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정신편의 농사에 대한 구체적인 이야기가 시작되었습니다.
더러 현대와 동떨어진 부분은 생략하기도 했습니다.
소와 사람의 힘으로만 농사짓던 시대!
어쩌면 다시 그런 시대가 올수도 있으니 잘 읽어두면 좋은 공부가 될 듯싶습니다.
농사의 시작과 끝이 김매기라는 말에 전적으로 동감한다.
적게는 3번에서 많게는 6번이나 김매기를 했으니, 옛날 농사꾼들은 참으로 힘들었겠구나 생각이 든다.
풀과 마주하게 될 올 여름이 겁나기도 하고 기다려지기도 한다.
배수방법(排水術)
대개 점성을 지닌 흙의 표면에 물이 고이면 식물이 살지 못한다.
식물은 더운 공기에 의지해 식물을 성장시키는데, 빗물이 표면에 고여 있으면 그 땅이 차가워져서 살지 못한다.
그러므로 고인 물이 땅속으로 스며들면 자연히 온도가 고르게 되므로 배수에 신경을 써야한다.
배수통을 만들어 밭에 묻으면 배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큰 단지 사방에 구멍을 뚫어 밭의 가장 낮은 곳에 배수로를 파고, 배수로 가장 아랫부분에 4~5자 깊이의 구덩이를 파고 배수통을 묻는다. 비가 오면 물이 차 넘치다가 시간이 지나면 물이 줄어든다.
배수를 하면 나쁜 땅이 기름진 옥토로 변하는 것은, 땅에 공기가 들어오기 때문이다.
토질이 점점 가볍고 푸석해져서 김매는 수고도 덜 수 있다.
재배법
김매고 개간하는 것이 재배의 시작이요, 사이갈이(中耕: 중기 제초)하는 것은 재배의 끝이다.
재배의 시작
농사를 짓지 않던 새 밭을 개간하는 방법에는 소화(燒火:불태우기)와 소착(疏鑿:도랑 치기)이 있다.
해마다 농사를 짓는 숙전을 경작하는 방법으로는 정쇄(精碎), 연팽(軟膨), 유지(維持), 압진(鎭診)의 네 가지 방법이 있다. 이러한 방법으로 흙의 성질을 바꾸어 씨를 뿌리고 농사를 지을 수 있다.
①소화(燒火)
황무지 개간 시 가을과 겨울 동안 그 땅에 난 초목을 베어내고, 다음해 이른 봄에 건조 후 태우고 쟁기질 하는 것을 말한다.
첫해는 메밀, 조, 기장을 심는 것이 좋다.
메밀은 3모작이 가능하다.
춘분에 씨앗을 뿌리면 5월초에 성숙하고, 또 바로 심으면 7월 중순에 성숙하고, 또 바로 심으면 9월 하순에 성숙한다.
그 후에는 보리, 완두, 잠두, 겨자를 심을 수 있다.
새 밭은 3년이 지나면 숙전(熟田)이 된다.
물을 잘 대 준다면 논으로 만들 수 있다.
②소착(疏鑿)
역시 개간에 사용된다.
산이나 구릉, 황야와 숲 덤불을 새로 개간하려면, 땔나무와 잡목은 베어내고 그 뿌리와 그루터기도 남김없이 파내야한다. 소를 이용해 가로세로 쟁기질로 지면을 평탄하게 한다.
보습을 숙전에 사용할시 날이 부러질 수 있으니 구리나 철로 만드는 것이 좋다.
③정쇄(精碎)
이미 소착을 거친 후에 그 흙을 부드럽고 곱게 가는 것을 말한다. 즉, 숙전을 갈아주는 것이다.
써레, 쇠스랑, 곰방메 등을 이용해 덩어리 진 흙이 없도록 곱게 갈아준다.
흙덩이가 조금도 뭉치지 않도록 풀어주어야 거름이 대지의 양분과 적절히 섞여 가뭄과 장마에도 피해를 보지 않는다.
또한 명충(마디충)이나 메뚜기의 피해가 없어 풍년이 든다.
④연팽(軟膨)
대체로 땅이 지나치게 단단한 곳에 사용하는데, 잔가지나 풀을 사용한다. 지금으로 말하자면 잔가지나 마른 풀을 밭에 깔아 흙과 잘 섞어 땅을 부드럽게 만들어 주는 것이다.
⑤유지(維持)
대체로 도니나 노토, 모래흙의 경우처럼 가볍고 푸석해 지력이 지나치게 떨어지는 땅에 사용한다.
이런 땅에 정쇄법을 사용하면 그 성질이 더욱 허약해지기 때문에, 우선 석회(물질을 뭉치게 하는 성질이 있다)나 초목회(나무나 풀의 재)를 뿌려 번갈아 갈아준다.
비가 오면 즉시 잘 부수어 씨를 뿌리고, 비가 오비 않으면 물을 뿌려서 습기를 유지해준다.
또 늪지의 진흙이 쌓인 곳에는 나무를 베어 집어넣고, 그 위에 객토를 하여 물이 늘 얕게 고이도록 유지한다.
이것을 유지법이라한다.
⑥압진(壓診)
도니와 노토로 이루어진 밭은 흙이 아무리 깊게 쌓여 있어도 그 성질이 가벼워 바람에 날려 이랑과 고랑의 구분이 없어질 수 있다.
이런 곳에는 재 종류나 해조를 담갔던 물을 고루 뿌려주면 저절로 엉겨 흙이 단단해진다.
이것이 압진의 한 방법이다.
그리고 소금항아리의 흙이나 가마솥의 흙, 창고의 흙을 해조(海藻:바다풀)나 하조(河藻:강풀)에 담갔던 물에 섞어 고루 뿌려주면 흙을 단단하게 할 수 있다.
다른 방법으로는 소나 말을 밭에 풀어 놓아 밟게 한다.
보리나 목화밭은 심고 나서 밟아주면 풍성한 수확을 얻을 수 있다.
숙전에 봄갈이를 하려면, 맑은 날 쟁기질을 하고 바로 써레질을 한다.
만일 쟁기질한 상태로 방치하면, 비가 자주 내려 양분이 물에 씻겨 내려갈 수 있다.
여름철 밭갈이는 우선 얕게 갈아 쑥을 죽이고 점차 깊이 갈아서 위와 아래의 흙을 서로 섞어준다.
지나치게 깊이 가는 것은 금물이다.
황폐한 밭을 갈 때는 처음에는 깊이 갈고 나중에 얕게 갈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흙이 고르게 되지 않는다.
가을갈이는 쟁기질 후 햇볕에 말린 후 써레질을 해야 한다.
가을밤에는 이슬이 많아 말리지 않으면 흙이 뭉친다.
사이갈이하기
모를 심은 후 한번이나 두 번 김을 매 주는 것을 말한다.
대개 곡식 종자는 손님과 같고 잡초 씨앗은 주인과 같아서 있는 힘을 다해 김매지 않으면, 잡초가 양분을 흡수하여 반드시 작물의 양분까지 빼앗게 된다.
비단 논뿐만이 아니라 근처 땅에도 잡초가 무성히 자라 하늘과 땅의 기운을 빼앗고 비와 이슬을 흡수하도록 놓아두어서는 안 된다.
사이갈이를 할 때 풀의 뿌리까지 뽑아 놓으면 오히려 그것이 거름이 된다.
대개 초목의 수염뿌리의 끝과 잎에는 아주 작은 구멍이 있어서 그 구멍으로 하늘의 생기를 호흡하고 대지의 양분을 흡수하여 풍년의 공을 이룬다.
밭을 갈 때 쟁기로 갈고 쇠스랑으로 고르게 해 물을 주어 윤택하게 하는 정성은, 모두 수염뿌리를 충실하게 하려는 목적이다.
첫 번째 사이갈이는 얕게 해야 한다.
아직 싹이 어려 원기를 감소시킬 우려가 있으며, 오로지 목적은 잡초를 죽이는데 있다.
두 번째 사이갈이는 깊게 해야 한다.
쟁기로 파헤친 흙을 호미로 매주어야 지맥이 통하고 수염뿌리를 기름지게 한다.
두 번째 이후에 하는 사이갈이는 천천히 얕게 해야 한다.
기는 뿌리나 수염뿌리가 사방에 뻗어서 김 맬 때 서두르면 뿌리가 다칠 수 있기 때문이다.
흙을 뿌리에 덮어주어 도복과 가뭄에 방지해야 한다.
보리와 밀은 겨울에 2차례 사이갈이를 하되 거름을 많이 사용하고, 3월이 되면 3~4차례 사이갈이를 하되 그루 사이에 다른 작물을 심어도 좋다.
목화는 일찍 심는 것이 좋고,6~7차례 사이갈이를 한다.
기장과 조는 3~4차례가 적당하고, 팥과 참깨는 2차례가 적당하지만, 콩은 호미질을 많이 하면 결실이 적다.
메밀은 1번 정도가 적당하다.
건강과 평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