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나선의 출생
한편 천자 마하세나는 설산 랏기다 굴의 성자들의 간청을 저버리지 못하고 천상세계를 떠나 인간세계로 내려와 바라문 소눗다라의 부인에게 입태하여 10개월 만에 무사히 사내아이로 출생하였습니다. 부모는 그에게 나선(那先)이라는 이름을 지어 주었습니다. 너선이 점점 자라나서 일곱 살이 되던 해에 아버지 소눗다라는 그를 보고 말했습니다.
"나선아! 너도 이제 나이 7세가 되었으니 공부를 해야 되겠다. 너는 바라문의 아들이니 바라문의 공부를 해야지!"
"네, 그러면 아버지 바라문의 공부란 무엇을 배우는 것입니까?" "바라문 전통5)을 배우는 것이다. 그 밖의 지식은 모두 단순한 학예學藝에 불과하지."
"네, 그러면 아버지! 저는 바라문 전통 4베다를 배우겠습니다. "
소눗다라는 사랑하는 아들을 위하여 이름있는 학자를 초빙하여 나선에게 4베다의 학문을 가르치게 하였습니다. 4베다를 배우는 것은 그리 용이한 일이 아닙니다. 그러나 날 때부터 총명한 그는 스승의 가르침에 따라 잘 배워 얼마 가지 않아 그 많은 4베다를 전부 암송하고 한 글자도 틀리지 않았습니다. 뿐만 아니라, 가르쳐 주지 않아도 능히 글의 뒤에 감추어진 깊은 이치까지도 잘 알아내었습니다. 마침내 그는 베다의 명의집名義集에 감추어진 깊은 이치까지도 깨달았으며, 시형학詩刑學등 베다에 관한 모든 지식을 통달함에 이르렀습니다. 이리하여 나선은 동자童子의 몸으로 일찍이 당당한 박언학자博言學者, 문전학자文典學者, 정사결의자正邪決意者가 되어 그의 스승을 놀라게 하였습니다.
우주의 창조자 브라흐마(좌) / 범천왕梵天王 바라문왕(우)
하루는 "아버지! 마라문 가문에서는 더 배워야 할 것이 남아 있습니까?"하고 부친에게 물었습니다.
"이제는 더 남은 것이 없다. 너는 바라문 교학敎學의 전부를 훌륭히 모두 배웠다."
"네....."
나선은 부친의 대답을 듣고 무엇인지 마음에 부족한 것이 가득했습니다. 어느 날 그는 사람이 없는 곳에 홀로 앉아 명상에 잠기면서 이제까지 배워 온 베다의 지식을 몇 번이나 되풀이 하면서 음미해 보면 볼 수록 신통한 느낌이 없고 한갓 공연한 문자의 나열에 지나지 않았으며, 베다의 어느 대목을 떼어서 보아도 산 혼의 소리란 들을 수 없었습니다. 그는 무엇 때문에 이런 지식을 배웠는지 자기 자신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그는 "아 ~~" 하면서 마음 깊이 탄식하고서는, 생각하였습니다. "그렇다! 베다와 같은 학문은 진실로 공허한 것이요, 허망한 것이다. 그 속에 누가 지상至上의 진리와 궁극의 의의意義를 찾아볼 수 있을 것인가?"
< 일체의 사성제 四聖諦는 제일의설第一義說에 의지해(괴로움을) 받는 자가 없고 (번뇌를 ) 짓는 자가 없으며 滅에 들어가는 者및 道를 행하는 자가 없는 까닭에 사성제는 空임을 마땅히 알라 - 청정도론 >
* 5) 4 베다를 말한다.
고대 인도의 종교 지식과 제례규정을 담고 있는 문헌. 브라만교의 성전(聖典)을 총칭하는 말로도 쓰인다. 구전되어 오던 내용을 기원전 1500~1200년에 산스크리트어로 편찬한 것으로 추정되며 고대인도의 종교, 철학, 우주관, 사회상을 보여주기 때문에 역사·문학적 가치가 높다.
베다(Veda)란 ‘안다’라는 고대 산스크리트어 비드(vid-)에서 파생한 말이다. '지식' 또는 '지혜'를 뜻하며,
넓은 의미로는 '기록될 가치가 있는 지식 전체'를, 좁은 의미로는 '성스러운 지식이나 종교적 지식'을 뜻한다. 고대 인도의 종교 및 사상과 관련된 노래·시·기도문·공물 제의 방식·주문 등 방대한 지식을 담고 있으며 분량이 성경의 6배에 달한다.
인도유럽어족 중에서 가장 오래된 형태의 베다어(산스크리트 베다어)로 작성된 최고(最古)의 성전이다. 학자들은 기원전 수십세기 전부터 구전되어 오던 내용을 기원전 1500년~기원전 1200년 경 문자로 편찬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러나 브라만교 전통에서는 베다를 인간의 작품이 아니라, 천상의 영역에서 신의 영감과 계시을 받은 리시(rishi, 성자)를 통해 만들어진 것으로 생각한다. 베다를 하늘의 성전이라는 뜻의 '슈루티(Sruti)'라 부르는 것은 이 때문이다.
본래는 《리그베다(Rig-Veda)》,《사마베다(Sama-Veda)》,《야주르베다(Yajur-Veda)》가 베다문헌의 전통적인 '3베다' 성전이었으나 오늘날에는 여기에 민속 신앙의 성향이 짙은 《아타르바베다(Atharva-Veda)》까지 포함해 '4베다'로 부르고 있다. 리그베다는 찬가, 사마베다는 노래, 야주르베다는 공물 제의, 아타르바베다는 마법과 주술에 관한 지식을 주로 담고 있다. 이러한 구분은 공물제의에 참여하는 네 명의 제관들의 역할(찬가, 노래, 제사집행, 주술)에 따라 나뉘어졌다고도 알려져 있다.
바라문 힌두교 사원(좌) / 바라문(우) 고대 인도의 四姓중 가장 높은 계급으로 제사와 교육을 담당하는 司祭
* 용어 해설
사성제 [ 四聖諦 ]
불교 중심교리의 하나. 네 가지 가장 훌륭한 진리라는 뜻으로, 줄여서 ‘사제 四諦제’라고도 한다. 인생의 모든 문제와 그 해결 방법에 대한 네 가지의 근본 진리를 의미한다. 제(諦)는 진리, 진실이란 뜻이며, 그러한 진리가 신성한 것이라 하여 사성제 또는 사진제(四眞諦)라 한다. 불교의 실천적 원리를 나타내는 불타 교설의 대강(大綱)으로 고제(苦諦)ㆍ집제(集諦)ㆍ멸제(滅諦)ㆍ도제(道諦)의 네 가지 진리를 말한다.
① 고제(苦諦): 현실세계의 참 모습을 설명하는 것으로 범부 중생의 현실세계는 모두가 괴로움이라는 것이다. 인간은 生ㆍ老ㆍ病ㆍ死의 사고(四苦)를 기본적으로 갖고 있고, 여기에다가 다시 사랑하는 사람과 이별해야 하는 괴로움(애별리고愛別離苦), 미워하는 사람과 만나게 되는 괴로움(원증회고怨憎會苦), 원하고 구하는 것을 이루지도 못하고 얻지도 못하는 괴로움(구부득고求不得苦), 그리고 이러한 괴로움의 근본이 되는 색ㆍ수ㆍ상ㆍ행ㆍ식(色受想行識)의 오온(五蘊)에 집착하는 괴로움(오음성고五陰盛苦,오성음고五盛陰苦라고도 한다) 등 팔고(八苦) 속에서 윤회 애착하게 된다는 것이다.
② 집제(集諦): 현실세계의 모든 괴로움의 원인을 설명하는 것으로,갈애(渴愛)ㆍ무명(無明)ㆍ번뇌(烦惱)의 애욕 집착 때문에 십이인연으로 한없이 윤회 전생하게 된다는 것이다. 여기에서 괴로움의 원인을 바깥에 있다고 보지 않고 내 마음 안에 있다고 보는 것이 불교의 특색이다.
③ 멸제(滅諦): 온갖 괴로움을 멸하고 무명ㆍ번뇌를 멸하는 것으로 이가 곧 열반이요, 해탈이다. 열반과 해탈의 세계가 곧 불교가 추구하는 이상(理想)세계이다.
④ 도제(道諦): 괴로움과 무명ㆍ번뇌를 멸하고, 열반ㆍ해탈을 얻어 십이인연을 자유자재하는 방법을 말한다.
다음회에 계속됩니다
[출처] 나선비구경那先比丘經(=밀린다王問經)(제5회)|작성자 래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