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의 세시풍속과 놀이
유두(음력 6월 15일)
유두날에는 맑은 개울을 찾아가서 목욕을 하고, 특히 동쪽으로 흐르는 물에 머리를 감습니다. 동쪽으로 흐르는 물에 머리를 감는 것은 동쪽은 청이요, 양기가 가장 왕성한 곳이라고 믿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풍속을 여름에 더위를 먹지 않는다고 믿는 것입니다. 흐르는 물에 몸을 씻는 것은 물에 정화력이 있음을 인정하여 심신을 물에 담가 더러움을 떨쳐 버리는 세계의 보편적인 습속으로 중국의 상이계욕, 인도의 항하침욕이 그 좋은 예이며, 불교의 관정(灌頂), 기독교의 세례(洗禮)가 모두 이러한 믿음에 근거하고 있습니다.
유두천신을 마친 후 일가친지들이 맑은 시내나 산간 폭포에 가서 머리를 감고 몸을 씻은 후, 가지고 간 햇과일과 여러 가지 음식을 먹으며 하루를 보냅니다. 이것을 유두잔치라고 하는데, 이렇게 하면 여름철의 질병과 더위를 물리치는 액막이의 기능이 있는 것으로 믿고 있습니다.
유두날의 물맞이 풍속은 요즈음의 여름 휴가철 바캉스와 비슷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 유두천신(流頭薦新) : 유두날 아침 각 가정에서 유두면, 상화병, 연병, 수단, 건단, 그리고 피·조·벼·콩 등 여러 가지 곡식을 참외나 오이, 수박 등과 함께 사당[家廟]에 올리고 고사를 지내는 것을 말합니다.
유두날의 음식
① 유두연(流頭宴) : 유두날 액막이로 모여서 마시는 술.
② 유두면 : 유두면을 먹으면 장수 하고 더위에 걸리지 않는다고 하여 누구나 먹습니다. 밀가루로 만드는 유두면은 참밀의 누룩으로 만들 경우 유두국(流頭)이라고도 하는데, 구슬같은 모양으로 만들어 오색으로 물들인 후 세개씩 포개어 색실에 꿰어 차거나 문에 매달면 재앙을 막는다고 하였습니다.
③ 수단과 건단 : 쌀가루로 쪄서 길게 빚으며, 가늘게 썰어 구슬같이 만들어 꿀물에 담그고 얼음물을 넣어서 먹는 것은 수단이고, 얼음물에 넣지 않고 먹는 것이 건단입니다.
④ 상화병 : 밀가루에 물을 붓고 반죽하여 콩가루와 깨를 섞어서 꿀물에 버무려 쪄서 먹습니다.
삼복
삼복은 음력 6월에서 7월 사이에 들어 있는 속절(俗節)입니다.
하지 후 셋째 경일(庚日)을 초복, 넷째 경일(庚日)을 중복, 입추 후 첫 경일(庚日)을 말복이라 하여, 이를 삼경일(三庚日) 혹은 삼복 이라 합니다. 복날은 10일 간격으로 오기 때문에 초복과 말복까지는 20일이 걸립니다. 그러나 해에 따라서 중복과 말복 사이가 20일 간격이 되기도 하는데, 이를 월복(越伏)이라고 합니다.
삼복은 1년 중 가장 더운 기간으로 이를 '삼복더위'라 합니다. 조선시대 궁중에서는 더위를 이겨 내라는 뜻에서 높은 벼슬아치들에게 빙표(氷票)를 주어 관의 장빙고에 가서 얼음을 타 가게 하였습니다. 복중에는 더위를 피하기 위하여 아이들과 부녀자들은 여름과일을 즐기고, 어른들은 술과 음식을 마련하여 산간계곡으로 들어가 탁족(濯足)을 하면서 하루를 즐깁니다. 한편으로 해안지방에서는 바닷가 백사장에서 모래찜질을 하면서 더위를 이겨내기도 합니다.
복날과 관계있는 속신으로 '복날에 시내나 강에서 목욕을 하면 몸이 여윈다.'는 것이 있습니다. 이러한 속신 때문에 복날에는 아무리 더워도 목욕을 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초복에 목욕을 하였다면 중복과 말복 날에도 목욕을 해야 하는데, 이런 경우에는 복날마다 목욕을 해야만 몸이 여위지 않는다고 믿었기 때문입니다.
초복과 중복, 그리고 말복에 걸친 삼복더위를 이겨내는 시절음식으로 개장국이 있습니다.
우리 민족이 개장국을 건강식으로 널리 즐겼음은 분명하나 지방에 따라서 개고기를 먹으면 재수가 없다고 하여 금하기도 하였습니다. 또 특정 종교의 세계관에 의해 개고기를 식용으로 하는 것을 금기시하기도 하였습니다. 이러한 이유로 개장국을 대신하여 삼계탕을 즐기기도 합니다.
6월의 놀이
물맞이(천엽), 낫치기 등이 있습니다.
6월의 역사적 기록
《김거사집(金居士集)-13세기 고려 희종(熙宗) 때의 학자 김극기(金克己)》
“동도(東都:경주)의 풍속에 6월 15일 동쪽으로 흐르는 물에 머 리를 감아 액(厄)을 떨어버리고 술 마시고 놀면서 유두잔치를 한다.”
《중경지(中京志)》권2 풍속조, 《고려사(高麗史)》권20 명종(明宗) 15년조
“6월 병인(丙寅)에 시어사(侍御史) 두 사람이 환관 최동수와 더불어 광진사(廣眞寺)에 모여 유두음(流頭飮)을 마련하였는데, 나라 풍속은 이 달 15일에 동류수(東流水)에서 머리를 감아 불상(不祥)을 없애며, 이 회음(會飮)을 유두연(流頭飮)이라 부르게 되었다.”
《동국세시기(東國歲時記)》
“경주 풍속에 6월 보름에 동쪽으로 흐르는 물에 머리를 감아 불길한 것을 씻어 버린다. 그리고 액막이로 모여서 술을 마시는데, 이를 유두연 (流頭宴)이라 한다. 조선의 풍속도 신라 이래의 옛 풍속으로 말미암아 유두를 속절로 삼게 되었다.”
유두는 최소한 신라시대나 이전부터 전해 내려온 우리의 풍속임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유두면을 몸에 차거나 문설주에 걸어서 잡귀를 막는다.”
“월내조(月內條)에는 피·기장·벼를 종묘에 천신한다.”
“멥쌀가루를 쪄서 긴 다리같이 만들어 둥근 떡을 만들고 잘게 썰어 구슬같이 만든다. 그것을 꿀물에 넣고 얼음에 채워서 먹으며, 제사에도 쓰는데 이것을 수단이라고 한다. 또 건단이라고 하는 것도 있는데, 그것은 물에 넣지 않은 것으로 곧 찬 음식의 종류이다. 혹 찹쌀가루로 만들기도 한다.”
“상고하면《사기(史記)》에 이르기를 진덕공(秦德公) 2년에 처음으로 삼복 제사를 지냈는데, 성 4대문 안에서는 개를 잡아 충재(蟲災)를 방지했다고 하였다.”
《조선상식(朝鮮常識)-최남선》풍속편
여인들의 물맞이 장소로, 서울에서는 정릉 계곡, 광주에서는 무등산의 물통폭포, 제주도에서는 한라산의 성판봉(城坂峰)폭포 등을 적합한 곳으로 기록하고 있습니다.
《풍류세시기(風流歲時記)-이승만》
정릉계곡 외에도 송림(松林)과 물이 좋은 악박골과 사직단이 있는 황학터(黃鶴亭:활터) 근방과 낙산 밑 등이 서울의 물맞이 장소로 좋은 곳이라고 하였습니다.
《예기(禮記)》월령(月令)
“중하(仲夏)의 달에 농촌에서 기장을 진상하면 천자가 맛을 보고 먼저 종묘에 올리는데, 이는 우리나라에서도 마찬가지다.”
《경도잡지(京都雜誌)》6월 15일조
“분단(粉團)을 만들어 꿀물에 넣어 먹는데 이를 수단이라 한다.”
《동의보감(東醫寶鑑)》《열양세시기(洌陽歲時記)》《동국세시기(東國歲時記)》
《농가월령가(農家月令歌)》《규곤시의방(閨是議方)》《부인필지(婦人必知)》등에
여름보양식으로 개고기를 먹는다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카페지기 청림 김병구의 전래놀이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