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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도 자료]
(2002 조선일보 신춘문예 희곡 당선 자료)
마 미 성
1. 社告 (당선자 발표)
2. 당선자 시상식 자료
3. 당선 작품 (희곡/ 이럴 수가 있나요?)
4. 당선소감/ 희곡 심사평
* 2002년 희곡 당선 작품은 신문 지상이 아닌 인터넷(chosun.com)에
발표 됨.
[社告] 2002 조선일보 신춘문예 당선작
입력 : 2001.12.31 18:07
2002년도 조선일보 신춘문예가 시·단편소설·시조·동시·동화·희곡·
문학평론·미술평론 등에 8편의 당선작을 냈습니다. 조선일보 신춘문예는
대폭적인 상금 인상과 함께 예년처럼 10000편에 넘는 응모 신기록을
세우면서 문학 독자들의 뜨거운 관심을 모았습니다. 예심-본심 등 각
장르 19명의 심사위원들은 “응모작들의 수준이 고르게 높아졌다”는 데
의견을 같이 하면서, 갈수록 응모자들의 연령층이 위·아래로 넓어지고
있는 것은 “문학인구의 확산”이라는 매우 고무적인 사실이라고 입을
모았습니다. 최종 후보로 거론된 낙선작 중에는 수준 높은 작품들이 많아
심사위원들이 선정에 고충을 겪었습니다. 단편소설 시 동시 시조 동화
등은 1일자 느낌면(41~45면)에 게재하고, 희곡 문학평론 미술평론 당선자
소감과 심사평은 3일자 문화면에 게재합니다.
◇2002년 조선일보 신춘문예 당선자·당선작·심사위원
▲시:이윤훈(42)‘옹이가 있던 자리’
▲단편소설:권정현(32) ‘수(繡)’
▲시조:나홍련(60) ‘겨울판화’
▲동시:양인숙(47) ‘춥니?’
▲동화:조태봉(36) ‘비둘기 아줌마’
▲희곡:마미성(45) ‘이럴 수가 있나요?’
▲문학평론:최강민(36) ‘억압된 금기적 욕망과 쌍생아적 상상력―
신경숙론’
▲미술평론:정광균(59)‘피카소 작품 <한국에서의 학살>에 대한 편견’
■심사위원
(시:황동규 김주연 남진우 안도현 정끝별)
(단편소설:김치수 김원우 이순원 정호웅 은희경 황종연)
(시조:윤금초)
(동시: 유경환)
(동화:정호승)
(문학평론:유종호 김윤식)
(미술평론:유준상)
(희곡:임영웅 유민영)
[조선일보] 2002 신춘문예 시상식
어수웅기자 jan10@chosun.com
입력 : 2002.01.31 20:30
31일 본사 대강당에서 열린 제 75회 신춘문예 시상식에서 당선자 정광균,권정현,최강민,양인숙,마미성,조태봉,이윤훈(왼쪽부터)씨가 환하게 웃고 있다.
/이기원기자
2002년 조선일보 신춘문예 시상식이 31일 오후 4시 본사 대강당에서 열렸다. 당선자 이윤훈(42·시), 권정현(32·단편소설), 양인숙(47·동시), 조태봉(36·동화), 최강민(36·문학평론), 마미성(45·희곡), 정광균(59·미술평론)씨 등이 각각 상금과 상패를 받았다.
방상훈 조선일보 사장은 안병훈 부사장이 대신한 축사에서 “오랜 각고 끝에 좋은 결실을 거둔 당선자들이 조선일보 신춘문예를 바탕으로 더욱 정진, 한국 문단의 동량으로 이름을 남기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심사위원 대표로 심사총평을 한 문학평론가 유종호(류종호·연세대) 교수는 “갈수록 신춘문예 응모작의 수준이 향상되고 있다”면서, “문학의 위기에 대한 말들이 많으나 여러분은 집시의 운명처럼 어떤 어려움에도 언어예술로 살아남을 것”이라고 말했다.
당선자 대표인 이윤훈씨는 “부단한 자기 변혁이 없으면 죽은 작가가 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면서 “신춘문예 작가들이 초발심으로 부단히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신춘문예 당선작] 희곡/ ''이럴 수가 있나요?'' ... 마미성
(등장인물)
나삼남:(48세: 실직 가장)
김숙자:(45세: 삼남의 아내)
나민정:(20세: 삼남의 대학생 딸)
사내:(47세: 실직 가장)
강도:(35세)
경찰:(40)
40대 아줌마:(사내의 아내)
(때) 현대
(곳) 중산층 아파트 거실
(무대)
아파트 거실 분위기.
왼쪽 벽에 현관문이 있고, 중앙 벽에는 “家和萬事成”이란 액자가 걸려 있다. 그 옆에 안방 문이 보인다.
오른 쪽 벽에는 주방을 상징하는 커튼이 쳐져 있다.
무대 중앙에 긴 소파 놓여 있고, 그 앞에 탁자 놓여 있다.
탁자 위에 자명종 시계, 소주병, 오징어 다리 몇 개 놓여 있다.
막이 오르면 운동복 차림의 삼남, 긴 소파에 노숙자처럼 신문을 덮고 코를 골며 자고 있다.
코를 골 때마다 신문지가 들썩인다.
탁자 위에 자명종 시계, 소주병, 오징어 다리 몇 개 놓여 있다.
이때, 자명종 시계 요란하게 울린다.
삼남:(눈을 감은 채 왼손을 뻗어 자명종 시계를 끄고 다시 신문지를 덮고 잔다.)
이번에는 탁자 밑에서 자명종 소리 들린다.
삼남:(역시 눈을 감은 채 왼손을 뻗어 탁자 밑을 더듬으며) 아... 아이고, 알았어.... 조금만 더 자자..... (탁자 밑에서 자명종 시계를 꺼내 끈 다 음, 다시 신문지를 올려 덮은 다음, 코를 골며 잔다.)
또 다시 자명종 소리 요란하게 들린다.
삼남:(신문지를 박차고 벌떡 일어나 머리맡에서 자명종 시계를 꺼내며) 알았어! 출근하면 될 거! 아냐! (하고 안방 쪽으로 걸어가려다 멈춰서 고 관객을 보며) 예전 같으면 나의 일상은 이렇게 시작되었지요..... 왜냐면 난 잘 나가는 모 그룹, 개발부 야간 근무조의 조장이었으니까 요. 하지만 지금은 명퇴 당해 그럴 필요가 없죠.... 대신에 전 또 다른 일과를
준비하죠. 무슨 일과냐고요? 잠깐만 요. (주방으로 들어간다.)
잠시 후, 머리에 수건을 쓰고 허리에 앞치마를 두른 삼남, 먼지떨이와 비를 들고 나온다.
삼남:(중앙에 서서) 아내 맞이. 딸내미 맞이 청소를 하는 것이지요.... 쪽 팔리게 말입니다. 하지만 가정의 평화를 위해서는 이것이라도 해야 합니다. 그러지 않으면.... 아이고, 푸념할 시간 없군요. 오늘은 토요일 이니까 두 분께서 일찍 귀가를 하니까 서둘러야 겠네요.
여기저기 먼지를 털고 쓴 다음, 걸레질을 한다.
서글픈 음악 이어진다.
청소를 마친 삼남, 주방으로 들어가 수건과 앞치마를 벗고, 다시 안방으로 들어간다.
잠시 후, 양복 차림으로 나와 머리를 다듬은 다음, 소파에 앉는다.
삼남:(관객을 보며) 어때요. 저도 때 빼고 광내니까 아직은 봐 줄만 하죠? 근데 웬 양복 차림이냐고요? 아네. 이건 우리 마눌님께서 궁상맞게 있지 마라고 해서 이런 겁니다.
초인종 소리
삼남: 아참, 마눌님께서 퇴근 하셨나 보군요. (칼같이 일어나며) 다...당신 이야?
야쿠르트 아줌마:(off) 아니요. 야쿠르트 아줌만 데요. 수금 때문에....
삼남: 아네. 수고하십니다. 하지만 우리 집사람이 아직 안 왔는데요.
야쿠르트 아줌마:(off) 그럼, 아저씨가 좀 주시면 안돼요?
삼남: 글쎄요. 전 결재권자가 아니라서....
야쿠르트 아줌마:(off) 그래요. 그럼, 내일 온다고 말씀 좀 드려주세요.
삼남: 네..... (관객을 보며) 야쿠르트 말이 나왔으니까 말인데 전, 지금껏 구경도 못했습니다. 두 개가 배달되는데 마누라와 딸내미가 먹는가 봅니다..... 처음부터 그랬느냐고 요? 아닙니다. 명퇴 당하기 전에는 줘서 먹었죠. 그런데 명퇴 당하자 생활비를 줄인다며 하나를 줄이더 군요. 그 뒤 야쿠르트 구경도 못했습니다. 서운하더군요. 야쿠르트를 못 먹어서가
아니라 이 세상에서 날 가장 생각한다고 믿었던 아내가 속을 보이는 것 같아서요. 하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아요. 야쿠르트 안 먹는다고 해서 속이 나쁜 것은 아니고, 시원하게 일도 잘 보니까 요.... 그래도 이건 아무 것도 아네요. 이것만은 말하려고 하지 않으려 고 했는데, 이왕 버린 몸이니까 할래요.... 저 지금.... 안방에서.... 모 녀한테 쫓겨나.... 이 소파에서
노숙하고 있어요.... 새벽이면 추워서 딸내미 방을 쓰겠다고 사정도 해보았지만 안 된다고 해 하는 수 없 이.... 하지만 옷장만은 쓰라고 해.... 이렇게 옷만 갈아입지요..... 이 모두 가정의 평화를 위해서... 어이구..... (깊이 한숨을 내쉰다.)
초인종 소리
삼남:(옷매무새를 다듬고) 다...당신이야?
사내:(소리) 관리 사무소에서 가스점검 나왔는데요?
삼남: 예. 잠깐만 요. (현관문을 열어주고 시선을 주방에 둔 체) 주방은 저곳이에요.
검은 작업복 차림으로 들어서는
사내:(품속에서 칼을 꺼내 다가와 목에 대며) 난 주방이 아니라 안방으 로 가고 싶은데?
삼남:(놀라) 안방은 왜요?
사내: 당신한테 긴히 할말이 있어서...... 아니 부탁 좀 하려고.
삼남: 하지만 전 껍데기나 다름없는데....
사내: 상관없어.
삼남: 그럼, 여기서 하시죠. 지금 우리 집에는 나 밖에 없으니까.
사내: 그래.... 그렇다면 굳이 들어 갈 필요가 없겠구먼.
삼남: 무슨 부탁을 하시련 지 모르지만 말씀하시죠.
사내: 당신 지금 나 어떻게 보이나?
삼남: 글쎄요? 무늬는 강도 같은 데?
사내: 그럼, 어떻게 해야지?
삼남: 그야! 퇴치를 해야 겠죠.
사내: 어떻게?
삼남: 목숨을 걸고 반항하던지. 아니면 당신이 방심하는 틈을 타서 경찰 에 신고해야 겠죠.
사내: 그런데 왜 반항하지 않나? 자존심 상하게?
삼남: 그...그거요. 나 자신에 대해 관심이 없으니까요.
사내: 그건 무슨 말이야?
삼남: 주고 사는 것에 관심이 없다는 거죠.
사내: 그럼, 당신이 세상사를 초월한 도사라도 된다는 말이야?
삼남: 그런 것조차 관심이 없수다.
사내: 하지만 지금부터는 나에게 관심을 가져줘야 겠어.
삼남: 어떻게?
사내: 지금, 당장 ‘강도야!’ 소리치며 경찰에 신고를 하는 거야?
삼남: 당신 지금 내가 유치원생인줄 아슈?
사내: 그건, 무슨 소리야?
삼남: 내가 당신이 시킨다고 따라 할 줄 아느냐 이 말이요.
사내: 그럼, 이 흉기가 가만있지 않을 텐데....
삼남: 마음대로 하슈. 죽으면 그만이니까.
사내: 당신 정말 갈등 생기게 할거야? 당신 정말로 협조 안 하면 당신을 헤칠지 몰라.
삼남: 글쎄 마음대로 하슈.
사내: 당신! 정말로 죽고 싶다는 거야?
삼남: 물론이지.... 운이 없어서 못 죽었으니까.
사내: 그럼, 죽으려고 했단 말이야?
삼남: 물론이지. 돈 안들이고 죽으려고 한강철교를 기어오르다가 미끄러 져 다리를 삐었고, 한강 선착장에서 다이빙했다가 하필이면 한강오물 청소하는 특전사 환경감시단에게 발견 돼 살았지. 어디 그뿐인 줄 알 아. 남산 입산금지 구역에 몰래 기어 들어가 운동화 끈으로 목을 맸 는데 나뭇가지가 부러지는 바람에 실패를 했지.... 이것뿐만 아니야 더 있어. 지저분하기는
하지만 확실하게 죽으려고 달려오는 차에 뛰 어들었는데 하필이면 ABS를 장착한 차에 걸려 깔리기 일보직전에 멈춰 서는 바람에 허사로 돌아갔지.... 이런 내가 절호의 찬스를 놓칠 것 같아.
사내: 그럼, 날 희생양으로 삼겠다는 거야?
삼남: 좌우지간 이번만은 실수가 없길 바래.
사내: 왜, 그렇게 죽으려는 건데?
삼남: 사는 게 팍팍해서?
사내: 팍팍하다니? 그걸 느낄 여유가 있나? 당신 직장에 안 나가?
삼남: 명퇴하기 전까지는 있었지.
사내: 그럼, 지금은?
삼남: 보다시피..... 하지만 완전히 노는 것은 아니야.
사내: 그럼, 부업이라도 한다는 거야?
삼남: 부업이라기 보다는 전업주부 노릇을 하고 있지.
사내: 사나이가 오죽 못 났으면?
삼남: 그렇게 넘겨 짓지 마. 난 누가 뭐래도 가정의 평화를 위해서니까.
사내: 니기미, 여기 ‘노벨 평화상’ 후보감 나오셨구먼.
삼남: 비웃어도 어쩔 수 없어 그게 나의 신조니까. 그건 그렇고 노형도 보아하니 나이가 나와 비슷한 거 같은데?
사내: 허긴 그렇구먼.....
삼남: 그렇다면 한가지 물읍시다. 원래 절도 업이 천직이요?
사내: 니기미, 어떤 놈이 미쳤다고 도적질을 천직으로 삼아?
삼남: 그럼, 노형도 나같이 명퇴하고?
사내: 그...그래요. 시발.....
삼남: 근데 하필이면 절도 업에 발을 들이셨소?
사내: 그...그건, 마누라와 헤어지기 위해서야..
삼남: 마누라와 헤어지기 위해서라뇨?
사내: 두들겨 패기에 진력이 나서.
삼남: 그렇다면 폭력 남편이라도 된다는 거요.
사내: 쫑알대는데 그럼, 참어!
삼남: 그...그래요.... 그럼, 마누라가 가만히 있어요?
사내: 너 죽고 나죽자고 하지!
삼남: 그러면 어떻게 하세요?
사내: 눈탱이가 밤탱이가 되도록 팬 다음 요... 요술 방망이로 녹여버리 지. (하며 사타구니를 톡톡 친다.)
삼남: 그러니까 실컷 두들겨 패고, 섹스로 마무리 진단 말이요.
사내: 그...그렇다니까?
삼남: 그럼, 마누라가 안 도망가요?
사내: 처음에는 두들겨 맞고 못 산다고 기어나가더니만 쪼르르 다시 기 어 들어오더구먼..... 그리고 이제는 맛들였는지... 일부러 시비를 걸 어 얻어맞고.... 그걸 요구한다니까?
삼남: 정말 알 수 없군요.
사내: 그...그렇다고 봐야지. 모르긴 해도 매맞고 사는 여자들... 말은 애 들 때문에 참고 산다고 하지만 이런 뭔가가 있지 않나 싶어.....
삼남: 정말 알 수 없는 게 인간이구먼.
사내: 그렇다니까. 그래서 이제는 징글맞아, 이렇게 사고 치고 들어가려 고 이 업종을 택한 거야.....
삼남: 당신도 역시 사는 게 팍팍하구먼.....
사내: 근데 당신은 나와는 정반대 인 것 같수? 전업주부로 나서는 것 보 면?
삼남: 부인은 안 겠소. 명퇴 뒤 무늬만 남편이고, 아빠니까?
사내: 그럼, 마누라와 자식이 당신을 왕따라도 시킨다는 말이야.
삼남: 니기미, 이런 말하기는 쪽팔리지만 손찌검까지....
사내: 설마하니?
삼남: 설마가 아니라니까?
사내: 그렇다면, 협상의 실마리를 잡았군.
삼남: 실마리를 잡다니?
사내: 내가 보기에 당신은 가족들에게 가장으로서의 위엄을 잃어버린 것 같으니까, 당신 가족이 보는 앞에서 날 멋있게 응징해 포박한 다음 경찰에 신고를 하는 거야. 어때? 기발 나지?
삼남: 그러니까. 연극을 하잔 말이야?
사내: 그렇지. 그러면 피차 누이 좋고, 매부 좋고 아냐?
초인종 소리 + 발자국 소리
사내:(진지하게) 가족들이 오는가 본데.... 그럼 난 베란다를 타고 침입한 거요? (주방으로 달려가 숨는다.)
삼남: 연극이라.....? 그것도 재미있겠구먼....
연달아 우는 초인종 소리
숙자:(off 버럭) 문 열어!!
삼남: 다... 당신이야?
숙자:(off 날카롭게) 그럼, 나말고 누가 있어! 빨리 문 열어!
삼남:(허겁지겁) 아....알았어? (현관으로 다가가 문을 연다.)
숙자:(들어서며) 도대체 집구석에서 무얼 하기래 이렇게 늦게 열어? (코 트를 벗는다.)
민정:(째려보며) 또 케이블 TV 연속극보고 있었던가 보지....
삼남:(코트를 받으며) 미...미안해 내일부터는 빨리 열게.... (부드럽게) 근 데 두 사람이 같이 오네?
숙자: 같이 들어오면 안 돼나? (소파에 앉는다.)
삼남: 그렇다기 보다는?
민정:(코방귀) 흥! (안 방으로 들어간다.)
삼남:(무안해) 식사들은 했어.
숙자:(마지못해) 먹었어!
삼남: 그럼, 목욕물 받을까?
숙자:(차갑게) 됐어? (소파에 앉는다.)
삼남: 그럼, 안마라도 해줄까? (다가가 코트를 소파 위에 얹은 다음 어깨 에 손을 얹는다.)
숙자: 글쎄 됐다니까? (뿌리치고 일어나 안방을 향하며) 나 씻고 잘 테니 까 저녁은 알아서 먹어.....
삼남: 그...그래.... 쉬어....
숙자:(목운동을 하며 안방으로 들어간다.)
삼남:(안도의 한숨을 쉰다.)
방안에서 우당탕 소리가 들리며 잠옷 차림으로 화장품을 들고 나오는
숙자:(째려보며) 누가 말도 없이 로션 쓰라고 했어?
민정:(자기 방에서 나오며) 왜 또 그래!
숙자:(밀치며) 조용히 해봐.... (삼남을 보며) 왜 썼어?
삼남: 설거지를 하니까 주부 습진이 생겨서?
숙자: 뭐야? 그런다고 써?!
삼남: 비누로 몇 번이고 씻어도 가렵고 해서.....
숙자: 당신, 이 로션! 내가 얼마나 아끼는 것인지 줄 알아?
삼남: 아...알아. 당신 친구, 옥자 씨가 파리 여행가서 사왔다며?
숙자: 그걸 아는 사람이 마구 써?
삼남: 미...미안 해.... 다신 안 쓸게.....
숙자: 제발! 그 미안하다는 소리 그만 할 수 없어.
삼남: 아...알았어?
숙자:(가슴을 치고 돌아서며) 어유! 어유! 내가 못 살아! (문을 쾅 닫고 들어간다.)
민정: 어유! 어유! (역시 안방으로 들어간다.)
삼남:(주위에 있는 쓰레기통을 걷어찬다.)
숙자:(문을 열고 나오며) 당신 지금 뭐 하는 거야?!
민정:(따라 나오며) 왜 그래!
삼남:(안절부절 헛기침만 한다.)
숙자: 내말 안 들려? 지금 뭐 하는 짓이냐고?
삼남:(조심스럽게) 주방으로 가려다가 그만 나도 모르게 쓰레기통을 넘어 드리고 말았어.
숙자: 뭐야? 그러니까 무심코 넘어뜨린 쓰레기통 소리가 그토록 크게 들 렸단 말이지? (하며 넘어진 쓰레기통을 주워든다.)
삼남:(애써 시선을 피하며) 으....응!
숙자:(다가서며) 이 인간이 점점!.... 날 속이려 들어!.... 이게 이렇게 해야 소리가 크지! (하며 쓰레기통으로 머리를 때린다.)
삼남:(머리를 매만지며 버럭) 당신 정말 왜 그래?
숙자:(노려보며) 뭐가 어때서?
삼남:(울먹이며) 다시는 손찌검은 안 하겠다고 했잖아!
민정:(가슴을 치며) 어유! 어유! (다시 안방으로 들어간다.)
숙자:(다시 쓰레기통을 들며) 누가 먼저 시작했는데?
삼남: 그럼, 내가 시비를 걸었단 말이야?
숙자: 물론이지! 내가 조금 서운한 소리 좀 했다고 쓰레기통을 걷어 찼잖 아!
삼남: 그...그건....
숙자:(쓰레기 통으로 때릴 듯이 하며) 인간이 왜 이래 좀 솔직해봐...
삼남:(눈을 감는다.)
숙자: 내가 그렇게 아니꼽고 치사하면 때려 봐! (얼굴을 디민다.)
삼남:(묵묵히 고개를 조아린다.)
숙자:(손끝으로 이마를 밀며 어린애 꾸짖듯이) 당신은 더 이상 남자가 아 냐?
삼남:(헛기침을 한다.)
숙자:(다시 머리를 밀며) 왜? 존심 상해?
삼남: .......
숙자:(또다시 손끝으로 머리를 밀며) 사타구니에 물건만 찼다고 해서 남 자인 줄 알아!
삼남: ......
숙자: 남자란 말이야! 여자를 감동시킬 줄 알아야 한다고! 다시 말하면 넘치는 힘으로 깔아뭉갤 줄 알아야 한단 말이야.
삼남: ......
숙자: 동물의 왕국에서 안 봤어! 수사자가 앙탈하는 암사자를 길들이기 위해 갈기를 휘날리며 달려들어 짓누르던 걸....
삼남: ......
숙자:(오른 손을 들어 목에서 가슴을 쓸어 내리며) 그... 순간, 암컷은 희 열을 느끼지..... 나를 지켜주는 것은 바로 당신이라는 믿음에 .... 그건 왜 그러는지 알아?.... 그..그건 여자는 누군가 정복해주기를 바라는 노예 근성이 있어서야.... 근데 당신은 뭐야?....
삼남: .......
숙자: 허구헌날 미안하다.... 내가 잘못 했어 뿐이야?
삼남: 그....그건.....
숙자: 가정의 평화를 위해서라고..... (삼남의 이마를 치켜올린다.)
삼남:(한숨을 쉰다.)
숙자: 좋아 그러면 따져보자고, 당신이 ‘미안해.’ ‘내가 잘못 했다’고 해 서? 가정에 평화가 왔어....
삼남: ......
숙자: 말해 봐.... 이....이게 평화냐고?!
삼남: ......
숙자: 당신은 내가 당신이 돈을 못 벌어서 이러는 줄 알겠지?
삼남:(살며시 고개를 들어 쳐다본다.)
숙자: 천만에 말씀이야? 돈은 당신이 명퇴하기 전까지 벌 만치 벌었어.... 나, 당신 고생한 줄 알아..... 그동안 한눈 팔지 않고 오로지 가정만 위해서 희생했다는 걸.....
삼남:(고개를 조아린다.)
숙자: 가난한 집에 셋째 아들로 태어나 가난의 한이 맺혀 우리 가족만은 가난에 허덕이지 않겠다고 남보다 열심 뛰었다는 거....
삼남:(훌쩍인다.)
숙자: 얼마나 한이 맺혔으면 일당의 1.5배를 더 받으려고 야간 근무를 자 처한 것도..... 그 덕에 가진 것 없이 시작한 우리가 이렇게 아파트도 장만하고.... 자가용도 굴리고.... 남부럽지 않게 살고 있지.... 그래서 난 당신이 명퇴 당했을 때 결심했어.... 이제 당신을 편하게 쉬게 해 주겠다고.... 당신도 그때 생각나지? 서운한 눈빛 한번 안 보였지..... 하지만
당신 이것을 몰랐어......
삼남:(살며시 고개를 든다.)
숙자:(점점 격하게) 당신은 내가 여자라는 사실을 잊어버린 거야?
삼남:(물끄러미 쳐다본다.)
숙자:(애써 진정하며) 좋아. 그...그동안은 일 때문에 그렇다 쳐! 하지만 지금은 뭐야? 허구헌날 놀면서... 날 한번이라도 안아 줘봤어?
삼남:(헛기침을 한다.)
숙자: 당신이 허구헌날 회사 일에 매달려 야간 작업을 할 때, 집에 있는 난 어쨌는 지 알아.... 침대에 덩그러니 누워 뒤척이며 날을 세웠다 고....
삼남:(고개를 조아린다.)
숙자: 그렇다고 내가 남자 품이 그리워서 환장 난 년은 아냐? 다른 집의 부부처럼 그렇게 하고 싶은 것 뿐이야... 근데 뭐야?! 순전히 무시만 하고 있잖아..... 내 창피해서 이런 말까진 하지 않으려고 했는데..... 오늘 동창회 가서 어떤 줄 알아? 당신도 알 거야. 못 생기고 볼품 없 는 진숙이?
삼남:(고개를 끄덕인다.)
숙자:(버럭) 근데 걔가 늦둥이를 가졌더라고?
삼남:(놀라는 표정으로 쳐다본다.)
숙자: 그런데 당신은 뭐야? 회사 다닐 때는 피곤하다며 외면했고, 명퇴하 고선 잘 안 된다며 외면만 하고 말이야......
삼남:(한숨과 함께 고개를 조아린다.)
숙자: 그래서 난 당신이 남성 기능을 상실한지 알았지.... 그래서 나름대로 보약도 지어 먹였어..... 하지만 반응은 없었지..... 순간, 어릴 적 선창 가에서 울부짖던 한 아주머니 생각이 나더구먼.... 어부인 남편이 폭 풍우를 만나 죽은 줄 알았는데 돌아온 거야...... 처음에 아주머니는 기진맥진한 그 아저씨를 얼싸안고 기쁨에 눈물을 흘리더구먼.... 그러 나 그것도
잠시.... 누군가가 물고기들이 어부의 생식기를 쪼아먹어 버렸다는 말에 아주머니는 이렇게 통곡하더라고.... “아이고 살아 있 으면 뭣해.... 아이고!” 하고 말이야.... 그때 당시 난 몰랐지.... 하지만 난 당신을 보고 그 뜻을 알았어....
삼남:(헛기침을 한다.)
숙자:(노려보며) 당신 남자 맞아?....
삼남: 그...그걸 말이라고 해?
숙자: 그런데 왜 가만히 있는 거야?
삼남: (고개를 조아린다.)
숙자:(노려보며) 내가 왜 가난한 당신을 택했는 지 알아?
삼남: 그...글세?
숙자: 부잣집 녀석이 줄기차게 날 따라 다니며 목을 맸어도 따돌린 이유 를 아느냐고?
삼남: 그...글세?
숙자: 당신, 생각나? 내가 당신 자취방에 놀러 갔을 때?
삼남: 그...그때....
숙자: 다짜고짜 당신이 야수처럼 달려들어 날 쓰러뜨리고 나의 순결을 앗 아가 버렸지?
삼남: 그...그랬었나?
숙자: 그 날 난 당신을 선택했지? 당신이 나의 순결을 앗아갔기 때문은 아니야? 당신의 야성에 마음이 끌린 거야!
삼남:(헛기침을 한다.)
숙자: 근데 이...이게 뭐냐고? (양어깨를 잡고 흔든다.)
민정:(안방에서 나오며 버럭) 도대체 왜들 그래, 책 좀 보자고!!
이때, 주방 쪽에서 와장창하는 소리 들린다.
숙자. 민정 놀라 쳐다본다.
삼남, 머리를 쓸어 올린다.
복면을 한,
강도:(칼을 들고 후닥닥 나오며) 꼼짝마!
숙자. 민정:(놀라) 아이고 아부지! (하며 삼남 뒤에 숨는다.)
삼남:(버럭) 이 자식이! 어디를 겁없이 들어 와서 꼼짝 마라야?! (후닥닥 달려들어 칼 든 손을 후려 잡은 다음, 이마로 받아 쓰러뜨린다.)
강도, 칼을 떨어뜨리고 바동거린다.
삼남, 강도의 가슴에 올라 타 주먹질을 한 다음, 뒤집어 팔을 꺾고, 자신의 넥타이를 풀어, 손목을 꽁꽁 묶는다.
숙자와 민정, 삼남의 민첩한 행동에 놀라 넋을 잃고 쳐다본다.
삼남:(날카롭게) 뭐해! 빨리 경찰을 부르지 않고!
숙자:(고개를 흔들며) 아...알았어요.
바들바들 떨며 탁자로 다가가 전화 수화기를 든다.
민정도 떨며, 숙자 뒤를 따른다.
강도, 신음 소리를 낸다.
삼남:(숙자와 민정 눈치 못 채게 강도 귀에 대고) 너무 심하게 대한 거 용서해..... 연기란 리얼하게 하는 게 더 설득력이 있는 것 같아서 나 도 모르게.... 자네 복면설정도 최고야!.... 고마워....
강도:(여전히 신음 소리만 낸다.)
숙자, 많이 놀란 듯 수화기를 들었지만 말을 못하고 바들바들 떨고 있다.
민정도, 떨고 있다.
삼남:(버럭) 뭐 하는 거야? 신고 안 하고!
숙자:(그때서야) 아.... 알았어요. (다이얼 버튼을 누른 다음) 여...여보세 요. 집에 강도가 들었어요..... 여기는.... 여기는.... (민정을 보며) 아... 아무래도 안 되겠다. 니가 얘기해라? (수화기를 건넨다.)
민정:(받아 들고) 여....여보세요..... 여기는 효자동 행복 아파트 가동 107 혼데요! 빨리 와 주세요.... 강도가 들었어요!.... 강도는 우리 아빠가 잡으셨어요. 네. 그럼, 기다릴게요.
삼남:(강도를 팽개치고 손을 털고 일어나며) 수...수고했어.
숙자:(조심스럽게) 여...여보 다친 데 없어요?
삼남:(뻐기며) 보다시피..... 많이들 놀랐지?
숙자. 민정: 아....아뇨.
삼남: 미안 해.... 청소하면서 베란다 문을 열어 놓은 걸 깜박했어.
숙자: 그...그럴 수 있는 거죠. 잡았으면 그만이죠.
삼남: 이해해 줘서 고마워?
숙자: 고...고맙긴 요. 앞으로 제가 할게요.
민정: 아빠, 저도 이제 아빠 말 잘 들을게요.
삼남: 고맙다...... (숙자와 민정을 보며) 내 언젠가 기회가 되면 이런 말을 하고 싶었어...... 가족이란 말이야. 합창과 같은 거야? 모두가 사랑으 로 충만 된 한마음이 됐을 때 아름다운 화음을 만들 수 있지만 그 중 누구 하나라도 딴 마음을 먹는다면 그 건 엉망이 되고 만다는 말을...
그래선 지, 그게 늘 가슴 아팠어.
숙자. 민정: 죄....죄송해요. 이제부터는 다시는 안 그럴 게요.
삼남: 죄송하긴..... 지금이라도 화음을 맞추었으니까 됐어.
초인종 소리
삼남:(현관을 보며) 누구세요?
경찰:(소리) 경찰입니다.
숙자:(현관으로 다가가 문을 열며) 어서 오세요?
경찰:(권총을 빼들며) 범인은 어디에 있습니까?
민정:(자랑스럽게) 저기요! 우리 아빠가 붙잡아 묶어 놨어요?
경찰:(긴장돼) 그...그래요. (하며 복면을 쓴 채 누워있는 강도에게 다가 간다.)
삼남, 숙자, 민정도 다가간다.
경찰, 긴장 풀 듯이 숨을 내쉬고, 강도의 복면을 벗긴다.
삼남:(놀라) 아니 이럴 수가!
경찰:(보며) 아는 사람이에요?
삼남:(고개를 흔들며) 아...아니요.
이때 초인종 소리
민정:(현관으로 다가서며) 누...누구세요?
40대 아줌마:(E 급하게) 문 좀 열어 주세요?
민정: 왜요? 문 열렸는데요?
현관 문 열리며 들어서는
40대 아줌마:(급하게) 실례합니다만 여기 혹시 40대 후반의 아저씨 한 분 안 들어왔어요?
경찰:(보며) 들어온 사람이라고는 여기 이 강도 밖에 없는데요? 확인해 보세요? (강도를 일으킨다.)
삼남:(안절부절 어쩔 줄 모른다.)
40대 아줌마:(강도를 쳐다보더니) 아...아닌데요.
삼남:(안절부절 어쩔 줄 모른다.)
숙자: 근데 아저씨가 왜 우리 집으로 들어왔다는 거예요?
40대 아줌마:(한숨쉬며) 이런 말하기 창피하지만 우리 그이, 정신이 오락 가락 해요.
숙자. 민정. 경찰:(놀라) 그...그래요!
40대 아줌마:(울먹이며) 얼마까지만 해도 유명그룹의 촉망받는 이사였는 데 명퇴 당한 뒤론 정신이..... 글쎄 잠깐 슈퍼 가는 사이에 칼을 들고 나갔지 뭐예요.
숙자. 민정. 경찰:(놀라) 뭐...뭐라고요?!
40대 아줌마: 그..... 그래서 그이를 찾으려고 동네방네를 찾아다니는데 한 아주머니가 이 집으로 들어갔다고 해서....
경찰: 그럼, 경찰에 신고 하셨어요?
40대 아줌마:(울음을 터뜨리며) 네.... 아저씨! 제발 그이 좀 찾아주세요. 전 그이 없으면 못 살아요?
경찰:(침착하게) 아...알았습니다.
이때, 주방에서 머리를 흔들며 어슬렁어슬렁 나오는
사내:(놀라 둘러보며) 다...당신들 누구야! 지...지금 남의 집에서 뭐 하 는 거야?
삼남. 숙자. 민정. 경찰. 40대 아줌마, 놀라 쳐다본다.
40대 아줌마:(울음을 터뜨리고 다가서며) 여보! 이렇게 말도 없이 마음대 로 돌아다니면 어떡해! 집에 가만히 있으라고 했잖아!
사내:(영문 몰라) 도...돌아다니다니?
40대 아줌마:(버럭) 아이고, 못 살아! 빨리 나오지 못해! (하며 사내의 귀를 잡고 현관으로 향한다.)
삼남. 숙자. 민정. 경찰. 놀라 멍하니 쳐다본다.
사내:(끌려가며 버럭) 당신! 미쳤어! 우리 집 놔두고 어디를 가는 거야?
40대 아줌마:(버럭) 조용히 해! 인간아! (사내를 거칠게 현관 문밖으로 밀치고 고개를 조아린 다음 나간다.)
사내의 비명소리가 들린다.
사내:(소리) 왜 때려! 말로 하기로 했잖아!
경찰:(강도에게) 어떻게 된 거야?
강도:(조심스럽게) 베... 베란다 문이 열려 있기래 한 건 하려고 들어서 는데, 저 자식이 먼저 들어 와 안을 살피고 있기래 칼자루로 뒤통수 를 때려 기절 시켜버렸죠?
경찰: 그리고 안으로 침입하다, 이 용감한 시민에게 격투 끝에 붙잡혔고?
강도: 네..... 저... 이제껏 이 생활하면서 저 아저씨 같이 겁없이 대들어 막무가내로 후려치는 사람은 처음 봤어요? 아저씨 혹시 해병대 출신 이세요?
경찰:(보며) 맞아요?
삼남:(고개를 흔들며) 아뇨..... 동방인데요?
경찰: 그렇다면 귀신 잡는다는 동방불패!.... 동사무소 방위 출신이시군요.
삼남:(애써 밝게)예.
경찰: 아무튼 대단하십니다. 즉시 소장 님께 말씀 들여 ‘용감한 시민 상’ 을 상신 하도록 하겠습니다.
숙자:(기뻐) 뭐라고요? 그럼 저이가 말로만 듣던 ‘용감한 시민 상’을 탄단 말씀이세요?
민정:(기뻐) 우리 아빠가요?
경찰: 그렇습니다. 이런 장하신 분이 계시는 이상, 이 세상의 범죄는 기필 코 사라질 것입니다. (강도를 보며) 뭐해! 인마! 앞장서지 않고!
강도, 고개를 조아리고 앞장선다.
경찰, 삼남. 숙자. 민정에게 고개를 조아리고 현관문을 나선다.
숙자:(우르르 달려와 안기며) 여보! 자랑스러워요!
민정:(역시 안기며) 저...저 두요!
삼남, 엉겁결에 얼싸 앉고 어쩔 줄 모른다.
- 막 급히 내린다.
<끝>
* 연락처 *
서울시 종로구 평창동 104-5번지
마 라 도(마미성)
[문화] 신춘문예/ 희곡 당선소감-심사평
## 마미성/ "이젠 내 의지대로 자판 두드릴 것" ##
아득하게만 보이는 긴 터널을 언제나 벗어날 수 있을까(?)
고민했었다. 저 터널 밖에 또 다른 겨울이 버티고 있는 지....
아니면 희망의 봄이 있는지..... 도저히 가름할 수 없는 날들....
두려움에 꽁꽁 숨기도 했었다. 그러나 그건 나의 의지가 아니었다.
어느새 난 골방에 숨어 자판을 두드리고 있었다.
그야말로 “이럴 수가 있나요?” 가 아닌가 싶다.
하지만 난 봄을 맞았다. 이제 마음놓고 터널을 벗어날 것 같다.
그리고, 홀가분한 마음으로 막걸리 잔을 기울일 것 같다.
“자! 나를 아는 벗들이여! 이 마미성 이가 드디어 한 건 했다네! 한잔
들세! 이 밤이 지새도록 마음껏 마셔보세!”
그리고 날이 새면 난 다시 봄이 앉은 골방에 들어가 변함없이 자판을
두드릴 것이다. 최고의 희곡작가가 되기 위해.....
꿈만 같다. 그래도 현실이기에 난 이제 떳떳이 말해야겠다.
먼저, 나에게 글 쓰는 재능을 주신 부모님께 감사드린다. 그리고 어려움
속에서도 변함 없이 뒷바라지 해준 사랑하는 나의 가족과..... 그리고
오래도록 지켜 봐주신 마해성 형님과 동생들에게도 이 기쁨을 드린다.
아울러 저의 졸작을 선해 주신 심사위원님들께도 깊은 감사를 드린다.
그리고 기쁨에 젖어 미처 생각지 못한 분들에게도... KBS 조원석 국장님.
이상여 차장님께도 감사 드린다.
▲마 미 성(응모명 마라도)
▲ 전남 목포출생
▲KBS 코미디 작가 공채 1기
▲현재, 방송작가로 활동 중
<심사평>
금년에는 응모작도 크게 늘어 났지만 그에 못지 않게 수준 또한
급상승했다. 따라서 입선전에 육박한 작품이 10여 편에 이른다. 소재
또한 다양했지만, 이데올로기 문제라든가 정치 풍자 같은 것을 다룬
경우는 거의 찾아 볼 수 없었고, 삶의 주변에서 제재를 취택한 것이
특징이었다.
가령 명퇴자 문제라든가 노인문제, 그리고 컴퓨터 세대답게 SF적인
작품이 더러 눈에 띄었다. 이들 중 최종심에까지 오른 작품은 ‘그대
발길 돌리는 곳’(신순덕), ‘마리아의 집’(조현진), ‘거대한
돼지’(장수진), ‘버들강아지’(장미화), ‘줄무늬물고기는 바다를
그리워했다’(이원복), ‘연민에 대하여’(김성민), ‘이럴 수가
있나요?’(마라도) 등 7편이나 되었다.
그런데 ‘그대 발길 돌리는 곳’은 노인문제를 절박하게 다루었지만
결말이 너무 상식적이었으며, 장애아이를 둔 부부의 이야기를 다룬
‘버들강아지’는 인생탐구가 부족했다.
새우잡이 멍텅구리배에서 일어나는 이야기를 다룬 ‘거대한 돼지’는
문제제기가 약해서 도식적이었고, 도시인의 일상적인 권태와 욕망 그리고
꿈을 그려본 ‘줄무늬 물고기…’는 기교는 돋보였지만 개연성이
문제였다. 결국 ‘연민에 대하여’와 ‘이럴 수가 있나요?’가 당선을
다투게 되었다. 그런데 부부의 사랑을 순도 높고 절제된 언어로 묘사한
전자는 당선작으로 손색 없었지만 무대극으로서는 힘이 약한 것이
흠이었다. 문학수업이 잘된 이 예비작가의 가능성에 기대를 걸면서 결국
오랜만에 희극 ‘이럴 수가 있나요?’를 당선작으로 선정하게 된 것이다.
명퇴 가장의 비틀린 일상을 희극적으로 다룬 이 작품은 빼어난 극적
구성이 기성작품을 능가할 정도지만 인생을 바라보는 깊이는 조금
부족했다. 여하튼 예비작가 마라도와 김성민에게 거는 기대가 크다.
(임영웅/극단 산울림 대표·유민영/단국대 대중문화예술대학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