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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언 일병 구하기]에 이은 최고의 전쟁영화"(Deadline Hollywood)라고 호평받고 있는 영화 [퓨리]는 2차 세계대전, 전차부대를 이끄는 '워대디'가 4명의 병사와 함께 탱크 '퓨리'를 이끌고 적진 한가운데로 진격하며 펼쳐지는 전투를 그린 작품이다.
2차 세계대전에서 실제 사용된 탱크를 통해 높은 리얼리티의 전투씬을 구현함은 물론 5명의 대원들이 보여주는 진한 동료애와 묵직한 메시지로 한층 깊이를 더한 [퓨리]. 할리우드 최고의 배우 브래드 피트를 비롯해 로건 레먼, 샤이아 라보프 등 배우들의 열연과 최정상 제작진의 합류로 기대를 모으고 있는 [퓨리]가 미리 알고 보면 좋을 영화에 대한 모든 것을 공개한다.
1941년 12월 7일에 있었던 일본의 진주만 공습은 제2차 세계대전의 흐름을 거대하게 바꾼 커다란 사건이었다. 침략 전쟁을 펼치던 독일과 일본을 달가워하지는 않았지만, 그동안 외교적으로 중립을 유지하던 미국이 전쟁에 뛰어들도록 만들었기 때문이다. 거대한 군사력과 산업 생산력을 발판으로 연합국의 군수 공장 노릇을 한 미국의 참전은 연합국이 승리하도록 만든 결정적 요인이 되었다.
미국을 주축으로 하는 연합군이 노르망디에 상륙한 1944년 6월 6일부터 전쟁이 끝난 이듬해 5월 7일까지 서유럽 일대에서 벌어진 격전들을 이른바 제2차 세계대전의 서부전선이라고 부른다. '쥐도 막다른 구석에 몰리면 고양이를 문다'는 말처럼 수세에 몰리자 청소년과 노인까지 동원하였을 만큼 독일의 저항은 매우 극렬했다. 때문에 독일을 압도적으로 몰아붙이고 있었음에도 정작 일선의 연합군 병사들은 시간이 갈수록 전투가 더욱 격화되며 고통을 겪고 있었다.
[퓨리]는 이처럼 치열했던 제2차 세계대전 말기의 서부전선이 배경인 전쟁영화이다. 전차장 '워대디'(브래드 피트)가 4명의 병사와 함께 탱크 '퓨리'를 이끌고 적진으로 단독 진격하며 펼쳐지는 전투를 그린 영화 [퓨리]는 비록 실화는 아니지만, 당시 전선의 상황을 최대한 사실적으로 그렸다. 전투 장면을 생생히 묘사하는 데 있어 당시에 실제로 사용된 실물 전차가 촬영에 사용되었을 정도다. 잠수함 승조원 경험을 바탕으로 [U-571]의 시나리오를 쓰기도 했던 경력답게 데이비드 에이어 감독은 [퓨리]를 통해 전쟁과 그 안의 사람들을 최대한 사실적으로 표현하는데 무게를 두었다.
전쟁은 지구 상에서 인간이 만들어낸 가장 나쁜 행위지만 영화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전쟁만큼 인간의 본성이 가장 명확히 드러나는 시공간이 없기 때문이다. 하나밖에 없는 나의 목숨이 언제 어떻게 사라질지 모르는 상황에서 인간은 철저히 본능에 충실해질 수밖에 없다. 바로 이런 인간 본연의 모습을 영화 제작자들은 스크린에 담기를 원하며, [퓨리]는 이 점에서 특히 충실하다.
어쩌면 할리우드의 영화답게 결국 미군이 나치 군대와 싸워서 이기는 영웅담으로 볼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퓨리]는 이런 원초적 영웅담과 함께 전쟁에 뛰어든 병사는 단지 죽지 않기 위해 싸울 뿐임을 매우 사실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거창한 목표의식이 아닌 그저 "나는 대원들을 살리겠다고 약속했다"는 전차장 '워대디'의 독백처럼 죽지 않는 것이 이들의 유일한 목표다. 포수 '바이블'(샤이아 라보프)은 그 별명만큼 신앙심이 깊지만, 실전에 있어서는 그 누구보다 거침이 없다. 무엇보다 살아남는 것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이다.
장전병 '쿤 애스'(존 번탈)가 항상 괴로움에 떠는 이유도 죽음에 대한 공포다. 히스패닉인 조종수 '고르도'(마이클 페나)는 일종의 상징이다. 피부색으로 누구를 차별할 생각이 들 수도 없을 만큼 전쟁터에서 가장 우선시 되는 가치는 역시 생존이다.
신병 '노먼'(로건 레먼)은 처음으로 사람을 죽여야 하는 상황에서 엄청난 고통을 느끼지만, 어느덧 살기 위해 누군가를 죽이는 행위가 익숙해진다. 사실 그가 배치되기 전부터 환상의 호흡을 보여준 전임자들도 이런 고통을 겪었다. 이는 실제로 전쟁에 참전한 모든 사람들에게 당연한 현상이다. [퓨리]는 이러한 인간 내면의 모습을 사실적으로 그리고 충실하게 표현하여 전쟁의 참혹함을 설명한다.
[퓨리]는 제2차 세계대전을 배경으로 하는 이전의 여러 작품들과 분명히 대비되는 흥미로운 부분이 많아 더욱 눈길을 끈다. 그중 하나를 꼽는다면 5명의 전차 대원(당시에 활약한 대부분의 전차는 전차장, 포수, 장전수, 조종수, 기관총사수의 5명의 대원이 탑승했다) 외에도 또 하나의 주인공이 있다는 점이다.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바로 전차 '퓨리'다. 어쩌면 '퓨리'라는 매개체가 있어 다섯 명의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하나로 엮일 수 있다고 볼 수도 있다. 그동안 전쟁 영화에서 무기는 소품 이상의 역할을 담당하지 못하였다. 스토리의 전개는 무생물인 무기가 아닌 인간들의 몫이기 때문이다. 이번 영화도 이야기의 기본은 전쟁이라는 혹독한 환경 속에 놓인 다섯 인물들 사이에 벌어지는 갈등이다. 그런데 갈등이 모여서 마치 용광로처럼 녹아 들어가는 곳이 바로 그들만의 공간인 '퓨리'다. 한마디로 5+1인 것이다. 때문에 [퓨리]에서 전차는 소품 이상의 의미가 있다.
의외지만 셀 수 없이 많은 전쟁영화 중에서 전차나 전차 대원을 주인공으로 하는 작품은 보기 드물다. 우선 좁은 전차 안에서 벌어지는 인간들의 행위를 장시간 극화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래서 전쟁 영화의 주역들은 다양한 방법으로 표현이 가능한 보병이나 지휘관이 대부분이고 전차나 전차부대 대원들은 배경으로 등장하는 정도다. 조지 C. 스콧이 1970년 아카데미 남우주연상 수상을 거부해서 유명한 영화 [패튼 대전차 군단]에서 장대한 기갑전 장면이 나오지만, 핵심은 패튼이라는 인물의 생애를 묘사한 것이었다. 1965년에 제작된 [발지 대전투]도 전차가 많이 등장하는 명작이다. 하지만 이 영화 또한 일선 전차 대원들의 이야기가 아니라 멋지게 싸우는 전쟁 영웅들의 모습을 조망하였다.
그런데 이들 영화에서 등장하는 전차는 대역이다. CG가 없었던 당시에는 그 정도로 많은 전차를 영화에 등장시키려면 당연히 군의 협조가 필요하였다. 어쩌면 그런 물리적 제약 때문에라도 디테일하게 묘사되어야 될 전차 승무원들을 주인공으로 하는 영화가 어려웠을지도 모른다. 당시에는 이런 제작 방법이 일반적이었고 크게 문제시되지도 않았다.
하지만 눈높이가 높아진 지금은 통하지 않는다. 설령 대역을 쓰더라도 단지 도색이나 마크만 바꾸는 정도가 아니라 적어도 실제와 비슷하게 보일 정도로 외형을 덧붙이고 꾸며야 하는 시대가 된 것이다. 1998년 [라이언 일병 구하기]나 2001년 제작된 TV시리즈 [밴드 오브 브라더스]를 보면 어떻게 차이가 나는지 명확히 알 수 있다. 이런 변화가 불어온 가장 큰 이유는 제작 여건이 바뀐 부분도 있겠지만, 영화를 소비하는 관객들이 소품 하나라도 보다 사실에 가깝게 묘사되기를 원하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볼 때 [퓨리]는 한 걸음 더 나간 작품이다. 단순히 그럴듯하게 꾸민 소품이 아니라 놀랍게도 제2차 세계대전 당시에 활약했던 실물 전차를 동원한 것이다.
1943년 6월 튀니지를 방문하여 영국군을 격려하고 노획된 독일군 전차를 살펴보는 조지 6세 영국 국왕. 사진 속의 전차가 바로 [퓨리]에 등장한 티거다.
(IWM-영국 왕립 군사박물관)
티거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에 활약한 최강의 전차 중 하나다. [퓨리]에는 실제 박물관에 전시 된 실물 티거가 등장해 제작 초기부터 화제를 모았다.
세계 최대의 영국 보빙턴 전차박물관에 보관 중인 실물 M4 셔먼 전차와 티거 전차가 등장한다는 것만으로 제작 전부터 엄청난 화제였다. 특히 '퓨리'와 처절한 싸움을 벌인 독일군의 티거는 1943년 튀니지에서 영국군이 노획하여 보관 전시 중인 것으로 최근 완벽히 복원되어 지구 상에서 유일하게 작동이 가능한 티거로도 유명하며, [퓨리]를 통해 사상 최초로 영화에 등장했다. 영화 속 대화처럼 영어권에서는 타이거라고 불리는 독일의 티거(정식명 6호 전차 1형)는 불과 1,400여 대 정도만 만들어졌음에도 제2차 세계대전을 상징할 정도로 유명한 걸작 전차다. 동부전선, 서부전선, 북아프리카전선 할 것 없이 티거와 맞선 상대는 공포라고 표현 될 만큼 엄청난 곤혹을 치러야 했다. 이런 귀한 유물을 실제로 감상하는 것도 이 영화의 또 다른 재미다.
극중 '퓨리'는 M4A3E8인데 외형이 유사한 M4A2E8이 촬영에 동원되었다. 영국 보빙턴 전차박물관에 소장 중인 전시물이다.
마치 빙상계의 김연아처럼 군사 마니아들에게 티거의 인기가 워낙 많지만, 주인공들이 '퓨리'라는 애칭을 부여한 M4 셔먼도 유명한 전차다. 무려 5만 대 가까이 제작된 M4는 미국은 물론 영국, 소련에도 대량 공급되어 추축국을 물리치는 데 크게 일조하였다. 영화 속 '퓨리'는 화력이 강화되고 HVSS 서스펜션(벌루이트 스프링(소용돌이 모양의 완충 스프링)으로 한 쌍의 보기륜을 수평방향으로 연결한 형태의 완충장치)을 장착하여 주행성을 대폭 개선한 M4A3E8이지만, 실제 촬영에는 보빙턴 박물관에 소장 중인 M4A2E8이 동원되었다.
하지만 M4는 티거에게 상대가 되지 않았다. 체급의 차이만큼 M4가 약하다기보다는 티거가 너무 강했다. 화력, 방어력에서 차이가 너무나 컸는데, 특히 1,000m 이상 되는 원거리 교전은 학살이라고 표현될 만큼 일방적이었다. 4배 이상의 우세가 담보되지 않고 티거와의 정면 대결을 삼가라는 말이 있었을 정도인데, 당연히 이를 마주한 연합국 전차병들은 공포에 떨 수밖에 없었다.
영화에도 묘사되었지만, M4가 이기려면 마치 포신으로 칼싸움 하듯이 최대한 가까이 다가가 방어력이 취약한 후위나 측면을 노려서 공격하여야 했다. 하지만 매복하여 기다리고 있다가 공격하는 방법이 아닌 이상, 티거에게 가까이 다가가는 자체가 어려웠다. M4의 속도가 무거운 티거보다 빠르기는 하지만 티거가 발사하는 포탄보다 빠를 수는 없기 때문이었다. 영화는 이런 모습까지도 생생히 그려냈다.
포탑에 장착된 M2 중기관총과 M1919 기관총. 이중 대물 기관총인 M2를 사용하려면 밖으로 나와야 했다. 물론 전차 안이라도 안전한 것이 아니지만 전투 중이라면 목숨을 걸 수밖에 없는 순간이다.
[퓨리]에는 주포 외에도 M1919 기관총 2정과 M2 중기관총 1정이 탑재되어 있다. 이 중 12.7mm 구경의 M2 중기관총은 탄생한 지 거의 100년 가까이(참고로 당시에는 미사일이라는 단어가 없었다.) 되었는데도 불구하고 지금까지도 꾸준히 생산되어 사용 중인 무기 역사의 전설이다. 그런데 M4 전차 포탑 구조상 M2 중기관총을 사용하기 위해선 전차 밖으로 나와야 했다.
(출처: 위키피디아)
모든 현대 다목적 기관총의 아버지라 불리는 무기 역사의 걸작, 독일군 병사들이 사용하는 기관총이 바로 MG42다. 연합군 병사들이 '히틀러의 전기톱'이라 부른 GPMG(다목적기관총)인데, 현재 사용하는 모든 GPMG의 아버지라 불릴 만큼 뛰어난 성능을 자랑하였다. 덕분에 소부대간 전투에서 독일은 적은 병력에도 불구하고 상대방보다 화력의 우위를 달성할 수 있었다. 제2차 세계대전 관련 영화에서 독일군이 등장하면 반드시 소품으로 나올 정도다.
(출처: 위키피디아)
영화 속에는 티거 못지않게 무기 마니아들에게 관심이 많은 무기가 하나 더 등장한다. 바로 StG44 돌격소총인데, 전쟁 말기에 독일이 만든 새로운 개념의 혁신적인 총으로 현존하는 모든 자동소총의 아버지라 할 수 있다. 전후 동서 양 진영을 대표한 유명한 AK-47과 M16은 몰론 국군의 K2도 이 소총의 영향을 받았다. [퓨리]의 대원들은 독일군으로부터 노획한 것을 사용하고 있다.
전차 대원이라도 경우에 따라서 전차 밖에서 싸워야 하는 경우가 있는데, 미군 전차병들은 사거리가 짧고 정확도가 떨어지더라도 좁은 전차 안에서 보관하기 편리하고 연사력이 좋은 기관단총을 사용하였다. 영화에는 당시 미군이 사용한 톰슨 기관단총과 M3 기관단총이 등장하는데, 톰슨은 전쟁 전에 마피아들이 사용하여 유명해졌고 M3 기관단총은 특이하게도 자동차 회사인 GM에서 개발하였다.
(출처: 위키피디아)
(출처: 위키피디아)
(출처: 위키피디아)
처음 실전 투입된 노먼이 갈등을 겪던 장면을 보면 참호에서 갑자기 독일군이 커다란 몽둥이 같은 무기를 들고 등장하는 장면이 있다. 이 무기가 당시 독일군이 사용한 대전차 로켓인 판저파우스트다. 휴대하기 편하고 파괴력도 좋아 전쟁 후반기 들어 전력이 열세였던 독일이 효과적으로 사용하였고, 현존하는 휴대용 대전차 로켓 무기의 아버지로 여겨진다. 중동의 게릴라들이 많이 들고 다녀서 유명한 RPG-7도 이것의 영향을 받았다.
(출처: 위키피디아)
기습 공격하여 미군 전차를 격파한 7.5cm Pak 40 대전차포는 당시 독일군의 표준 대전차 화기로 KV전차처럼 장갑이 두꺼웠던 소련의 중전차를 격파하기 만들어졌다. 때문에 피탄 면적이 넓고 장갑이 상대적으로 얇았던 M4에게는 상당히 치명적인 무기였다. 이동하기가 곤란하다 보니 주요 거점에 매복되어 있다가 최대한 먼 거리에서 적 전차를 격파하는 전술을 주로 사용하였다.
제2기갑사단은 주인공이 소속된 부대로 '헬 온 휠즈(Hell on Wheels)'라는 이름으로 불린다. 제2차 세계대전 발발 직후인 1940년 창설되었는데 제2대 사단장이 유명한 조지 패튼이었다. M4 전차를 미군에서 가장 처음 보유한 부대 중 하나로 북아프리카 전선을 시작으로 이탈리아 시실리 침공전을 거쳐 노르망디 상륙 후 프랑스를 거쳐 독일 본토로 진격하였다.
영화 속에서 '아프리카에서도, 지금 독일에서도 독일군을 죽인다'는 브래드 피트의 독백은 이러한 역사적 사실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제2기갑사단은 독일 항복 후 소련과의 사전 협정에 따라 미군 중에서 베를린을 가장 먼저 접수한 부대가 되었고 이후 베트남 전쟁과 1991년 걸프 전쟁에도 참여하였지만 1995년 해체되었다. 앞서 여러 차례 언급한 것처럼 [퓨리]는 인간의 내면적 갈등을 세밀히 묘사했지만, 그에 못지않게 당시 상황을 최대한 재현하고 흔하지 않은 전차들의 전투 장면을 긴박하고 치밀하게 그려냈다. 어쩌면 당시 전쟁의 모습과 실감 나는 전투 장면을 제대로 보기 원하였던 이들에게도 기다리고 기다려온 작품이 아닌가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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