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처럼
아직은 많이 무덥습니다. 낮엔 뜨겁습니다. 조금만 움직여도 등줄기로 목덜미로 땀이 타고 내립니다.
가을 볕이 뜨거워야 곡식이 잘 여물고 가을 겨울에 먹을 거리들이 풍성해진다는 어른들의 말씀이 있긴 하지만 유난히 덥고 길고 오래가는 올해의 무더위입니다. 사람들은 우스갯소리로 앞날을 생각해보면 올해가 가장 시원한 여름일거라고합니다. 웃을 수만은 없는 현실 날씨입니다.
이 더위 속에서도 어김없이 다음 계절이 오고 있음을 알려 주는 것 중의 하나가 먹거리들입니다.
남아 있긴 하지만 한여름 우리를 시원하게 해 주던 수박 참외같은 과일이 들어가고 한여름 뜨거운 햇볕에 맛있게 영글은 사과 배같은 과일들이 나옵니다. 밤 감 대추등도 이어 나올겁니다. 옥수수가 들어가고 햇고구마가 진작 나와 있습니다.
그렇게 조금은 시원해진 바람결이 바뀌는 먹거리들이 새로운 계절이 다가 오고 있음을 알려줍니다.
매일 먹는 먹거리들은 준비가 수월하고 편리한 마트를 자주 찾게됩니다. 예전엔 아침잠이 일찍 깨면 새터시장에, 2/7 통영장이 열리면 중앙시장에 구경삼아 평소에도 자주 찾았습니다.
새벽을 여는 새터시장은 모든 것들이 펄떡거립니다. 살아 움직입니다. 오가는 사람들로 복잡하지만 활기찹니다. 그 사람들 사이에서 움직이는 나도 가슴 두근거리며 덜깬 아침잠을 깹니다. 큰 소리가, 웃음들이, 사람들 사이를 오갑니다. 어스름 속에서 움직이는 그들은 감동입니다.
한 손에 또는 양손 가득 시장을 담아가는 사람들의 얼굴이 따뜻합니다.
새벽을 동동거리고 아침을 맞이합니다. 누군가에겐 고요한 새벽이 지금 여기 이 사람들에겐 따뜻하고 치열한 삶의 하루가 시작 되는 곳입니다.
중앙시장은 2/7오일장이 되면 발디딜 틈이 없는 곳입니다. 상시에도 많은 관광객들과 함께 항상 사람들로 붐빕니다. 코로나 펜데믹 현상을 겪으며 예전보다 경기가 많이 힘들어졌지만 그래도 시장속에서의 우리네들 삶은 계속 이어집니다. 쫒기듯 바쁘게 시장을 보지 않아도 돼서 시간적으로 여유롭습니다.
장날엔 장날답게 색색깔의 파라솔에 온갖 것들이 줄지어 펼쳐집니다. 장날에만 볼 수있는 신기한 생활용품들도 나옵니다. 지나는 사람들이 이것 저것 살피며 구경하고 흥정합니다. 물건들과 사람들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호시절 예전처럼은 아니지만 그래도 장날엔 사람이 많고 물건이 많고 돈이 오고 갑니다.
장구경 나왔는데 빈 손은 안됩니다. 손엔 옛날과자, 채소 두어가지, 저녁에 소주 한잔과 함께 할 생선회가 들려있습니다.
없는게 없는, 먹거리가 좋은 시장입니다.
시장은 맛있습니다.
살아가는 사람들의 얼굴을 보고, 소리를 듣고, 걸음을 맞추며 어우러져 살아갈 수 있음을 배우는 곳이 시장입니다.
선선해지는 계절이 오면 시장 나들이가 잦아질 것같습니다.
2024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