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테의 돈으로 세상 읽기 3
개미집은 무너지지 않을 것인가?
주식시장이 심상치 않다. 지난해 국내 주요 증권사 6곳(미래에셋대우·KB·NH투자·한국투자·키움·유안타증권)에서 개설한 신규계좌만 720만 개가 넘는다. 영혼까지 끌어모아 주식에 투자한다는 영끌부터 어린이가 주식투자에 가담하는 주린이, 군부대 막사에서 스마트폰으로 주식시황을 들여다보고 있는 병정개미까지 온통 주식투자 광풍으로 신조어가 쏟아진다. 그 덕에 코스피가 3000을 넘어섰다. 근로소득만으로 내 집 마련이 어려워진 젊은이들이 너도 나도 장마당 뻥튀기 앞에 옥수수 한 줌 들고 줄 서 있는 꼴이다.
TV에서는 서울 사는 동창 아파트 한 채가 30억 원이 된다고 친절히 알려준다. 알량한 퇴직금 몇 푼을 은행에 넣어두고 있다가, 받은 이자로 시골집 재산세 내기에도 빠듯하면, 등산이 직업인 사람들도 심사가 꼬인다. 더하여 외국인 투자까지 가세하고 있으니 이쯤이면 여기저기서 뻥튀기 소리로 요란한 것이 이상한 일도 아니다. 열이 오른 이상 튀밥이 터지든 고막이 터지든 뭔가 터질 것은 분명하다.
포모증후군(FOMO Syndrome)이라는 말이 있다. 원래 포모(Fear Of Missing Out)라는 말은 마케팅에서 시작되었다. ‘매진 임박’이나 ‘한정 수량’이라고 하면 소비자들은 조급증을 갖게 되는데 지금도 홈쇼핑 같은 곳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상품 판매기법이다. 포모증후군은 포모에 신드롬을 붙여 자신만 소외될지 모른다는 고립공포감을 의미하는 용어로 쓰인다. 이 질병에 걸리면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남 따라 장에 가야 안도하게 된다. 요즘 주식시장을 보면 너나없이 포모증후군에 걸린 모양새다.
문제는 지금의 주가가 적정한 수준에서 평가되고 있느냐다. 물론 공정한 주식가격을 기대하는 데는 기업정보(회계정보)가 시장에 충분히 반영된다는 효율적 시장가설을 전제로 한다. 하지만, 실질적인 기업가치가 시장가격에 온전히 반영되는 주식시장은 실제 존재하지 않는다. 하루에도 몇 번씩 주가가 등락하는 현상이 이를 반증한다. 거기에는 수많은 정보요인과 변수가 작용하고 있으며 심지어 이론적 근거를 회피하는 주식시장의 메커니즘은 AI조차 골을 흔들게 한다.
또 환율과 외국인 투자자의 주식시장참여도 주요 분석 대상이다. 그들이 투자하는지, 투기하는지는 차치하고 변동환율제에서 외환이 유입되어 수요를 초과하면 원화 절상을 초래한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매입주식의 주가가 내려가도 환율하락으로 수익이 가능한 구조가 열려 있는 것이다. 그런 이유로 우리나라처럼 작은 시장은 그들에게 주무르기 좋은 장난감이어서 개미와 전혀 다른 게임판을 그려놓고 돈놀이를 즐길 수 있다.
솔직히 말하면 귀동냥하여 주식을 사는 개미는 그냥 남 따라 돈 지르기를 할 뿐이다. 물론 시중금리를 상회하는 금융상품은 그 기대이익의 수준에 비례하는 위험을 내포한다. 그래서 투자금융상품은 거의 위험 자산이고 거품이 끼면 언젠가 그만큼 휴지가 되고 만다. 그게 발 달린 돈의 생리다.
어쨌든 거품이 금싸라기가 되어 돈벼락이 되려면 유동장세가 실적장세로 전환되는 수밖에 없다. 주가는 언젠가 기업가치에 수렴한다는 불문율이 아직 유효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몇몇 우량기업을 빼면 기업실적은 악화하는데 주가는 20% 이상 폭등했으니 옥수수가 솜사탕이다. 오르막이 있으면 내리막이 있는 법, 열풍으로 부풀어 오른 돈주머니가 머지않아 풀린 고무풍선 주둥이가 될 것 같아 불안하다.
빚투로 불리는 증권사 대출 신용융자잔고가 20조 원을 넘었다. 만유인력을 발견한 천재 뉴턴은 주식투자로 쪽박 찬 후 ‘천체의 움직임은 계산할 수 있지만, 사람들의 광기는 계산할 수는 없다고’ 투덜댔다. 줄지어 내달리는 개미들에게 부디 찬 서리가 내리지 않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