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에서 하루 종일 보내는 날은 다음 여행을 위한 휴식일이다. 크루즈에서는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사람들을 불러 모으고, 이것 저것 하다 보면 어느 새 저녁이다.
매일 배달되는 Patter (영어로는 은어, 빨리 재잘거림 등)를 보고 다음날의 일정을 계획한다. 패터는 하루의 주요 일과표로 다음날에 벌어지는 이벤트, 식사내용, 면세점 할인행사, 영화제목, 파티 등 주요 내용을 알려준다. 바깥 소식은 TV에서 보내주는 CNN, BBC,호주의 ABC방송과 매일 배달되는 간이 신문으로 알게 된다. TV는 배에 설치된 GPS로 연결되어 있어 바다에서도 끈김없이 볼 수 있다.
정말 아침 먹고, 점심 먹고, 또 헤비한 저녁 먹고.. 운동이 없다면 몸무게는 보장이 않된다.
집사람과 나는 7층에 마련된 나무로 된 조깅트랙을 틈만 나면 걸었다. 방에 있으면 느끼지 못하지만, 바깥으로 나가면 바람이 너무 불어 머리가 산발이 되는 경우도 많다. 정말 배가 커서인지 흔들림을 정말 느끼기 어렵다.
우리 배는 호주에서 출발하여 남태평양의 피지등 섬들을 지난 후 하와이 샌프란시코를 거쳐 캐나다 뱅쿠버, 알라스카 (프린세스의 전속 열차 관광 포함), 러시아의 페트로파블스크를 거쳐 일본, 부산을 거쳐 북경에 도착 후 아시아를 통해 시드니로 가는 75일간의 “Grand Pacific World Curise”이기 때문에 호주인들이 대부분이다. 75일의 여행에 가장 싼 티켓이 15,745불이다.
참고로 이 회사가 운영하는 가장 비싸고 오랜 기간의 크르주 여행이 “World Cruise”로 104일에 suite는 62,611이고 가장 싼 Interior는 22,295가 든다. 크르즈는 정말 돈있고 시간이 있는 노인들에게 가장 적합한 여행수단이라고 생각된다. 10%이상의 노인들이 목발이나 지팡이를 들고 다닌다. 그래도 관광에는 열성이다.
호주사람들은 정말 남녀 노소없이 운동을 좋아 한다. 아일랜드인들은 나이가 들면서 몸매가 무너진다고 들었는데, 어찌 사람의 몸매가 저리 뚱뚱할 수가 있나 싶을 정도로 많은 노인들의 몸매가 엉망이다.
그리고 다리에서는 부정맥이 많이 발견된다. 육류 위주의 식사와 당분이 많은 디저트 탓이리라. 따라서 필연적으로 걷는 것이 습관이 되었나 보다., 그 걷는 속도가 노인이라고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빠르다.
수영장 주변에서 썬탠을 하는 사람, 야외 벤치에서 책을 보는 사람, 바다 바람에 잠을 청하는 사람, 독서실에서 책을 읽는 사람, 인터넷룸에서 친지들에게 편지를 보내는 사람, 헬스클럽에서 운동을 하는 사람, 요가실에서 스트레칭하는 사람, 그리고 미용실에서 머리를 다듬는 사람 등등 모든 사람이 정말 다양하게 쉬고, 크루즈를 즐기고 있다. 바느질하는 사람들끼리 모여 이바구도 하고,
선진국의 여유라 할까 아니면 힘들게 일한 젊은 시절에 대한 노년의 보상이라 할까?. 우리나라보다 보편화된 크루즈를 즐기는 정말 자연스레 즐기고 있다. Sun Princess 의 구호는 “Escape Completely”.다 모든 것을 다 벗어 던지고 모든 잡념도 지우고, 그저 크루즈만 열중하게 한다.
나는 매일 저녁에는 중저가 와인을 즐겼다. 한국으로 치면 반값에 매일 와인을 즐겼다. 한국에서도 저녁약속이 없는 날이거나 주말에는 집사람과 와인을 즐겼던 습관이기도 하지만, 여행의 설레임을 와인으로 같이 즐기며 행복을 느끼는 것 같다. 물론 하선할 때 지불해야 할 와인 값이 걱정되지만… 한번에 3만원 정도지만 24일 동안 매일 먹으면 그것도 꽤 큰 돈이다.
이 부담되는 돈의 재원을 마련하려고 집사람과 나는 거의 매일 밤 카지노에 가서 슬럿머신버튼을 눌렀다. 생각보다 전반적인 카지노의 승률은 높은 것 같고, 우리의 승률 또한 운좋게 매우 좋아서 하루에 만원을 들고 가는 도박(?)이지만 둘이서 1시간 이상을 재미있게 이곳 저곳 기계들에서 게임을 하지만 결국 와인값의 일부는 마련했다. 많을 때는 만원으로 하루에 13만원도 벌었고, 한번은 1센트로 60불을 벌 때 (600배)도 있었다. 돈을 번다기 보다, 즐긴다는 자세가 중요했나보다. 10불 이상을 벌면 반드시 지폐로 바꾸고, 잔돈으로 다시 게임하고 하는 식으로 원칙을 가지고 게임을 했고, 다소 예외는 있었지만 원금을 잃으면 아쉽지만 떨고 일어서는 용기도 가지려 했다.
정말 시간은 잘 간다. 500 피스 퍼즐을 맞추는데, 집사람과 하루를 꼬박 보냈다. 점심먹고 하고, 저녁 먹고도 하구… 갤러리에 전시된 사진과 그림이 모두 퍼즐로 모일 정도로…
그리고 20불이라는 거금을 내고 빙고(Sonwball Jackpot Bingo)도 배웠다. 우리가 알고 있는 빙고보다는 더 많은 숫자를 가지고 하는 게임으로, 가로/세로만 숫자를 맞추는 것이 아니라 모든 번호가 맞아야 하는 full house, 모든 번호가 3개의 모든 게임에서 맞아야 하는 jackpot게임도 있다. 게임방식을 잘 몰라서 한번만 하고 말았지만.
요리강좌(Culinary Demonstration)도 가끔 연린다. 우리는 수석주방장이자 1년 내내 전세계를 누비며 요리를 하는 이태리인의 Mr. Alfredo Marzi의 1시간 강좌를 들었다. 크램 차우더와 몇가지 이태리요리를 만드는 강좌였는데, 정말 요리사는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하며 인생을 즐기면도 부수적으로 막대한 수입이 생기는 좋은 직업같다. 물론 성공한 요리사의 경우이지만.
술을 잘모르는 집사람을 끌고 와인 테스팅 행사에도 2번이나 참가했다. 주로 샴페인, 스파클링와인, 백포도주, 적포도주에 대한 테스팅이 목적이지만 와인에 대한 상식도 배우게 된다. 새로운 와인을 먹을 때 물로 입을 헹구어 주는 것과 와인의 참 맛을 느끼지 위해 디켄팅 말고도 쯧쯧하며 혀를 차듯이 참맛을 음미해야 한다는 것을 배운 것 같다.
정말 여행이 없는 선상에서만 하루를 보내는 경우, 운동하고, 벤치에 앉아 책읽고, 음악 듣고 아님, 발코니에서 아무 생각없이 바다를 보며 정말 하루가 잘 간다. 바다 색깔도 보고, 파도 모양도 보고, 바다소리도 듣고..가끔씩 보이는 배들도 보고….
그리구 먹고 또 먹구, 담배도 피구.. 그리고 이렇게 일지도 정리하구.
철석 철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