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을 하나 갖고 싶다고 말했다
아주 작아서 내 눈에만 보이는 창을
사람들은 으레 그랬듯 그저 스쳐 지나갈 것이고
나는 그 작은 곳에 눈을 대고 밖을 보기로 했어
틈 사이로
가진 것들이 보였다 너무도 많고 때로는 아무것도 없고
많아서 우는 사람들
없어서 우는 사람들
우리 모두는 이렇게 불행함을 하나씩 눈에 넣었지
이곳을 떠나면 행복해질 거라는 사람들
그들은 지금 어디에?
빙하를 뚫고 도달한 곳이 빙하라니요!
그곳도 돌았다 빙글빙글 꼭짓점도 결국에는
그대는 미치어 있는가
그대는 미쳐 있던가
아 다르고 어 달라서 우리 마음먹기에 달렸다고
아프리카의 한 부족은 뱀을 피해 장대에 올라간다고 했다
점점 더 길어지는 그림자들
우리의 그림자가 세상을 덮을 때
내가 사랑하는 것들을 놓치고 싶지 않아,
깨진 창문을 다시 기우는 사람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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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선소감]원수현 불안과 위로하는 詩 사이서 고군분투할 것
제게 시는 애증의 대상이었습니다. 너무나도 사랑해서 너무 미웠죠. 처음 시를 써야겠다고 다짐했던 날도 두 마음을 동시에 품었던 것 같습니다. 살아야겠다 결심했지만 나는 누군가에게 위로를 줄 수는 없으리라는 마음.
글쎄요. 조금은 막막합니다. 이제 막 신발을 신었고 우리는 늘 앞으로 나아가는 일에 익숙하지만요. 어쩌면 발자국만 남긴 채 사라질 수도 있겠지만, 제가 어디까지 갈 수 있을지는 그 누구도 모르는 일 아니겠습니까.
그래서 웃음이 납니다. 움트는 불안과 그것을 위로하는 시 사이에서 저는 매일 고군분투할 테니까요. 그 잔해가 켜켜이 쌓이면 언젠가 당신에게 듣고 싶습니다. 수고했다고.
추운 겨울입니다. 마음 둘 곳 하나 마땅치 않은 계절이지만 소란을 삼키는 흰 눈이 내리기를. 간절히 기원하겠습니다.
제 이름을 보시고, 제 글을 읽어 주시고 또 이 소식을 듣고 기뻐해 주실 분들께 미리 감사 인사를 전합니다. 한 분 한 분 적지 못했지만 우리의 만남이 시가 되었습니다. 옆에 있어 주어 고맙습니다. 제 사랑이 더 넓어지기를. 제가 더 큰 그릇이 되기를 기도해 주십시오. 저는 계속 쓰겠습니다.
[약력]
-추계예술대학교 문예창작과 졸업
[심사평/김성춘]주제 향해 언어를 끌고가는 솜씨 뛰어나
심사를 하며 혹시 놓친 시가 없는가 몇 번을 반복하면서 응모작을 읽었다.
최종까지 선자에게 남은 작품은 4편으로 압축되었다. 최종까지 남은 네 분의 작품들은, 저마다의 색깔이 분명하면서도 소소한 일상을 아름다운 서정의 언어로 건져 올리거나, 은유에 의한 부드러운 이미지의 시편들로, 자신의 내면을 시로 잘 형상화하는 테크닉이 돋보이는 작품들이었다.
고심 끝에 선자는, 198번의 ‘백야(白夜)’를 당선작으로 낙점했다.
당선작 ‘백야’는 우선, 언어의 소통이 잘 되고, 메시지가 분명해 설득력과 안정감을 주었다 그리고 주제를 향해 언어를 끌고 가는 솜씨가 뛰어났다. 백야는 우리 시대 삶의 은유다. 불확실한 현실에 대한 우리의 막막한 삶을, ‘백야’라는 감각적 현상을 통해 우리 삶에 비유하면서 잔잔한 이미지로 형상화시키는 능력이 눈길을 끌었다.
또한 다른 응모작들 보다 수사적 화려함은 덜하지만 삶에 대한 깊은 성찰과 부드러운 이미지가 돋보였다. 그리고 당선자의 작품들 모두가 시적 완성도 면에서 다른 응보자들보다 월등하게 높아서 오랜 창작의 내공을 느끼게 했다는 점, 이 점 또한 선자에게 깊은 신뢰감을 주었음을 밝힌다
[약력]
-1974년 시 전문지 <심상> 제1회 신인상
-시집 <방어진 시편>, 시선집 <피아노를 치는 열개의 바다> 등
-전 국제펜한국본부 경주펜 회장, 수요시 포럼
대표, 동리목월 기념사업회 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