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을 부르는 '향기조각', 자스민차
‘만리향차’로 잘 알려진 자스민차는 중국음식점에 가면 으레 요리와 함께 나오는 차로 중국인들이 우리네 '숭늉'처럼 가장 많이 마시는 차이기도 하다. 일반 대중들이 선호하는 차여서 가격도 싸고 품질도 다양하며 거의 대부분이 진품에 속한다.
차의 원료인 자스민꽃의 주산지는 광시성(广西省) 방성항(防城港)으로 여행자의 말에 의하면 자스민이 활짝 핀 계절에 방성항을 찾으면 꽃향이 날아와 어디서든 자스민의 향기를 맡을 수 있다고 한다. 또한 그곳 사람들은 매우 친절하고 인심이 좋기로 유명하다. 추측해 보건대 그것은 자스민에 함유된 항우울제 성분이 사람들에게 즐거움과 낙천적인 성격을 갖게 해 절로 마음을 평화롭게 만든 것이 아닐까.
자스민 꽃은 일찍이 ‘사랑의 꽃’으로 유명하다. 그와 관련해 인도에서 전해오는 일화 하나를 소개한다. 한 소심한 청년이 짝사랑하는 여인이 있었는데 평소 너무나 냉담하고 차가워 접근할 엄두조차 못 내고 마음속으로만 그리워하다 결국 상사병에 걸려 시름시름 앓게 되었다. 청년은 ‘이러다가 그녀의 얼굴도 못보고 죽겠구나.’라고 한탄하며 마지막 힘을 내어 들판으로 나가 여인에게 바칠 자스민 꽃을 꺾기 시작했다.
청년은 자스민 꽃다발을 들고 그 여인의 집을 찾았으나 없던 용기가 생길 리 만무했다. 결국 청년은 여인의 방문 앞에 서서 곱게 잠든 여인의 아름다운 모습만을 바라보다가 결국 죽고 말았다. 이튿날, 여인은 방안 가득한 꽃향기를 맡으며 자신의 창문 앞에 놓여진 자스민 꽃다발을 발견했다. 마음이 평화로워지고 불현듯 사랑의 감정이 샘솟듯 밀려오는 것을 느꼈다. 이전과 달리 너무나 아름다워진 세상의 풍경 속에 잠든 청년의 모습이 보였다. 여인은 단숨에 사랑의 감정이 복받쳐 올라왔으나 이미 싸늘한 주검이었다. 갑자기 찾아온 불같은 사랑과 혹독한 죽음 앞에 여인은 결국 미쳐 자스민 꽃을 머리에 꽂고 떠돌아다니다 죽었다고 한다. 이후, 인도에서는 연인에게 자스민 꽃을 선물 받으면 머리에 꽂아 변함없는 사랑의 상징으로 삼게 되었다.
자스민차는 화차(花茶)라는 명칭이 무색할 정도로 향기로워 아예 향기조각이란 의미의 ‘향편차(香片茶)’라 불리기도 한다. 특히 여성이 마시면 출산과 젖의 분비를 촉진하고 분만 후 회복을 돕기 위한 마사지용으로도 좋다. 또한 몸을 따뜻하고 부드럽게 하며 경련을 진정시키고 아토피성 피부염과 기타 피부질환에 도움이 되지만 몸에 바를 경우 매우 강한 자극이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아침, 저녁 하루에 두 번 정도 마시면 비타민 등의 영양소가 있어 간단한 식사대용으로 좋다.
사랑하는 연인에게 자스민 차를 선물해 보자. 인도의 전설처럼 그 향기에 중독된 연인이 그대에게 사로잡혀 사랑의 포로가 될 지도 모르는 일이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