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과 서울 책 여행 잘 다녀왔습니다.
그야말로 아이들이 준비하고 아이 둘레 사람이 도운 여행이었습니다.
잘 걷고 잘 보고
잘 먹고 잘 쉬고
잘 놀았습니다.
아이들 가까이에서 하루를 보내며
고마웠던 순간이 많아요.
공유하고 싶어요.
# 하윤이
늘 의욕이 넘치고
많이 찾아보고 준비하는 하윤이를 보면
멋있고, 닮고싶고, 그 에너지에 저도 힘을 받아요.
하윤이가 얼마나 준비를 철저하게 했냐면요.
숙소팀으로서 숙소 홈페이지와 각종 리뷰, 로드뷰는 물론이고
롯데월드 홈페이지, 앱, 후기 글을 싹 찾아보고 알려줬어요.
어느 놀이기구는 예약제이고, 어느건 그냥 타도 되는건지
알아보지 못했다면 헤맸을 것 같은데,
하윤이 덕분에 놀이기구를 9개나 탔어요.
심지어 모르거나 궁금한 건
직원을 찾아가 공손하게 묻고 친구들에게 알려줬어요.
때로 우리는 길가에서 의논할 일이 많았습니다.
덕분에 인파에 밀리고 치이기도 했는데요,
그러면서도 언제나
죄송합니다
감사합니다
안녕히계세요
고맙습니다
이 오디오 속에는 늘 하윤이의 쨍한 목소리가 있었어요.
아마 서울 사람들이 "저 씩씩한 아이는 누구지?" 했을거예요.
아이들의 사기를 높여주고,
빈 오디오를 채워주기도 하고,
좋은 아이디어가 있으면 제안하면서도
더 좋은 아이디어가 있을 땐 쿨하게 승낙하는.
그런 하윤이와 함께여서 이번 여행은 특히 즐거웠어요.
# 규리
여행에서 교통편을 계속 체크하는 것이
체력소모가 상당히 큰 일이라는 것을 압니다.
규리는 묵묵히 자신의 수첩을 들여다보고,
그때그때 바뀌는 노선을 확인하며
여행에서 친구들을 이끌었습니다.
그러면서도 규리는 지친 내색 하지 않고,
오히려 주변 친구들에게 고마워했어요.
야식으로 치킨 먹은 날
편의점에서 다 같이 음료수를 샀어요.
축구카드에 정신이 팔려 정작 산 음료수를 두고 갔을 때,
규리가 혼자서 그 무거운 음료수를 챙겨왔습니다.
규리는 언제나 친구들이 놓친 것을 챙겨주고,
자신이 힘들 땐 묵묵히 그 힘듦을 삼켜요.
그러면서도 종종 밝게 웃으며
친구들과 즐겁게 잘 놀아요.
이 여행모임에 규리가 있어 다행이에요.
# 서로
서로는 처음부터 계산에 자신있었던 건 아니었습니다.
그럼에도 이번 여행에서 회계를 담당했습니다.
서로는 집에서 계산기를 가져오고,
예상 지출 내역을 프린트해 들고다녔습니다.
결제 내역을 그때그때 확인할 수 있는 게 아니기에
영수증을 모아, 우리가 돈을 얼마 썼는지 계산해야 했습니다.
편의점에 가든
빙수를 먹든
치킨을 사든
친구들이 "서로야~~ 카드!" 하면
서로는 계산기, 카드, 종이, 볼펜을 꺼내듭니다.
시간이 조금 걸려도 괜찮아요.
서로가 맡은 일을 해내도록 우리는 기다렸어요.
서로에게는 이번 여행이 '수학 여행' 이었을지도 몰라요.
서로는 이번 여행에서 가방을 잠시 잃어버리기도 하고
인형을 숙소에 두고 오기도 했어요.
그럼에도 끝까지 회계로서 자신의 맡은 일을 해냈습니다.
아무리 피곤하고 지쳐도, 마지막 샌드위치까지 잘 계산했어요.
자신의 열심을 타인에게 증명하는 서로의 모습은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것 같아요.
저도 서로처럼 열심있는 사람이고 싶습니다.
# 은우
여행에서 감사와 기록을 담당한 은우.
잘 감사하고 잘 기록하는 것은 때때로 놓치기 쉬운 부분이기도 해요.
그런데 은우는 놀랍도록 (오히려 무섭도록) 자신의 역할을 해냈습니다.
서울책여행 단톡방에 쌓이는 수많은 사진들..
행적이 바뀔때마다 은우는 재빠르게 상황을 공유했습니다.
아이들이 어떻게 여행하고 있는지,
제가 부모님들께 알려야 했다 해도 은우만큼 잘 할 자신이 없어요.
은우가 참 부지런했어요.
그런 은우 덕분에 여행이 더욱 풍성하게 기억에 남는 것 같아요.
"제가 사진 보내는데
원래 다들 반응 해줬었는데 이제는 안해줘요..
제가 너무 많이 보내서 귀찮은가봐요."
아니야 은우야.
너가 찍은 사진 하나하나 보시느라 그러시는거야.
은우의 역할은 아직 남아있어요.
이렇게 남긴 기록을 모아 근사하게 발표할 은우 모습이 기대됩니다.
# 선빈
여행 가서 무엇을 먹을까? 고민하는 일이 참 쉽지 않아요.
너무 맛집을 고르면 기다리다 지치고, 맛없는 걸 먹으면 괜히 속이 상하니까요.
선빈이는 도서관에서 이번 여행을 준비하며
근처 맛집, 롯데월드 식당, 편의점 위치 하나하나를 꼼꼼히 적어두었습니다.
덕분에 우리는 1박 2일동안 맛있는 것을 잔뜩 먹었어요.
그리고 선빈이는요
동생들이 다 지쳐 녹아내릴 때,
끝까지 저와 창덕궁을 돌아다녔습니다.
뜨거운 낮에도 초록모자를 쓰고
우리가 읽었던 책의 장소를 끝끝내 찾아가는 집념.
저는 선빈이에게서 그런 집념을 봤습니다.
동생들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면서도
중전마마놀이같은 발랄한 놀이 할 땐 또 색다른 매력을 보여주는 선빈이.
선빈이가 없었다면 이만큼 재밌는 여행이 되지 못했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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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고보니 하나같이 즐거운 추억들 뿐인 이번 서울책여행, 안전히 잘 다녀왔습니다.
응원 격려 지지 도움주신 분 모두 고맙습니다.
선빈 은우 서로 하윤 규리 이 다섯 아이들이라면
앞으로의 책여행, 졸업여행, 우정여행.. 참 즐거울 것 같아요.
아이들의 다음 여행을 응원합니다.
첫댓글 반짝반짝 빛나는 아이들, 빛나는 아이들 한 명 한 명 귀하게 바라보는 하영 :)
전 이 글이 참 감동적이에요.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