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와 사별(死別)하며> 해암(海巖) 고영화(高永和)
신라 흥덕왕 때, 당나라에 사신으로 갔던 사람이 앵무새 한 쌍을 가지고 돌아와 왕에게 바쳤다. 얼마 후에 암컷이 죽자 홀로 남은 수컷이 슬피 울기를 그치지 않았다. 왕이 사람을 시켜 앞에 거울을 달게 했더니 거울 속에 비친 자기 그림자를 보고 짝을 얻었다고 생각했다. 거울을 쪼다가 그림자라는 것을 알고 슬피 울다가 얼마 후에 죽었다는 설화가 있다. 금슬 좋은 부부는 대부분 백년해로 하기를 소망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일반적으로 남편이 먼저 죽고 아내가 뒤따라가는 경우가 훨씬 자연스럽다. 하지만 그 반대로 여자가 먼저 떠나는 경우가 있어 주위를 안타깝게 한다. 울 마눌도 가끔씩 나를 보며 “우짜던지 나보다 당신이 먼저 죽어야 될낀데.... 천박꾸러기로 자식들 며느리 눈치 볼끼고, 노인네 처량한 모습 상상만 해도 가슴이 아프다.” 칸다. ㅎ 글씨유~~~^^
◯ 우리는 인생을 살면서 수많은 지인(知人)들과 사별(死別)한다. 자연의 이치가 그러하듯, 인생을 산다는 것은 곧 죽음을 받아들여야 함이다. 또한 만남과 이별이 곧 인생임을 깨닫는다. 더욱이 사랑하는 사람과의 사별(死別)은 우리에게 크나큰 슬픔과 고통을 준다. 삶에서 배워야 할 이러한 고통은 꼭 감당할 만큼만 주어져 있다. 그러므로 우리는 이 상실감에서 다시 일어서서 조금씩 극복해 나가야 한다. 예로부터 ‘이 세상은 살아남은 자의 몫’일 뿐이다. 내 마음속에서 내 꿈속에서 이별한 이를 그리워하면서 살아도, 가슴이 심히 미어지더라도, 먼저 간 사랑하는 이를 위해서도, 이 땅에서 우주의 먼지로 흩어질 때까지 제자리를 지킬 줄 알아야 할 것이다. 내일도 태양이 따사로운 햇살을 비출 것이기에....
<죽은 아내의 시신을 부여잡고[亡室挐屍身]> 고영화(高永和)
그대여~ 어드매로 가는고?
놀란 포말 사이로 쌍검(雙劍) 하나 사라지고
경대(鏡臺) 속 봉황새 이제 홀로 남았구려.
춘색(春色)이 아무리 빼어난들 당신 자태 같으리까.
아! 우리네 인생 허무함이여~
곡(哭)소리에 아침이슬도 어느새 사라졌다오.
그대여~ 어드매로 가는고?
항아(姮娥)의 불사약(不死藥) 그대가 먹었느뇨.
남편의 고분지통(鼓盆之痛) 어이하랴 떠났느뇨.
꽃다운 청춘인데, 지아비 남겨놓고 죽은 아이 돌보려 갔느뇨.
좋은 시절 못 보시고 어찌하여 뜨신거요.
청고(淸苦)한 생활 속에 이제 나는 어이하오.
그대여~ 어드매로 가는고?
백년해로 약조(約條)가 물거품이 되었구려.
눈에 삼삼 꿈에 아련, 까마귀소리 구슬프고 샘물소리에 목메이오.
원통(寃痛)하고 애석(哀惜)하오.
인간세상 정리하고 내 따라 가리다.
그대여 월궁(月宮)에서 마음 편히 기다리소.
오호라! 부인 잃은 홀아비의 애달픔이여~ 비애가(悲哀歌)를 읊노매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