시오.’
<교황 프란치스코, 2013년 9월 16일 성녀 마르타의 집 소성당 미사 강론>
출처: https://www.hani.co.kr/arti/international/international_general/612676.html
[한겨레신문 2013년 11월 25일자 기사]
구약시대 이스라엘 백성은 예루살렘을 중심으로 살았습니다. 그래서 ‘예루살렘을 위하여 평안을 구하라. 예루살렘을 사랑하는 자는 형통하리로다’(시 122:6)는 말씀도 있습니다. 예루살렘의 평안은 온 이스라엘에게 지대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제 우리 시대에는 좀 달리 기도해야 하겠습니다. ‘정치를 위하여 기도하라. 정치와 정치인들을 위해서 기도하는 백성은 형통하리로다!’
정치가 공공의 선을 위해 봉사한다는 점에서 더 나은 세상을 위한 중요한 활동임에 틀림없습니다. 그러므로 하나님의 나라가 이 땅에 임하기를 구하는 사람들이 정치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것은 당연합니다. 우리가 정치에 참여하는 방법은 직접 공직에 나서는 것도 있겠습니다. 그리고 공직자를 선출하는 투표에 참여하는 것도 있습니다. 그리고 공직자들이 그 임무를 잘 할 수 있도록 지지하고 협력하며 감시하는 것도 필요하겠습니다. 그런 활동 모두가 정치활동이라고 하겠습니다.
특별히 대통령을 선출하는 선거 상황에서 우리는 하나님의 뜻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요? 우리는 지금 제비로 인물을 뽑는 시대에 살고 있지 않습니다. 국민의 투표로 대통령이 선출되는 세상에 살고 있습니다. 어떤 사람이 대통령기이 되기에 적합한지 국민들이 판단할 수 있도록 후보자들은 자신의 이력과 꿈을 소개합니다. 그 과정에서 국민들은 우리 시대의 과제를 더욱 분명하게 이해하게 됩니다.
우리나라는 선거를 국가가 관리합니다. 그것을 선거공영제라고 합니다. 선거의 모든 과정을 국가가 관리하며 그 비용도 제공한다는 의미입니다. 선거관리위원회는 금년 제20대 대통령선거에 드는 비용을 513억원 이내로 확정했습니다. 지난 19대 대통령 선거의 509억원보다 약간 많은 금액입니다. 이렇게 막대한 비용을 지불하지만 그 과정에서 국민들이 국가의 지도자가 될 사람들의 비전을 들으며 함께 생각하는 것은 그 자체로 매우 뜻있는 일입니다.
사실 선거에 나오는 사람들은 많지만 그들 모두가 당선되는 것은 아닙니다. 그런데 소수의 목소리를 대변할지라도 그들이 내건 공약과 비전은 우리 사회가 반드시 귀를 기울여야 하는 과제입니다. 이로써 우리는 선거를 통하여 우리 시대의 과제를 다 함께 공부하는 기회를 갖게 됩니다. 그만큼 국민들의 의식은 향상되고 분별력은 좋아질 것입니다. 그런 점에서 선거는 민주주의의 꽃이라는 말에 수긍이 됩니다.
사실 선거에서 누가 당선되느냐가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국민들의 의식수준이 향상되는 것입니다. 독일의 히틀러가 아리아인의 민족의식을 자극하여 집권하도록 표를 몰아준 것은 독일국민입니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막걸리나 고무신 한 켤레를 받고 자신의 표를 행사하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지도자가 중요하지만 어떤 경우에는 국민의 수준에 맞는 지도자가 선출되기도 할 것입니다.
축구는 전세계인의 사랑을 받는 스포츠입니다. 축구경기에서 어떤 선수들은 경기를 시작하기 전에 또는 골을 넣었을 때 신에게 경의를 표합니다. 그들은 그 시합에서 이길 수 있도록 신에게 기원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그들이 나간 모든 시합에서 승리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럴 때 신의 뜻은 무엇입니까? 어느 편이 이기는 것이 신의 뜻입니까? 어쩌면 신의 뜻은 다른 데 있을 수 있습니다. 스포츠 경기가 재미있는 이유는 거기에 승패가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기에 승패가 중요하지만 스포츠를 하는 목적이 게임 그 자체에 있으므로 최선을 다해 정정당한 시합을 한다면 승패를 떠나 관객들에게 감동을 선사할 수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정치가 공공선을 위한 봉사라면 선거는 더 나은 세상을 위한 선의의 경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대통령선거 후보자 토론회를 보면서 그 동안 공공선을 위해서 자신을 바친 후보자들의 꿈과 희망을 알게 됩니다. 정치의 선진화를 위해서 소수정당의 지도자로 묵묵히 달려온 심상정 후보가 있습니다. 양당제의 폐해를 극복하고 대안이 되는 깨끗한 정치와 과학강국을 꿈꾸며 달려온 안철수 후보가 있습니다. 검사로 법치질서의 소중함을 깨닫고 소신껏 생활하다가 국민의 부름을 받아 정치에 뛰어든 윤석열 후보도 있습니다. 가난한 가정에서 태어나 불우한 시절을 보내다가 더 나은 세상을 위해 공직에 헌신한 이재명 후보도 있습니다. 그들은 모두 우리나라의 일꾼들이며 우리의 자산입니다.
물론 그들 중에 한 사람이 제20대 대통령이 될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그들이 왜 어떤 마음으로 정치에 뛰어들었는지를 들으면서 더 나은 세상을 위해서 우리에게 지금 무엇이 개선되어야 하는지를 배우고 있습니다. 정치에서 중요한 것은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 우리 모두가 선의의 경쟁을 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이번 대선에 출마한 후보들이 이 사실을 잊지 말기를 바랍니다. 지금까지 우리는 선거를 통해서 자신이 지지하는 후보에게 표를 던졌습니다. 어떤 경우에는 자신이 지지하는 후보가 대통령이 되기도 하고, 어떤 때는 다른 후보가 당선되기도 했습니다. 그렇다고 나라가 망한 것은 아닙니다. 좀 어려울 때도 있었고 좀 나아질 때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그 과정을 통해서 여기까지 올 수 있었습니다.
5. 나가는 말
하나님의 나라는 하늘과 땅으로 이루어진 세상입니다. 하늘에서는 이미 하나님의 통치가 완벽하게 구현되고 있습니다. 문제는 땅입니다. 하나님이 이 세상을 사랑하시는 이유는 이 땅이 하나님 나라의 반쪽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이 땅에 하나님의 뜻이 펼쳐져 생육하고 번성하여 충만하라는 하나님의 최초의 축복 선언이 성취되기를 바라십니다. 그 일은 이 땅에 세우신 하나님의 대리인인 인간을 통해서 이루어질 것입니다. 그런 이유로 인간은 하나님의 형상으로 지음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오랜 세월동안 인간은 자신의 본분과 사명이 무엇인지를 모르고 욕심과 무지에 이끌려 살았습니다. 그럴 때마다 세상에는 생명보다는 사망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워졌습니다. 하나님은 쉬지 않으시고 당신의 대리인들을 보내셔서 이 땅에 하나님 나라를 세우려고 그들에게 꿈과 비전을 주셨습니다. 하나님의 대리인들은 이 세상의 곳곳에서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한 꿈을 실현하기 위해 자신을 바쳤습니다.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는 하나님의 대리인으로서 세상을 생명으로 가득하게 하는 삶이 어떤 것인지를 가르치시고 삶으로 보여주셨습니다. 그래서 교회는 예수님의 가르침을 따르고 그 본을 받아서 하나님의 나라가 이 땅에 임하기를 위해 노력했습니다. 그것은 진실되고 따뜻하게 그리고 겸손하게 살아감으로 더불어 행복하고 더불어 번영하는 세상을 만들기 위한 헌신이었습니다. 그 결과 세상은 점차 발전하고 개선되었습니다.
특히 정치 영역에서 인간은 독재와 왕정시대를 지나서 민주주의를 이 땅에 심어 자라게 했습니다. 그것은 모든 사람이 더불어 참여하고 함께 꿈을 꾸는 세상을 만들자는 제도입니다. 그러므로 오늘 교회는 하나님 나라가 이 땅에 임하기를 바라며 하나님의 뜻이 하늘에서와 같이 이 땅에서도 이루어지기를 위해 노력하는 대리인으로서, 정치야말로 가장 높은 형태의 자선이며 공공선을 위한 봉사라는 점을 알고 적극적으로 참여합니다. 우리의 참여는 직접 공직에 나서거나 공직자들을 선출하고 그들을 지지하고 감시함으로 이루어집니다.
특별히 교회는 하나님의 대리인으로서 또 다른 대리인들인 공직자들을 위해 기도함으로써 그들이 자신의 꿈과 공약에 충실할 수 있도록 응원합니다. 그렇게 함으로 우리들은 이 땅에서 하나님의 뜻이 실현되는 세상을 보게 될 것입니다. 이런 마음가짐으로 이번 대통령선거에 임하는 우리 모두가 됩시다. 하나님이 우리나라를 보우하시고 복 주셔서 반드시 세계를 선도하고 봉사하는 나라가 되게 하실 것입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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