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민식이 찍은 얼굴 21
나는 항상 참신한 눈과 구도와 새로운 각도로 인간적인 접근을 시도했다.
이 표정에 어떤 숨겨진 의미가 있는지를 찾아 전달해야 하며 감상자로 하여금 동시대적인 느낌이
들도록 해야 한다. 진실을 표현하기 때문에 사진은 존귀한 것이다.
밑바닥에 깔려 있는 정신적 갈등을 꿰뚫어야 현재의 우리를 더욱 깊이 있는 세계로 안내할 수 있다.
(부산, 1992년)
최민식이 찍은 얼굴 22
부산 부경대학교 앞거리는 매우 복잡하여 서울의 이화여대 앞 거리를 방불케 한다.
음식점·술집·오락실·다방 등이 많아 부경·경성대생들이 붐비는 곳이다.
이 사진을 찍는 순간 짧지만 크게 웃는다. 순식간에 찍었다.
이곳은 여러 모습의 사람들을 찍을 수 있어 나로서는 좋은 곳이다. (부산, 1986년)
최민식이 찍은 얼굴 23
나는 부드럽고 뽀얀 피부로 단장한 우리의 모습에서 감추어진 어둡고 추운 과거를 들추어내고 있다.
이 얼굴처럼 거칠고 주름진 표정 속에서 피어나는 풋풋한 삶의 진한 내음도 담았다.
소외된 이들의 삶은 쓸쓸하고 괴롭지만 진정성마저 잃은 것은 아니다.
그들은 투박한 생활환경 속에서도 순수함을 잃지 않고 있다. (부산, 1985년)
최민식이 찍은 얼굴 24
밀양역에 내렸을 때 대합실에서 이 노인을 봤다. 한국의 전형적인 얼굴에서 매력을 느꼈다.
이런 장면은 놓치지 말아야 한다. 사람은 타인과 접촉하며 영향을 주고받는다.
이 과정을 통해 인식의 범위를 넓혀가고 다양한 관점을 받아들인다.
나는 이를 사회관, 인생관이라 표현하기도 한다.(밀양, 2007년)
최민식이 찍은 얼굴 25
공연장에서 대기하고 있는 무용수를 순간 포착하였다.
특히 한국적인 족두리가 인상적이며 미모도 뛰어났다.
이 사진 역시 연출하지 않은 상태로 스냅 촬영을 한 것이다.
아름답게 완성된 사진은 내가 나를 말하는 공간이며 나와의 관계 속에서 의미가 있는 것이다.
그래서 사진은 나를 존재케 한다. (경주, 2007년)
최민식이 찍은 얼굴 26
수원역 앞에서 할머니의 멋진 표정을 발견하고 열심히 스냅으로 찍었다.
나는 꼭 찍고 싶은 것에는 목숨을 건다.
살아 있는 생명의 의미를 반영하지 못하는 사진은 아무리 그것이 완벽한 것이라도 의미가 없으며
예술과는 거리가 멀다.(수원, 1992년)
최민식이 찍은 얼굴 27
나는 가난한 농부의 아들로 소년 시절 간신히 먹고살았다.
김해 들판에서 이 농부를 발견했을 때 문득 옛날 고향의 할아버지 생각이 나서 나도 모르게
허락 없이 사진을 찍었다. 이 농부는 왜 찍느냐고 따지는 것이었다.
아무 말 없이 도망치는데 먼 곳에서도 고함소리가 들렸다.(김해, 1972년)
최민식이 찍은 얼굴 28
매우 귀여운 얼굴이라 나도 모르게 순간 포착하였다.
찍고 난 후에 사진을 보고 자연스러운 표정이어서 만족했다. 이런 표정은 연출로는 불가능하다.
이런 얼굴의 표정을 포착하기 위해서는 항상 셔터를 누를 수 있는 준비가 있어야 한다.
즉, 결정적 순간이다. (부산, 2005년)
최민식이 찍은 얼굴 29
길가에서 열심히 신문을 보는 여성의 모습이 아름답다.
이 사진을 찍으면서 비록 신문이지만 링컨이 말한 “내가 가장 좋아하는 친구는 책을 한 권 선물하는 사람이다”라는
명언이 생각났다. 책의 한줄 한줄에는 각기 다른 새로운 의미가 있다. 책을 읽자.(부산, 2008년)
최민식이 찍은 얼굴 30
나는 항상 본질에 접근한다. 피상적인 형식은 언제나 벗어던진 채 핵심으로 파고들었다.
나의 사진관은 자신에 대한 진실로부터 출발한다. 나는 꾸민 것, 느껴지지 않는 것, 가식적인 것을 부정한다.
이 장면은 기독교 전도사의 절규다. 살아 있는 생명 의미의 반영일까?(부산, 1985년)
출처~한겨레 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