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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꾸이(cuy)
쿠스코 호텔에 도착해 여행 가방만 방에 두고 호텔을 나선다. 여행사에서 그제 저녁에 약속되었던 쿠스코 전통음식인 꾸이(cuy)를 오늘로 연기한 것이다. 꾸이는 페루에서 꼭 한 번 쯤은 먹어봐야 한다는 전통음식이란다. 꾸이는 쥐과 동물로 일반적으로는 기니피그 Guinea pig 혹은 모르모트라고 알려져 있고 다른 나라에서는 실험용이나 애완동물로 쓰이고 있다는데 기니피그는 번식이 빠르고 키우기가 쉬워 페루 원주민들에게는 오래 전부터 귀중한 단백질 공급원이었다고 한다.
▶ 꾸이 통 구이
▶ 꾸이 통 구이를 잘라 온 모양
▶ 꾸이 시식
▶ 가이드와 동내기 부인네들
레스토랑에 자리를 잡자 오븐에 통째로 바짝 구운 꾸이의 귀를 빨간 실로 장식해 우리에게 보여준다. 꾸이의 모습을 직접 보고 사진도 찍으라는 의미인 것 같다. 일행 중 여자 몇 분은 질겁을 하며 그래도 신기한지 꾸이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는다. 잠시 후 웨이터가 꾸이를 다시 가져가 꾸이를 토막 내 다시 내 온다. 선뜻 손이 가질 않지만 용기를 내 한 토막을 집어들고 먹으려니 살점이 매우 질기고 잘 떨어지지 않는다. 결국 두 손을 사용해서 간신히 뜯어 먹었는데 뼈가 반 이상을 차지한다. 두툼한 살만으로 이루어진 스테이크 등에 익숙한 탓인지 모르겠지만 뜯어 먹는 것도 만만치 않다. 뼈 사이사이의 살을 발라 먹으면 제법 많은 고기가 나올 것 같았는데 처음 먹어보는 것이고 약간의 거부감도 없지 않았던 터라 대충 잘 떨어지는 고기만 먹다보니 당초 네 명당 한 마리를 제공해 준 꾸이를 다 먹지 못하고 남기고 만다.
▶ 꾸이 레스토랑에서 식사 후 잉카 여인과 기념촬영
연일 계속된 강행군의 여행으로 몸이 많이 피곤했지만, 행여 차량을 놓칠세라 긴장을 한 탓인지? 아님 여행지에 대한 기대감이 충만했던 탓인지? 아침 6시에 기상해도 충분했는데도 불구하고 어느덧 습관이 되어서 바보처럼 오늘도 어김없이 아침 5시에 기상을 한다. 특히 오늘은 장장 7~8시간 걸리는 원거리인 티티카카 호수가 있는 볼리비아와 접경지대인 푸노로 향하는 크루즈 침대버스를 8시에 타야 하기에 평소보다 더 서두른다.
▶ 쿠스코 버스터미널
Am 7시 40분, 숙소를 나서 대기하고 있던 승합차에 짐을 싣고 2대의 승합차에 각기 분승해 15분 쯤 걸려 쿠스코 버스터미널에 도착한다. 버스터미널 매표창구는 버스 회사별로 운영하는지 목적지 별로 창구가 있는 게 아니고 회사별 매표창구가 있다. 인솔자가 미리 예매한 승차권을 받아들고 버스를 타기 위해 게이트를 나가려는데 승차권 검사를 한다. 그리고 버스 화물칸에 여행 가방을 싣기 위해선 여권과 승차권을 보여 줘야하며 가방 개수와 맞춰 짐표를 준다.
▶ 쿠스코에서 푸노로 가는 농촌 풍경
우리는 2층 크루즈 침대버스 탑승했고 8시30분 쿠스코 시내의 복잡한 출근길을 벗어나 푸노로 향한다. 날씨도 화창했고 창밖에 펼쳐진 주변 경관은 오얀타이탐보에서 쿠스코로 이동할 때와는 전혀 다른 새로운 멋진 풍경이다. 특히 페루 리마 등 해안지대의 모래사막 벌판과는 전혀 딴판으로 주변에는 비교적 높은 산도 많았고 계곡에 물이 흘러 넘쳤으며 우거진 숲도 있었고, 광활한 평야에는 농작물도 많이 재배하는 등 페루의 곡창지대인 것 같다. 간간히 라마와 양떼 또 알파카를 기르는 목장지대도 눈에 띄었고 구릉지에는 야생의 리마가 뛰어다니는 전경은 한 폭의 그림 같다.
▶ 쿠스코에서 푸노로 가는 농촌 풍경
▶ 어린이들이 뛰어 노는 걸보니 학교인 듯
그런데 우리 일행의 대부분은 푹신한 침대버스에 누어 깊은 잠에 빠져든 것 같다. 1월 30일 인천국제공항을 출발해 약 30여 시간의 비행기를 타고 페루의 수도 리마에 도착한 이래 시차적응도 채 하기 전에 정신없이 바쁜 일정을 소화했으니 그럴 만도 하다. 특히 쿠스코의 고산지대에서 고산병 증세로 인하여 많은 일행들이 많이 힘들었던 것 같다. 그러니 푸노행 2층 침대버스는 침실이 될 수 밖에 없는 것 같다. 그러나 난 비록 몸은 피곤했지만, 차창 밖에 펼쳐진 맑고 드높은 하늘과 주변경관에 현혹된 탓으로 잠을 잘 수가 없었다. 드넓은 벌판에는 방목하는 양떼와 소떼 그리고 라마와 알파카가 풀을 뜯는 풍경이 자주 띄었고, 무엇보다 리마 근처의 모래벌판과는 전혀 다른 초지가 있고 물이 흐르는 작은 강과 저수지가 많다. 지형적인 특성에 따라 목축업을 하는 마을이 형성된 것 같은데, 제법 규모가 큰 학교 운동장에서는 아이들이 공을 차는 모습도 보인다. 역시 남미는 아무래도 농구나 배구 같은 종목보다는 넓은 들판이 많아서인지 축구를 하기 딱 좋은 자연환경이란 생각이 든다.
▶ 쿠스코-푸노가 철로
쿠스코에서 푸노로 향하는 고속도로는 한가한데도 고속도로순찰차가 교통위반 차량을 검문하는 모습도 보인다. 그리고 고속도로 옆을 나란히 달리는 철도가 있는데 이 철도는 푸노주의 JULIACA(줄리아카)에서 발착하여 쿠스코까지 연결되는 철도로 해발 3,700m 이상의 고산지대를 달리는 세계 유일의 철도란다.
▶ 들판의 공동묘지
끝없이 펼쳐진 광활한 농경지에는 소와 양떼들이 많았는데, 양을 치는 사람은 주로 중년의 페루전통 복장에 등짐을 지고 있는 아낙네들이다. 멀리 종합실내체육관 같은 건물이 보였고 그 앞에는 거대한 공동묘지가 조성되어 있는데 그 공동묘지에는 수많은 인파가 모여 있는 것으로 보아 아마도 마을의 유명한 집안 장례를 치루는 것 같다.
▶ 휴게소
장시간 논스톱으로 달렸기에 좀 쉬고 싶고 화장실도 가고 싶고 지루함을 느낄 때 쯤 멀리 마을이 보이고 우리의 마음을 알기나 하듯 오후 1시 경 버스는 제법 큰 마을의 휴게소에 잠시 정차한다. 휴게소는 대형 버스 몇 대에서 내린 승객들이 전부여서 비교적 한가하다. 정류소 휴게소에서 약 15분간 정차하는 동안 화장실을 다녀 온 우리는 한적한 휴게소 안을 둘러보는데, 진열된 상품은 관광객들에게 필요한 상품도 있었지만 대부분 여러 잡화류와 생필품들도 많은 것으로 보아 여행객은 물론 마을 주민들을 위한 공동 상점이란 느낌이 든다.
도로변에는 십자가가 달린 강아지 집 크기의 모형물이 자주 눈에 띄는데 이것은 고속도로에서 사고를 당해 숨진 분들의 영혼을 추모하는 표식이란다. 우리나라 같으면 ‘교통사고 사망지점’이라고 하는 팻말이 고작인데, 천주교 신자가 대다수인 나라답게 사고지점에 이런 추모모형을 세워서 애도하면서 경각심을 심어 주는 것 같다. 고속도로를 달리는 사람들에게도 교통사고 조심하라는 뜻 아닐까?
▶ 쿠스코 - 푸노 중간 도시
쿠스코를 떠난 지 6시간만인 오후 2시30분 쯤 비교적 큰 도시를 통과하는데 구글 지도를 보니 줄리아카(Juliaca)市다. 그동안 푸노로 향하는 고속도로 차창 밖으로 농촌마을의 단층 건물만 보아왔는데, 제법 큰 빌딩과 상점도 보였고, 길거리를 이동하는 많은 사람들도 보인다. 우리를 태운 버스는 줄리아카 시내를 돌아 푸노로 향한다. 차창으로 보이는 줄리아카 시내는 잘 정돈되지 않은 상점들과 더불어 무질서한 재개발중인 낡은 건물, 철도역 주변의 쓰레기를 쌓아 놓은 지저분한 광경 등 속살을 들어내고 있다.
▶ 쿠스코에서 푸노로 가는 해발 4,335m 라 라야 고개
시간상으로도 그렇지만 이제 줄리아카 시내를 벗어난 것으로 보아 우리 목적지인 푸노가 멀지 않았다는 것이 느껴진다. 오후 3시 15분, 도로변 이정표에는 PUNO를 가리키는 표지판이 보이고 가파르진 않지만 아주 긴 언덕을 오르는데 아마도 이 언덕이 바로 말로만 들었던 해발 4,335m의 그 유명한 ‘라라고개’인가 보다.
▶ 푸노 시내와 티티카카 호수가 보인다
푸노 방문을 환영한다는 현수막을 통과하자 바다처럼 넓은 호수가 보인다. 많은 배들이 정박해 있고 바다처럼 보이는 곳이 바로 티티카카 호수다. 언덕에서 내리막길을 달리면서 티티카카 호수와 푸노 시가지를 내려다보니 그 전경은 정말 환상적이다.
▶ 푸노 버스터미널
쿠스코를 떠난 지 7시간만인 오후 3시 30분, 우리가 탑승했던 버스가 360km를 주파한 끝에 드디어 푸노 시내 입구에 세워진 아주 큰 푸마 동상 앞을 지나서 티티카카 호수 앞 광장에 위치한 푸노 버스터미널에 도착한다.
▶ 푸노시 전경<퍼 옴>
▶ 푸노 대성당<퍼 옴>
페루 남부 푸노 주의 주도인 푸노(PUNO)시는 티티카카 호수 서쪽 해안에 위치한 해발 3,850m 고산 도시다. 이 도시는 1688년 페드로 안토니오 페르난데스 데 카스트로 부왕에 의해 파우카콜라 지방의 주도로 세워졌으며, 당시 이름은‘산 후안 바우티스타 데 푸노’였으나 이후 스페인 국왕 카를로스 2세를 기념하기 위해‘산 카를로스 푸노’로 변경되었다. 푸노에는 당시 에스파니아인들의 예배와 현지 토착민들을 개종하기 위해 세워졌던 여러 개의 성당이 있으며 다른 많은 페루의 도시와 마찬가지로 이곳에도 아르마스 광장과 대성당이 도시의 중심부를 차지하고 있다.
▶ 푸노 선착장 등대
▶ 푸노 선착장에 대기 중인 관광 수상 택시
여행 가방은 승합차에 실어 숙소로 보내고 우리는 버스터미널에 대기하던 현지 영어 가이드를 따라 터미널에서 멀지 않은 티티카카 호수의 우로스 섬으로 가는 배를 타기 위해 선착장으로 걸어간다. 걸어서 10분 거리에 있는 선착장에는 웬만한 바다의 항구에 못지않게 많은 어선 및 관광선들이 정박해 있다. 호수로 가는 길에는 기념품이나 여행자들이 좋아할 만한 옷과 장신구를 파는 알록달록한 상점과 레스토랑이 즐비하지만 구름이 잔뜩 끼고 바람이 제법 불어서 그런지 관광객들이 별로 보이지 않아 왠지 스산해 보이는데 이름 모를 새들 만 호수 위를 날고 있다. 정원이 30명 쯤 돼 보이는 이곳에서 수상택시라고 부르는 배에 승선하니 현지인 가이드가 티티카카 호수와 우로스 섬에 대해 설명한다.
안데스 북부 면적 약 57,344㎢의 거대한 분지인 알티플라노 고원과 안데스 산맥 사이에 있는 티티카카 호수(Lago Titicaca)는 해발 3,812m로 사실은 세계에서 제일 높은 호수가 아니다. 세계에서 제일 높은 담수호는 티베트에 있는 얌드록초 호수로 수면이 높이가 해발 4,441m로 티티카카호수 보다 6백여m가 더 높다. 그렇지만 대형 선박이 운항할 수 있는 세계에서 가장 높은 지대에 있는 호수로 페루와 볼리비아의 국경이 호수 중간을 가르고 있다. 호수라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면 틀림없이 바다라고 여겼을 정도로 끝이 보이지 않는 광활한 모습을 자랑하는 이 호수의 면적은 8,300㎢로 실로 엄청난 바다 같은 큰 호수다. 호수의 너비는 80㎞이며, 북서에서 남동방향으로 192㎞ 뻗어 있고 호수의 평균 수심은 138~180m이지만, 불리비아 연안 쪽으론 바닥이 급경사를 이루면서 호수 북동부에 있는 소토 섬 근처의 최대 수심은 무려 276m이다. 티티카카는 케추아어로 ‘퓨마의 바위’라는 의미이며 호수 주변 원주민들이 퓨마와 재규어 같은 동물을 숭배해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태양의 아들딸인 망코 카팍(Manco Capac)과 마마 오크요(Mama Ocllo)가 강림함으로써 잉카 제국의 신화가 시작되었다는 곳이 바로 티티카카 호수이자 태양의 섬이다. 티티카카의 어원은 여러 의미로 해석되지만 그중 하나가 ‘모든 것이 시작되고 태어난 곳’이라는 뜻을 갖고 있는 것도 이 전설과 상통한다. 이렇듯 신비로운 티티카카 호수는 화창한 날에는 햇살에 빛나 반짝이는 푸른 물 위로 높은 하늘과 풍성한 흰 뭉게구름이 어우러져 환상적인 자태를 뽐내며, 흐리거나 비가 오는 날에는 그 색을 달리해 또 다른 모습으로 얼굴을 바꾼다.”
▶ 토토라를 채취해 배에 싣고 가는 주민
Pm 4시 15분, 우리는 선착장에서 우로스 섬으로 향한다. 선착장에서 보트에 승선하여 갈대 숲을 지나 우로스 섬으로 향하는데 토토라(totora)라는 갈대를 채취해 싣고 가는 작은 모터보트가 보인다. 우로스 섬은 선착장에서 약 4km의 거리였는데 보트로 약 40여분이 걸린다. 페루 원주민 관광가이드로 오랜 경험 탓으로 깊은 내공이 쌓여 마치 숙달된 훈련소의 조교처럼 마이크를 잡고 영어로 설명하고 있었지만 도대체 무슨 말을 하는지 귀에 들어오지 않았습니다. 차라리 그냥 가만히 있으면 우린 주변의 아름다운 경관을 더 깊이 감상할 수 있었는데…
▶ 우로스 섬이 보이기 시작한다
호수가의 긴 갈대밭을 지나자 마침내 하나의 군락을 이루고 있는 우로스 섬이 보이기 시작한다. 현지인 가이드의 설명은 대충 이렇다.“우로스 섬은 토토라(totora)라는 갈대를 엮어 인위적으로 떠있는 섬을 만든 40여개 정도의 떠다니는 인공 섬인데, 약 350명 정도가 생활하고 있으며 학교와 교회도 있다. 여기에 거주하는 사람들은 잉카 원주민인 우루 족은 잉카시대에 지배 계급인 케추아(Quechuana) 족에게 천대받던 천민들이거나 '코파 카바나'에 있다가 스페인들에게 쫓겨 온 아이마라(Aymara) 족의 후예로 그들은 자신들을 '우로우로'라고 부르고 우로스 섬은 우로에서 이름이 유래했다.토토라라는 갈대숲을 깔아서 만든 섬은 원래 목적이 방어용으로 위험이 닥치면 움직일 수 있게 한 것으로 여러 섬들이 대부분 큰 망루(우리나라 시골 과수원의 원두막 형태 비슷함)를 가지고 있는데 이는 적의 접근이나 침략을 미리 탐지하기 위한 관측소 역할을 한다. 오늘날 우로스 섬은 페루의 유명한 관광자원이 되어 소득원의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섬이 있는 호수의 수심은 약 4~5m인데 비가 오거나 바람이 불면 섬이 이리저리 떠내려가 섬 한가운데에 장대를 꽂아 물속 깊은 지점까지 관통시켜 놓았고 갈대를 엮어 띄워 놓았지만 물속에 있는 갈대가 썩어 3주에 한 차례씩 다시 갈대를 베어낸 뒤 서로 엮어 그것을 위에다 깔아 놓는다. 이 섬의 사람들은 티티카카 호수에서 서식하는 물고기, 물새 등을 잡고, 밭에서 감자 등을 재배하며 생활하고 있는데 근래에는 관광객 상대로 생활하고 있는 사람도 많다.”
▶ 작은 우로스 섬 전경
여러 섬들 중에 한곳에 배가 멈추는데 대로 잘 지어진 집들도 그렇고, 바닥에 깔려있는 갈대들도 그렇고 사람이 사는 집이라기보다 일부러 만들어 놓은 세트장 느낌이다. 한 작은 섬에 도착해 보트에서 발을 디디니 푹신푹신한 느낌과 함께 오래 서있으면 물기가 발바닥에 스며드는 감을 느낄 수 있다. 갈대가 물에 뜨긴 하지만 많은 갈대를 깔아 인공 섬을 만든다지만 물에 오래 잠겨 썩은 것은 계속 새로운 갈대로 갈아 주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을 것 같다. 많은 사람들이 거주하면 무게 때문에 가라앉지 않을까 의문이 들었지만, 그들은 그 위에 집을 짓고 돼지도 기르고 있는 것이 참으로 신기하기만 하다.
▶ 우로스 섬에 대해 설명하는 현지 가이드
우리 일행은 가이드의 안내에 따라 원주민들이 생활상에 대한 설명을 삥~ 둘러앉아서 듣는다. 이곳 갈대의 섬은 너덧 채의 집 정도만 들어 설수 있는 작은 것에서부터 수백 명이 생활할 수 있는 큰 것 까지 다양한 크기로 형성되어 있었는데, 이러한 갈대로 만든 수십 개가 모여서 우로스 섬을 이룬 것으로 섬 내에는 어린이 유치원과 또 작은 초등학교, 우체국, 병원도 있다고 한다. 과거 이곳 우로스 원주민들은 호수에서 어망으로 송어과의 트루차(Trucha)라는 물고기와 까라치라는 물고기와 황소개구리를 잡고 엽총으로 호수가로 날아오는 철새를 잡아먹었지만, 자금은 현대식 보트를 타고 푸노로 나가 생필품을 구입한단다.
▶ 관광객을 상대로 민예품을 파는 우로스 여인들
가이드의 설명이 끝나자 우로스 섬 아낙들이 구슬 및 토토라로 만든 기념품을 사 달라고 한다. 작고 전통미가 있는 물건이지만 원체 물건 사는데 재주가 없고 갈대로 만든 공예품이라서 가지고 다닐 수가 없어서 사지를 못했는데 미안하다.
▶ 바사란 이름의 관광용 토토라를 엮어 만든 배
▶ 우로스 부엌
▶ 우로스 살림집 내부
난 섬 주변을 둘러본다. 티티카카 호수에서 자라고 있는 토토라를 엮어서 전통적인 방식으로 만든 퓨마 머리로 앞을 장식한 발사라는 배가 무척 인상적이다. 작은 카누에서 30m가 넘는 큰 배도 있는데 이들 배는 단단하기도 하지만 특히 물이 새지 않는다는 것이 놀랍다. 관광객을 맞이하는 뒤 쪽으로 살림집들이 있는데 집 밖에는 바닥을 흙으로 깐 취사용 화덕이 보이는데 화재를 방지하기 위한 것 같다. 집안이 슬쩍 들여다보니 옷과 이불만 보이고 아무 것도 없어 세간살이가 너무나 초라한 것 같다. 그들도 자신들이 그렇게 사는 것을 남에게 보여주는 것이 싫어서인지 자신들의 모습을 사진도 찍지 못하게 하고 들어오지 못하도록 한다. 그리고 그곳은 해발이 4천m에 가까운 고원지대고 호수 위라 햇빛이 비치는 곳에는 뜻하지만 그늘이나 밤이 되면 무척 추우며 풀로 만들어진 섬이니 불을 함부로 피울 수도 없어서 난방을 제대로 할 수 없기 때문에 춥게 살 것이다. 그들의 얼굴을 보면 생기가 없고 우수에 차 있는 것을 보게 되는데 그런 환경에서 산다면 누군들 그렇게 되지 않을까? 이렇게 살아야 하는 그들을 보면서 참으로 마음이 아프다.
▶ 우로스 섬의 망루
우로스 섬의 원주민들의 주 수입원은 관광객들에게 기념품을 판매하고 또 섬에 오를 때마다 이용하는 기본 방문비와 뱃삯으로 생계를 유지하는 것이 오늘의 실정임이 틀림없다. 그러나, 적어도 TV 속에 비춰진 우로스 섬의 모습은 우중충한 이날에 내가 직접 보고 느낀 우로스 섬의 모습과는 달랐는데 그들의 진정한 생활상을 보여 주지 않고 관광에 집중되어 너무 상업화한 것이 못내 아쉽다.
▶ 티티카카 호수의 일몰
▶ 우로스 섬에서 돌아오다 본 푸노의 야경
오후 5시 30분, 서서히 해가 지면서 호숫가는 금방 어두워지자 우리는 우로스 섬을 떠나는 보트에 승선한다. 선상에서 바라보는 푸노의 야경은 정말 아름답다. 보트는 전속력으로 물을 가르며 달려 오후 6시 경 푸노 선착장에 도착한다. 이어 선착장에 대기 중인 승합차에 올라 숙소로 향한다.
▶ 저녁식사와 함께 본 전통공연
호텔에서 대충 캐리어를 정리하고 인솔자가 미리 예약한 식당으로 저녁식사 겸 전통공연을 보러간다. 푸노의 전통공연은 보통 식사와 함께 식당에서 볼 수 있는데 식사비에 입장료와 공연관람 비용이 모두 포함돼 있는 1인당 50솔로 부담스럽지 않은 가격이다. 저녁식사를 마칠 무렵인 저녁 7시 30분부터 잉카 전통 피리연주를 시작으로 공연이 시작된다. 잉카의 애수어린 전통음악에 맞춰 화려한 민속의상을 입은 무용수들이 춤을 추기도 하고 악기를 연주하며 노래를 부르기도 한다. 세 명의 남자 무용수가 독수리 가면을 쓴 채 박력 있는 춤을 선보이는 것을 하이라이트로 공연은 모두 끝이 난다. 9시까지 한 시간 반가량 이어지는 공연은 페루인들의 전통 음악과 문화를 엿볼 수 있어 그런대로 볼 만한 공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