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포집 옆 국수집/허은하
전화도 흑백TV조차도 귀하던 어린 시절,어머니는 가끔
내게 흥정을 했다.읍내 대포집에서 아버지를 찾아오면
안집 주인께 말해TV를 구경시켜 주겠다고.해가 중천에
서 한가로움을 낚을 때 다리를 건너,논길을 돌아,후미
진 골목으로 꺾어 들어서면 유리창에 창호지를 덫바른
'왕'자가 정말'왕'자 만하게 쓰여 있는 대포집이 있었
다.꽃무늬 창호지 틈 사이로 키를 높혀 아버지를 찾다
보면 분홍저고리 젖무덤 속으로 들락거리는 낯익은 손
이 먼저 보였고 옷고름 풀어지는 소리,젖가락 춤을 추
는 소리,막걸리 잔을 넘는 소리가 대포집을 마구 흔들
어 댔다.그래도 그 보다 더 신기해서 눈을 뗄 수 없었
던 소리는 대포집 바로 옆 국수집 지붕 없는 마당에서
삼단 같이 희고도 긴 머리가 수양버들 늘어서 듯 너울
거리며 태어나는 소리였다. 갑자기 소낙비라도 쏟아지
면 어쩌나 하는 걱정에 하늘을 쳐다보고 또 쳐다보다
저만큼 달려와서 돌아보고 또 돌아보면 막둥이 흰 무
명 기저귀가 빨래줄에 걸려 너울대는 것처럼 정겨웠다.
어머니 부글거리는 속내도 까맣게 잊고 해거름을 등에
지고 와 대청에 던지며 "아버지는 거기 없더라"거짓말
을 했다
첫댓글 좋은 글 감사해요~~ 가족의 애뜻한 사랑이.. 아버지와 아들의 관계는 그런 것인가 봐요 ! ㅎㅎ 우린 아들이 없으니....
이 시인 여자분이세요..얼마전에 아버님을 사별 하셨는데..많이 그리워 하시는듯 합니다..^*^
어린시절 저의 아버님도 화투를 즐겨하셨는데 엄마가 모시러 가라고 하면 정말 죽을 맛이었지요. 논 전답 팔 정도로 하시는 것도 아닌데 왜그리 닥달을 하시는지 지금 그래서 제가 컴 고스돕을 즐기나 봅니다.ㅋㅋㅋ
엄마들은 아빠 말릴때 아이들을 동원하곤 하시는데..제가 아빠가 되어보니 이유를 알겠어요..아빠들은 와이프 말은 안들어도..아이말은 잘 듣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