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색안경
250321 송언수
“우와 역대급 가격이다.”
오늘 안경을 하나 맞추었다. 해를 마주하고 걷다 보면 눈이 부신데, 나이가 들수록 그게 부담스러워진다. 인상을 쓰게 되니 주름살이 깊어지기도 하고, 눈이 시려서 눈물이 흐르기도 한다. 선글라스를 꺼내 들긴 하지만, 휴양지면 모를까 시내에서 쓰고 다니기엔 알이 너무 커서 민망하기도 했다.
일전에 남편이 해준 수입산 변색안경을 잃어버린 후로는 다시 맞추기도 부담스러워서 모자를 쓰거나 모른 척하고 선글라스를 쓰기도 했지만, 앞으로 햇살이 더 독해질 것을 생각하면 시내에서 쓸 변색 안경이 필요하긴 했다.
오늘 병원에 갔다가 집에 돌아오는 길에 안경점을 지났다. 다른 때는 그냥 지나치던 곳이다. 오늘은 발이 절로 멈춰 섰다. 한 번도 들어가 본 적 없는 곳이긴 한데, 마음속으로 안경 생각이 계속 자라고 있었나 보다.
하얀 뿔테 안경을 쓴 아가씨가 반갑게 맞아준다. 그녀의 말하는 톤이 연극 대사 톤이라서 살짝 마음이 가벼웠다. 시내에서 쓸 변색 안경을 하고 싶다고 했더니 이런저런 설명을 하고 안경테를 골라준다. 너무 작으면 햇살 가리는 용으로는 효과가 적고, 너무 크면 실내에서 색이 사라졌을 때 바보 같아 보이기도 한다면서 적당한 크기의 것으로 골라내어 준다. 내가 고르는 것에 대한 자기 생각을 이것저것 보태어 알맞은 것을 고르게 해주었다.
도수를 재더니, 시력이 나쁜 편은 아니라며 도수를 그대로 맞추면 걸어 다닐 때 어지러울 수 있다면서 한 단계 아래로 하는 게 좋다고 한다. 어차피 안 쓰고도 다니긴 하니까 별 문제될 건 없어 보였다.
지난번 안경집에서는 국산과 수입에 대한 설명을 하고 기왕 하는 거 좋은 거 하라며 수입을 권했다. 이 아가씨는 일언반구 그런 말 없이 두꺼운 것과 개량하여 얇은 것이 있다고 선택하라 했다. 가벼운 것이 좋겠다니 얇은 것으로 5만 원, 안경테는 2만 원으로 총 7만 원 이란다.
10년도 전에 통영에서 10만 원 대로 몇 번, 2년 전 부산에서 20만 원 대로 한 번 하였으니, 7만 원이면 역대급 가격이다.
사실 안경은 알이 깨지거나 망가져서 못 쓴 적이 없다. 늘 잃어버려서 못 쓴 기억뿐이다. 그 비싼 안경을 잃어버리고는 얼마나 아까웠던가. 이번 안경은 필요해서 구입하기는 하였으나, 가격도 마음에 든다. 문을 나와 마주한 햇살에 안경알 색이 까맣게 변했다. 눈이 한결 시원하다. 그거면 되었다. 올해 봄 햇살에도 마음껏 밖으로 나가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