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 처음 우리 집을 방문했을 때 어느 구석에 “거미줄”을 발견한다면 낯이 뜨거울 정도로 부끄럽고 창피할 것입니다. 그것은 보통 우리에게 인식된 “거미줄”의 의미가 ‘청소를 안한 게으름의 흔적’이거나 ‘인적이 없다는 힌트’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 책에서의 “거미줄”은 너무도 찬란하며 아름다운 표징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그러한 편견의 파괴는 이 책의 주요 등장인물들이 맺고 있는 우정의 관계에서도 알 수 있습니다. 보통 동화속에서 욕심, 게으름의 성격을 특징짓는 돼지는 이 책의 가장 중요한 등장인물로서 너무도 순수하고 진정성있는 요소를 유감없이 발휘하고 있습니다. 또한 앞서 기술한 거미줄을 짜는 이 책의 주인공 돼지 윌버의 소중한 친구인 거미 샬롯이야말로 우정을 어떻게 나누는지에 대한 소통의 모델을 보여주 듯 아름답기까지 합니다.
≪샬롯의 거미줄≫... 그 줄거리는 다음과 같습니다.
봄돼지 무녀리로 태어난 윌버는 자신을 죽음에서 구해 준 펀의 사랑을 받고 자라납니다.
어느 날 윌버는 좋아하는 펀도 만나지 못하게 된 비오는 날에 너무도 큰 외로움을 경험하게 되고 새 친구 “샬롯”이라는 거미를 만나게 됩니다. 그리고 윌버와 거미는 서로의 차이점을 알아가면서 우정을 쌓아갑니다.
하지만 겨울이 되면 햄과 베이컨이 될 것이라는 같은 농장의 가축들의 말에 놀란 윌버는 두려움에 어쩔 줄 모릅니다. 그런 윌버에게 친구 샬롯은 “절대 죽지 않게 하겠다”고 약속을 합니다.
그 날부터 샬롯은 자신의 거미줄에서 벌레를 속이 듯 사람들을 속이기로 하고 거미줄에 윌버에 대한 특별한 글자를 짜넣습니다.
“대단한 돼지”, “근사해”, “눈부신 돼지”, “겸허한”이란 글자를 순차적으로 거미줄에 짜 넣으면서 윌버는 그야말로 마을에서의 존재감이 급부상하게 되고 결국 가을 품평회에서 특별상을 받게 됩니다.
하지만 품평회장에서 친구 샬롯은 알을 낳고 죽음으로써 윌버와 작별을 하게 되며 윌버는 샬롯의 알을 집으로 가져와 새끼가 나올 때까지 살뜰히 보살핍니다.
새 봄이 되어 샬롯의 알에서 나온 새끼들은 각자 저마다의 길을 떠나지만 여전히 윌버 곁에는 샬롯이 남긴 소중한 인연들로 윌버는 언제까지나 샬롯을 기억하며 행복한 삶을 살게 됩니다.
우리는 근묵자흑(近墨者黑)이라던가, 초록은 동색, 유유상종(類類相從)이란 “친구”에 대한 옛 성현의 말을 많이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샬롯의 거미줄≫에 비추어 볼 때, 분명 친구가 되는 것은 겉모습이 비슷해서가 결코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편견없는 우정’
결코 친구관계가 성립될 것 같지 않은 돼지 윌버와 거미 샬롯의 우정은 요즘 이해관계가 얽혀서 맺어지는 친구관계에 대해 우정의 진정성을 되돌아 볼 수 있게 합니다.
또한 탈출소동을 통해 자유를 만끽하는 것보다 울타리 안의 관계를 통한 행복을 선택하는 윌버에게 찾아 온 극심한 외로움은 어쩌면 ‘친구를 찾는 순수성’을 걸러내도록 하는 ‘필터역할’을 한 것은 아닐까 생각도 해 봅니다. 그래서 돼지 윌버에게 정말 멋진 거미 샬롯이, 그리고 거미 샬롯에게 윌버가 ‘대단한 돼지’로의 첫 만남이 ‘겸허한’이란 서로의 속내를 볼 때까지 그 우정이 영원해진 것은 아닐까 .... 하는 추측으로, 집안에 거미줄을 치고 샬롯과 같은 친구를 맞이하고 싶을 만큼 돼지 윌버에게 “부러운 마음”을 전하고 싶습니다.
(장편창작동화를 집필하고자 하시는 분께 추천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