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又
길에서 헤어져 뜬구름처럼 소식이 막힌 이래, 일상의 안부 어떠신지요? 그저께
배편이 도착했다는데, 서울 소식은 평안하답니까? 노복 간(幹)이 비록 준비했다
하더라도, 어떻게 거친 장요미(長腰米)315를 찌어 쌀죽을 끓이고, 조적(潮謫)316처
럼 적두(赤豆)317로 밥을 짓고, 팥죽과 보리밥318으로 배를 불리겠습니까? 위로되는
바는 목생(睦生)이 도착한 일인데, 황홀하기가 마치 오래 묵은 병이 나은 듯하더군
요. 방연(方淵)의 좋은 언약, 혹시 귀로(歸路)에 과연 가능하시겠습니까? 만에 하
나 들리지 못하신다면, 편지를 써서 부치려고 하는데 학수고대하는 심정, 어찌 한
탄하지 않겠습니다? 편지를 받은 날 저녁에 답장 드리며, 항상 예를 갖추지 못하고
절하여 보냅니다319
. 신산함이 마치 돌처럼 희어지는 것 같습니다.
別路浮雲遮以來 眠食問若何 再昨船便到洛中消息平安耶 奴幹縱有辦 何
由飽蒸沙長腰糜 潮謫赤豆飯滹沱 所慰睦生至 怳若痊沉痾 方淵佳約 倘
可果歸路 寧不過 裁書欲有寄 矯首情堪嗟 卽夕恒欠頓 酸辛類石皤
315. 장요미(長腰米) : 모양이 좁다랗고 길쭉한 쌀의 일종, 전자(箭子)라고도 한다. 한수(漢水) 가에서 산출되는 절품
(絶品)으로 꼽힘.
316. 조적(潮謫) : 조주(潮州)에 유배되었던 한유(韓愈).
317. 적두(赤豆) : 붉은 팥, 남쪽 복건(福建)지방에서 많이 생산됨.
318. 보리밥 : 호타(滹沱)란 광무제(光武帝) 유수(劉秀)가 칭제(稱帝)하기 전에 요양(鐃陽) 무루정(無蔞亭)에서
풍이(馮異)에게 팥죽을 대접받아 배고픔을 면했던 고사로부터 팥죽과 보리밥에 호타(滹沱)의 이름을 붙이게
되었다.
319. 절하여 보냅니다 : 흠돈(欠頓)이란 이름을 적는 예를 갖추지 아니하고 절하여 보낸다는 뜻, 편지 말미에 붙이는
관용적인 표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