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지식의 나무(4)
생물학
사피엔스가 발명한 가상의 실재의 엄청난 다양성 그리고 그것이 유발하는 행동 패턴의 다양성은 우리가 '문화'라고 부르는 것의 주된 요소가 되었다. 일단 등장한 문화는 끊임없이 변화, 발전했으며, 그 멈출 수 없는 변화를 우리는 '역사'라고 부른다. 그러므로 인지혁명이란 역사가 생물학에서 독립을 선언한 지점이었다. 인지혁명 이전에 모든 인간 종의 행위는 생물학의 영역에 속했다. 혹은, 꼭 그렇게 부르고 싶다면, 선사시대에 속했다(나는'선사시대'란 표현을 피하려 하는데, 인지혁명 이전에도 인류가 하나의 동일한 범주에 속했다는 오해를 암시하기 때문이다.)
인지혁명 이후에는 생물학 이론이 아니라 역사적 서사가 호모 사피엔스의 발달을 설명하는 일차적 수단이 되었다. 기독교나 프랑스 혁명의 부상을 이해하려면 유전자와 호르몬과 생물의 상호작용을 이해하는 것으로는 충분치 않다. 개념과 이미지와 환상이 벌이는 상호작용 역시 고려해야 한다.
이것은 호모 사피엔스와 인류문화가 생물학의 법칙을 벗어났다는 의미가 아니다. 우리는 여전히 동물이며 우리의 신체적, 정서적 인지적 능력은 여전히 DNA에 의해 결정된다. 우리 사회를 구성하는 요소들은 네안데르탈인이나 침팬지 사회와 같으며, 감각, 정서, 가족 간 유대 같은 요소들을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볼 수록 우리와 다른 유인원 간에 차이가 적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하지만 개인과 가족 차원에서 차이를 찾으려 하는 것은 실수다. 일대일, 십대십으로 보면 우리는 당황스러울 정도로 침팬지와 비슷하다. 심각한 차이가 나타나는 것은 개체수 150명이라는 임계치를 초과할 때부터다. 숫자가 1천~2천 명이 되면, 차이는 엄청나게 벌어진다. 만일 수천 마리의 침팬지를 텐안면 광장이나 월스트리트, 바타칸, 국회의사당에 몰아 넣으려 한다면 그 결과는 아수라장일 것이다. 그러나 인간은 그런 장소에 정기적으로 수천 명씩 모인다. 인간은 교역망이나 대중적 축하행사, 정치제도 등의 질서 있는 패턴을 함께 창조한다. 혼자서는 결코 만들 수 없었던 것들을 말이다. 우리와 침팬지의 진정한 차이는 수많은 개인과 가족과 집단을 결속하는 가공의 접착제에 있다. 이 접착제는 인간을 창조의 대가 로 만들었다.
물론 우리에게는 도구를 제작하고 사용하는 능력이 함께 하지 않는다면 도구 제작 그 자체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3만 년 전만 해도 막대기와 돌로 된 창 밖에 없었던 우리가 오늘날 어떻게 핵 탄두를 지닌 대륙 간 미사일을 만들었을까? 생리학적으로 지난 3만 년 사이에 우리의 도구 제작 능력이 크게 개선된 것은 아니다.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은 고대 수렵채취인에 비해 손재주가 훨씬 뒤떨어졌다. 하지만 많은 수의 낯선 사람들과 협력하는 우리의 능력은 극적으로 개선되었다.
고대의 창족은 고대인 한 명이 친한 친구 몇 명에게서 조언과 도움을 얻어 몇 분 내지 몇십 분만에 만들어낸 것이었다. 오늘날 핵탄두를 제조하려면, 전 세계의 서로 모르는 수백 명의 사람들이 협력해야 한다. 지구 깊숙한 곳에서 우라늄 광석을 채취하는 광부에서 부터 아원자 입자의 상호작용을 기술하는 기다란 수학 공식을 쓰는 이론물리학자에 이르기까지 말이다.
인지혁명 이후 생물학과 역사의 관계를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1,생물학은 호모 사피엔스의 행동과 능력의 기본 한계를 결정한다. 모든 역사는 이런 생물학적 영역의 구속 내에서 일어난다.
2, 하지만 이 영역은 극도로 넓기 때문에, 사피엔스는 엄청나게 다양한 종류의 게임을 할 수 있다. 사피엔스는 픽션을 창조하는 능력 덕분에 점점 더 복작한 게임을 만들었고, 이 게임은 세대를 거듭하면서 더더욱 발전하고 정교해진다.
3, 결과적으로, 사피엔스의 행동을 이해하려면 우리는 이들의 행동이 역사적으로 진화해온 경로를 서술해야 한다. 우리가 생물학적 속박만을 이야기한다면, 그것은 월드컵 경기를 중계하면서 선수들이 무엇을하고 있는지를 설명하기보다는 운동장의 상태를 자세히 설명하는 라디오 아나운서와 다를바 없다.
우리 석기시대 조상들은 역사의 무대에서 어떤 게임을 했을까? 우리가 아는 한, 3만 년 전쯤 슈타델의 사자-남자를 조각한 사람들은 오늘날 우리와 동일한 육체적, 감정적, 지적 능력을 가지고 있었다. 그들은 아침에 일어나면 무엇을 했을까? 아침으로는 무얼 먹었을까? 점심으로는? 그들의 사회는 어떤 모습이었을까? 일부일처제를 맺고 핵가족을 유지했을까? 전쟁은 치렀을까?
다음 장에서 우리는 세월의 장막을 살짝 들추어, 인지혁명 이후 농업혁명이 일어날 때까지 수천수만 년 동안 사람들의 삶이 어떠했는지 살펴볼 것이다.
첫댓글 잘 읽었어요~~
레아님, 고맙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