口蜜腹劍(구밀복검)
‘입에는 꿀(蜜)을 바르고 뱃속에는 칼(劍)을 품고 있다’는 뜻의 이 고사성어는 11세기
북송(北宋)의 사마광(司馬光)이 지은 중국 역사서 자치통감(資治通鑑)에 있는 말로서
겉으로는 달콤한 말과 행동을 보이지만 속은 상대방을 속이거나
해치기 위한 생각을 하는 겉과 속이 다른 사람을 가리키는 말이다.
중국 당나라 현종(玄宗, 685-762년) 때 이임보(李林甫)라는 간신(奸臣)이 있었다.
그는 뇌물과 아첨으로 왕의 신임을 얻어 재상이 되었고 권력을 유지하기 위하여
자기보다 나은 사람이나 자신의 위치를 위협할만한 사람들이 있으면
겉으로는 친한 척 대하고는 뒤로는 모사(謀事)를 꾸며 제거하는
악랄한 수법을 썼는데 그 후 이 말이 전해지게 되었다고 한다.
이와 비슷한 뜻의 고사성어 또는 사자성어(四字成語)는
면종복배(面從腹背: 앞에서는 굽신대고 뒤로는 배신함),
표리부동(表裏不同: 겉과 속이 다름),
양두구육(羊頭狗肉: 양의 머리를 걸어 놓고 개고기를 팜),
소중유검(笑中有劍: 미소 속에 칼을 품고 있음) 등의 말이 있다.
‘믿었던 사람이 뒤통수 친다’라는 우리 말도 같은 뜻이다.
‘사람은 첫인상이 중요하다’라는 말도 있지만
‘사람을 겉을 보고 판단해서는 안 된다’라는 뜻의 물취이모(勿取以貌)라는 말도 있는데,
순자(荀子)는 비상편(非相篇)에서
‘형상을 관찰하는 일은 마음을 논하는 것보다 못하다’라고 말했다.
다른 사람과의 관계에서 우리를 가장 힘들게 하는 것은
겉과 속이 다른 사람을 만나 배신 당하여 상처를 받거나 피해를 보는 경우이다.
상대방의 잘생기고 사람 좋아보이는 얼굴, 유려한 말솜씨, 화려한 배경에 넘어가
진짜 모습을 보지 못하고 속아서 사기를 당하거나 인생을 망치기도 한다.
국가적으로 국민이 그런 겉다르고 속다른 음흉한 정치인에게 속아
나라를 맡기게 되면 그 나라는 혼란하고 위태롭게 될 수 밖에 없다.
이 말이 유래한 간신 이인보는
말도 잘하고 머리가 뛰어나고 정치적 수완도 좋은 사람이었겠지만
탐욕이 지나쳐 남을 해치는 것을 대수롭지 않게 여긴 나쁜 사람이 되었던 것이다.
역사적으로 수많은 독재자나 잘못된 사상(思想) 또는 이념이 등장했을 때 국민들이
그 실체(實體)를 제대로 보지 못하고 교묘한 선전에 다 속아 넘어가서
개인적으로나 국가적으로 엄청난 고통을 받는 일이 많았다.
히틀러의 나치 사상에 독일 국민이 모두 속아
2차 세계대전을 일으켜 전범국이라는 오명을 쓰게 되었으며,
마르크스와 레닌의 공산주의 사상에 러시아, 중국, 북한의 순진한 국민들이 모두
속아 넘어가서 사상과 이념의 노예가 되어 여전히 인간으로서의 자유와 행복을
누리지 못하고 고통받는 삶을 살고 있지 않은가.
그들이 처음 이러한 사상에 대하여 들었을 때 얼마나 달콤했겠는가?
그 달콤함의 뒤에 숨겨진 고통과 배신의 댓가를 지금도 그들은 받고 있다.
수백 수천만의 대중이 불과 몇 사람에게 속아 넘어가 불행에 빠지는 역사를 보면
올바른 사람을 지도자로 선출하는 것이 현대 사회에서 얼마나 중요한지 알 수 있다.
그러므로 사람을 볼 때 신언서판(身言書判: 모습, 말씨, 글, 판단력)을
모두 보아야 한다는 옛말은 지금도 여전히 유효한 것이리라.
다른 사람과 처음 만나 교제를 시작할 때, 특히 나라를 이끌어갈 지도자를 선출하는
중요한 일에 있어서는 겉모습과 달콤한 말, 공약보다는 검증된 인품과 인성(人性),
말하는 자세와 특히 정직성, 행동의 올바름, 글로 표현된 생각의 사려 깊음,
사리 분별 능력 등을 종합적으로 보는 것이 필요하다.
소셜미디어를 통해 사람을 현혹하고 판단을 흐리게 하는 가짜 정보가 세상을 어지럽게
하는 요즘 세상에서는 구밀복검(口密腹劍)에 해당하는 사람을 구별해 내기 위하여
더욱 신중하여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