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8년이 다 되어 가는 2007년 8월 31일(금) 09:00 - 여름 방학이라 학생들은 한 명도 없는 텅빈 학교 - 교무실에는 교직원 50 여명만 숨죽인듯 조용히 기다리는데 - 9시 정각, 가슴에 작은 꽃 한 송이 달랑 달고 교장실 문을 열고 교무실로 들어서니 우렁찬 박수 소리만 들리고 - 오늘 이 시간만큼은 허용되었기에 교감선생님 자리에 턱하니 앉아 -- 교무부장의 사회에 따라 "보해 백풍길 교장선생님의 정년퇴임식 인사 말씀이 있겠습니다." 에 따라 퇴임 인사를 하고 - 그 날 12시 거창에서 유명한 쇠고기 전문 식당인 구시에서 전 교직원에게 거(巨)하게 점심 한 끼 대접하고 다시 학교로 돌아와 오후 5시까지 근무하고 '땡" 소리 5번이 울리자 미리 챙겨 놓은 책 몇 권 들고서 현관에서 기다리는 교직원들의 "안녕히 가십시오. 건강하십시오" 하는 환송 인사와 박수를 받으며 아련히 솟아나는 눈물을 참고 교문을 떠나 온 것이 정년 퇴임식의 전부였습니다. 세월은 너무나 빨리 흘러가 벌써 8년이 다 되어 가는 지난 5월 8일 뭘 좀 정리하너라고 이 곳 저 곳을 살피다가 우연히 책갈피에서 퇴임식 인삿말을 프린트한 유인물 한 장을 발견하였기에 감회가 새로와 여기 소개합니다.
떠 나 면 서
世上事 모든 일이 처음이 있으면 끝이 있고
만남이 있으면 離別이 있는 것 같습니다.
지난 40年 6個月 동안
敎師 시절엔 젊음이란 熱情 하나만 믿고
"때려서라도 가르친다." 는 信念 하나로
이른 아침부터 늦은 저녁까지 아이들을 달달 볶았습니다.
한 참 뛰어 놀고 싶은 어린이들에게 眞情한 사랑이 不足했다는 것을
이제 와서 알게 되었지만
철들자 停年을 맞이하게 되었습니다.
校監, 校長이 되어서는
"맡은 바 最善을 다한다." 면서
"學力을 올려라. 實積을 거둬라" 밀어 붙이다 보니
여러 선생님들께 많은 傷處를 주었습니다.
그래도 지금 이 자리에서 이렇게 人事 드릴 수 있는 것은
저를 아껴 주시고 사랑해 주신
先輩, 同僚, 後輩 여러분의 德分이라 믿고
眞心으로 고맙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비록
가진 것도, 이룬 것도 하나 없는 平凡한 삶이었지만
誠實하게 熱心히 살았다고 스스로 慰勞하고 싶습니다.
이제와서 아무런 後悔도 未練도 愛着도 없습니다.
작은 아쉬운 하나 있다면
좀더 어린이들에게 사랑으로 대할 걸
좀더 선생님들을 理解하려고 努力할 것을 !
부디 지나간 허물일랑 탓하지 말아 주소서
흘러간 歲月을 되돌아 보며
한없이 고마웠던 많은 분들께
일일이 人事드리지 못하지만
오래도록 가슴 속에 묻어 두고 記憶하겠습니다.
항상 健康하시고
幸福하시기 祈願드리면서
제 주위의 모든 분들께
다시 한 번
깊이 깊이 고개 숙여 고마움을 전합니다.
2007년 8월 31일
백 풍 길 드림
위 유인물을 한 장씩 전 교직원들에게 나누어 주고 제가 읽어 나간 것이 정년 퇴임식 인삿말 전부였고, 그 것으로 퇴임식은 끝이 났습니다. 2007년 8월 31일자로 정년 퇴임을 하는 5명의 친구(이해진. 고관운. 양수득, 최현옥, 백풍길)들이 약속한 퇴임식 - 무더운 여름철에 교직원, 학생, 학부모 그리고 선후배 동료들에게 애먹이지 말고 조용히 몰러나자는 약속을 철저히 지킨 퇴임식이었지요. 지금 생각해 봐도 참 잘했다는 자부심을 갖습니다.
첫댓글 보해(백풍길)교장님의 퇴임 식장을 보는것 같은 느낌입니다. 퇴임사 마디 마디 진정어린 아쉬움과 감회가 서려있어
읽는이의 가슴을 뭉클하게 하네요 비록 정년퇴임은 하셨지만 40年 6個月 보해선생님의 가르침은 영원히 제자들 가슴속에
각인되어 오늘도 내일도 사회 각 분야에서 알알이 열매 맺고 있으리라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