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 요한슨 거리 관광을 마친 우리는 E6 고속도로를 타고 릴레함메르(Lillehammer)를 거쳐 돔바스(Dombas)까지 가야 한다.
북유럽의 고속도로는 별도의 톨 게이트나 요금소가 보이지 않는다. 고속도로 통행료가 무료인가 싶어 가이드에게 물어보니 “노르웨이에는 총 6개의 고속도로(E6, E10, E16, E18, E39, E134)가 있으며, 고속도로 통행료가 유료로 한국과 마찬가지로 고속도로를 운행한 거리와 차량의 크기에 따라 다르다고 한다. 노르웨이가 산유국이라 휘발유 등 기름 값이 쌀 것 같지만 실제 노르웨이의 휘발유 값은 한국의 1.8배~2배 수준으로 비싸고 음주운전이나 과속 등에 대한 범칙금은 모두 소득비례로 과속 과태료는 50만원 정도, 음주운전은 최소 1,000만원은 생각해야 되며 음주운전 2회 적발되면 면허가 영구 정지된다고 한다.
우리가 노르웨이에서 먹는 대부분의 농산물은 수입하는 것으로 사과는 이탈리아, 수박은 그리스 등에서 수입하며 농산물의 대부분은 프랑스에서 수입해 3~4월에 노르웨이에 여행을 오더라도 호텔 아침 뷔페에 수박이 나오는 걸 볼 수 있다. 이곳에서 유기농으로 재배하는 것은 딸기가 있고 노르웨이 남부 스타방에르지방에서는 체리가 재배되는데 우리가 생각하는 체리 철보다 늦게 나온다. 노르웨이에서 하우스 농업으로 하는 것은 방울토마토가 조금 있으며 노르웨이에서 사과 농사를 하는 곳이 많은데 수확 철에 사과를 무료로 한 바구니 따가도 될 정도지만 우리나라처럼 맛있고 큰 사과는 없고 단일 품종으로 나무에 달린 대로 재배하기 때문에 크기가 작다. 북유럽에 있는 수퍼마켓은 키위, 레마천 등은 오전 7시부터 23시까지 운영하고 있어 우리 같은 여행자들은 아침 일찍 나와 저녁 늦게 호텔에 가기 때문에 필요하면 이런 수퍼마켓을 이용해야 한다. 이곳 사람들이 과자를 들고 다니면서 토스트처럼 과자 사이에 짜서 안주처럼 먹는 것을 보면 캐비어라고 되어 있는데 우리가 알고 있는 철갑상어 알이 아니라 청어, 연어 등 생선 알을 가공한 것으로 이곳에선 생선 알을 캐비어라고 한다. 대부분 튜브제품으로 슈퍼에 가면 냉장고에 보관되어 있다. 식성에 맞아 사 가지고 가려면 비행기에 들고 들어 갈 수는 없고 캐리어에 넣어야 하는데 냉장제품이란 걸 고려해야 한다. 이곳에선 염소를 많이 키우는데 염소젖을 짜서 불에 조려 만든 치즈가 브라운 치즈인데 색깔이 노릇노릇한 것으로 호불호가 있다. 이곳 사람들만 먹는 치즈가 브라운 치즈이다. 이곳 사람들은 베리(berry)류를 즐겨 먹는데 미트볼과 같이 주식으로 많이 먹는데 호텔 조식에서도 베리류를 많이 볼 수 있고 8월 말 쯤 되면 베리가 지천으로 많은 사람들이 빗처럼 생긴 도구로 베리 수확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이곳 노르웨이는 맥주가 유명한데 한자동맹에서 유래한 HANJA라는 맥주와 링그네스 맥주가 노르웨이 대표 맥주다.”라고 부연 설명한다.
앞에 도로안내판에 보면 트롤하임(Trollhaim)이라고 적혀 있는데 트롤하임은 오슬로가 수도가 되기 전 수도였던 곳으로 노르웨이를 배경으로 한 애니메이션 ‘겨울왕국’이 있는데 엘사 공주의 대관식이 열린 곳이 트롤하임 대성당이다. 이 겨울왕국의 배경이 된 곳이 트롤하임이다.
트롤은 괴물같이 생겼는데 기원은 북유럽 신화에 나오는 요정으로 강력한 요술을 부리며 심한 악행을 벌이는 나쁜 요정이다. 다리(교량)를 좋아해서 다리 아래에 집을 짓고 살며 어두워진 뒤 주변 지역에 나타난다. 보통은 모습이 보이지 않는데 힘이 세서 돌, 바위, 암석을 그냥 들어 올리는 건 기본이며 나무를 통째로 뽑아서 몽둥이나 방망이처럼 사용하고 많이 먹으며 변신해서 미남 미녀로 모습을 바꾸거나 자기 몸을 감추는 능력, 영혼을 다른 물건에 옮기거나 호수 하나 분량의 물을 봉투에 봉인하는 등의 능력이 있으며 성당 종소리나 십자가, 북소리를 싫어한다. 이야기 속에서는 인간과 같은 크기이거나 난쟁이 또는 꼬마요정처럼 인간보다 더 작은 존재로 산속에 살며 때때로 처녀들을 훔쳐가고 둔갑과 예언을 한다. 쫓아내는 방법은 트롤도 보지 못한 기묘한 트롤링일(달걀껍데기로 국끓이기)을 벌여서 트롤이란 것을 자백하게 하거나, 달군 쇠를 들이대거나 해서 겁을 주는 것이라 한다. 삼림지역에서는 엘프 사슴 못지않은 스피드를 낸다고 하며, 햇빛에 약해서 닿으면 온몸이 돌이 되는데 노르웨이 사람들은 노르웨이에 돌이 많은 것은 트롤들이 햇빛에 닿아 돌로 변한 것이라고 믿는다. 트롤들은 머리가 많을수록 계급이 높은 트롤이라고 한다.
미에사(Mjøsa) 호수는 최대 폭은 15㎞, 최대 깊이는 468m이며, 길이는 무려 100km에 이르는 노르웨이에서 가장 큰 호수로 좁고 길다랗게 생겼으며, 호수의 끝에는 동계올림픽이 열렸던 릴레함메르가 있다. 로렌 강을 중심으로 미에사 호수를 비롯해 여러 호수와 산으로 둘러싸인 이곳은 목초지와 드문드문 보이는 집(농가?)들이 스위스의 목가적인 풍경을 연상케 해 지루할 틈이 없다. 목조로 지어진 검은 지붕과 붉은 벽으로 된 집들을 보면 어디를 봐도 그림엽서에서 볼 수 있는 풍경이며, 때 묻지 않은 자연을 마주하는 것만으로 큰 선물을 받은 느낌이다.
버스는 1996년 동계올림픽이 열린 릴레함메르 동계올림픽 활강 경기장 앞 주차장에 도착한다. 이 대회는 호텔 하나 없는 인구 2만의 소도시에서 주민들의 협조와 자원봉사로 올림픽을 성공적으로 개최했다고 한다. 우리나라는 이 대회에서 쇼트트랙에서 금메달 4개, 은메달 1개, 동메달 하나를 따서 종합성적 6위를 기록했던 곳으로 쇼트트랙 강국으로 자리매김을 하게 되었다. 그리고 경사가 심한 경기장 기초부분은 주민들이 직접 큰 돌을 옮겨 공사를 했으며, 자연친화적인 올림픽을 치른 대회로 자연을 최대한 훼손하거나 불필요한 시설을 만들지 않고 치른 대회라고 하며 선수들의 숙소나 기자들의 숙소를 미에사 호수위에 이동식 주택으로 만들었다 대회가 끝나고는 이동식 주택을 이웃 도시나 다른 나라(일본)에 팔았다고 한다.
노르웨이 속담에 “노르웨이 사람들은 스키를 신고 태어난다(Norwegians are born with skis on their feet)”라는 말처럼 걸음마와 스키는 동의어에 가까운데 눈이 엄청나게 오는 겨울이면 사냥을 하거나 다른 곳으로 이동하기 위해 발달된 것이 스키 폭이 좁고 스키화의 앞만 고정되고 뒤쪽은 개방되어 있어 방향전환이 쉬운 노르딕 스키라고 한다. 눈과 얼음이 넘치는 자연에서 노르웨이 사람들은 스키를 타고 학교와 직장을 가고, 가방을 들고 다니듯이 스키를 가지고 다니듯이 스키를 즐기며 일상을 보내는데 올림픽에서 메달을 획득해도 별다른 보상에 없는 노르웨이가 동계올림픽에서 획득한 368개의 메달 중 273개가 스키에서 나온 것은 스키는 노르웨이에서 단순히 스포츠가 아니라 그들 생활의 일부이고 문화이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는 버스에서 내려 활강경기장 앞에 마련된 활강 포즈 포토 존과 모형 바이에슬론 기구에서 기념사진을 찍는데 일행 모두가 갖가지 포즈를 취하며 즐거워한다.
릴레함메르 동계올림픽 경기장을 출발한 버스는 강을 거슬러 북쪽으로 향한다. 돔바스로 가는 길은 노르웨이에서 제일 긴 강인 글룸마 강을 따라 올라가는데 호수와 강이 이어져 있어 강물이 버스를 따라 오는 건지 버스가 달리고 있는 건지 모를 지경인데 서로 사랑하는 듯 끝없이 이어지는 강과 도로, 주변 풍경들이 너무 아름답다.
돔바스로 가는 도중 내일투어 인솔 가이드인 신현주씨가 페르귄트 조곡(組曲, suite)으로‘솔베이지의 노래’란 노래를 들려주면서 그에 얽힌 이야기를 해 준다. “우리는 시간 관계상 못 보고 가지만 이곳에서 멀지 않는 곳에‘빈스트라’라는 마을이 있는데 이 마을에는‘페르귄트’의 오두막이 있다. 아주 조그만 오두막으로 관광객들을 위해서 지어진 집으로 노르웨이 전통방식인 지붕을 잔디로 입혀놓았는데 사람이 사는 집은 아니다. 페르귄트는‘인형의 집’으로 유명한 노르웨이의 극작가 헨리크 입센이 노르웨이의 민화를 바탕으로 하여 쓴 희곡으로 입센이 작곡가 겸 피아노연주자였던 에드바르 그리그에게 작곡을 부탁해 이 희극에 맞는 곡을 작곡하게 되었다. 이 곡들이 페르귄트 조곡(組曲, suite)으로‘솔베이지의 노래’다. 솔베이지의 노래에는 다음과 같은 사연이 깃들어 있다.
노르웨이 어느 산간 마을에 가난한 농부 페르귄트와 아름다운 소녀 솔베이지가 살고 있었다. 둘은 사랑했고 결혼을 약속했다. 가난한 농부였던 페르귄트는 돈을 벌기 위해 외국으로 갔다. 갖은 고생 끝에 돈을 모아 10여 년 만에 고국으로 돌아오다가 국경에서 산적을 만난다. 돈은 다 빼앗기고 살아난 페르귄트는 그리도 그리웠던 솔베이지를 차마 볼 수가 없어서 다시 이국땅으로 떠나 걸인으로 평생을 살다가 늙고 지치고 병든 몸으로 겨우 고향으로 돌아오지만 어머니가 살던 오두막에 도착해 문을 여니 어머니 대신 사랑하는 연인 솔베이지가 백발이 되어, 다 늙어버린 노인 페르귄트를 맞는다. 병들고 지친 페르귄트는 그날 밤 솔 베이지의 무릎에 누워 조용히 눈을 감는다. 꿈에도 그리던 연인 페르귄트를 안고 '솔베이지의 노래'를 부르는 솔베이지, 그도 페르귄트를 따라간다. |
입센은 이 희곡을 현실을 도피하고 무책임한 노르웨이의 국민성을 풍자하기 비판하기 위해서 썼다고 한다.” 음악에 거의 관심이 없지만 노래에 흐르는 선율이 애닮게 느껴진다.
달리는 버스 차장 밖으로 오따(Otta)라는 지명이 보인다. 오따(Otta)라는 지명은 8이라는 숫자에서 유래됐는데 1348년 유럽 전역에서 유럽인구의 1/3이 사망 한 유럽을 휩쓴 페스트(흑사병)때 이 마을에서는 8명만 살아남았기 때문에 Otta 지명이 되었다고 하며 유럽에는 숫자와 관련된 지명이 많다고 한다. 글쎄 페스트 전엔 몇 명이 살았는지 모르지만 8명만 살아남았다니....
8시 반이 좀 넘어 돔바스 호텔에 도착해 저녁을 먹는다. 저녁을 먹으며 호텔 레스토랑 창가에서 바라본 호텔 건너편 초원과 멀리 산꼭대기에 보이는 눈(雪)이 몸도 마음도 시원하게 해 준다. 아직 밖이 훤해 주변산책을 하고 돌아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