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노와 애통을 다루는 법 : 감정의 리더십
주지하듯 정조는 다양한 감정을 품고 살았던 군주입니다. 자신의 의지와 관계없이 개인적 비극과 정치적 긴장의 한가운데에 놓여 있었습니다. 아버지 ‘사도세자의 죽음’은 그에게 슬픔을 넘어 ‘비극과 공포, 애통과 분노’라는 복합적 감정을 남겼습니다. 하지만 그는 이런 감정을 그대로 드러내지 않았습니다. 드러내는 순간, 그것은 기득권 세력의 정치적 무기로 활용되거나 ‘조정의 안정성을 해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정조가 어린 시절부터 감정을 숨기고 관리하는 법을 터득한 이유입니다. 그는 하루하루를 돌아보며 자신이 어떤 감정에 흔들렸고, 그 감정이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기록으로 남겼습니다. 그의 기록엔 ‘번뇌가 많았다’거나 ‘분노가 치밀어 올랐으나 절제했다’는 문장들이 심심찮게 등장합니다. 군주의 감정이 자칫 큰 파장을 낳을 수 있다는 점에서 관리한 것입니다. 그럼에도 정조는 마냥 감정을 억누르고 있진 않았습니다.
그는 이를 ‘통치의 자원’으로 전환시켰습니다. 아버지의 비극을 복수나 감정적 보복의 도구로 삼지 않고 오히려 공정한 정치 구조로 승화시킨 것입니다. 그리고 정조는 감정에 휘둘리지 않기 위해 예(禮)를 지키며 살았습니다. 그에게 ‘예’는 곧 감정을 컨트롤하는 장치였습니다. 즉 예를 지킨다는 것은 감정보다 원칙에 따라 움직이는 것으로, 군주의 판단 기준을 외부의 시선이 아닌 ‘자신이 설정한 규율에 따르는 것’입니다.
현대적 관점에서 보면 ‘감정 지능[Emotional Intelligence]’이 뛰어난 리더였습니다. 이는 아버지의 죽음을 초래한 ‘감정적 정치와 편향적 분노, 무책임한 판단의 폐해’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정조 스스로 “나는 감정이 아닌 원칙으로 움직이는 군주가 되겠다.”는 다짐에서도 그의 감정 지능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결국 ‘정조의 감정 리더십’은 그가 단단한 리더로 성장할 수 있었던 ‘가장 깊은 뿌리 가운데 하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