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몰기(沒技), 이제 활이 조금씩 보이기 시작한다. 몰기(沒技)는 활을 쏘는 사람에게 있어서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우리 국궁에서는 활을 내는 이가 시합이건 연습이건 간에 한 순(巡)에 반드시 다섯 발의 화살을 지니고 사대에 나가게 되어 있다. 지니고 나간 화살 다섯 대 모두를 과녁에 명중시키는 것을 몰기(沒技)라고 한다. 보통 대회에서는 3순 경기를 하는데 그 때 지니고 나간 15시(矢) 전부를 관중시키는 것을 15시 15중했다고 하며 이를 “꿈의 시수”라고 하여 최고의 목표로 삼는다. 내가 첫 몰기를 한 것은 2004년 3월 8일이다. 그로부터 약 2년 반 뒤인 2006년 9월 12일 100번째 몰기를 했다. 돌아보니 내 생애에 있어서 첫 100몰기를 하는 동안은 참 많은 의미를 지닌 귀한 시간들이고 기록인 것 같다. 활 꾼이 활터에 나와 사대에 서서 첫 몰기를 하면 접장이란 칭호를 받게 되고 전국대회에 참가하는 활 꾼으로서 공식으로 인정을 받게 된다. 첫 몰기는 혼자해서는 의미를 지니지 못한다. 반듯이 선임 접장들과 함께 한 자리에서 몰기를 해야 정식으로 인정을 받게 된다. 첫 몰기를 한 사람에게는 많은 이들의 축하가 주어진다. 때문에 첫 몰기를 한 사람은 선배들에게 한턱을 내면서 정중한 인사를 해야 한다. 내가 첫 몰기를 하던 날, “2004. 3. 8. 오후3시 7분. 박 중보 사우 몰기” 라고 칠판에 공시되었다. 나는 닭찜 두 마리, 닭똥집 튀김 하나, 막걸리 5병, 콜라 3병 합계 39,000원 어치로 소연을 베풀고 선배 사우들에게 인사를 드렸었다. 내가 나가는 “八公亭”에서는 나에게 “몰기기념패”와 함께 내 이름과 정을 표시하는 수가 놓인 아름다운 “궁대(弓袋)”를 기념으로 주었다. 나는 첫 몰기를 개량 궁으로 시작하였지만, 곧 우리 전통의 활인 각궁(角弓)과 죽시(竹矢)로 시작하였다. 첫해인 2004년에 나는 27번의 몰기를 했었다. 둘째해인 2005년에는 22번 밖에 몰기를 하지 못하였었다. 2005년은 6월에서 9월까지는 한 개의 몰기도 못하는 슬럼프에 빠지기도 했었지만, 경남 하동에 있는 하상정에서 개최된 전국대회에서 전국대회 공식 첫 몰기를 기록하기도 했었다. 그리고 금년, 2006년에 들어와서 49호에서 100호까지 몰기를 했고 아직 3개월이 더 남았으니 년 내에 몇 번의 몰기를 더 할지는 두고 볼 일이다. 금년 9월은 나의 활 역사에서 꼭 기억될 것 같다. 9월 3일에는 입단시험에 합격하여 유단자가 되었으며, 9월 12일에는 대망의 100호 몰기를 하였으니까. 한 가지 안타까운 것은 지난 6월 1일 13연중을 하고 한시를 건너 막시를 관중하여 14중을 한 것이 내 최고 기록인데, 아직 꿈의 시수인 15시 15중을 아직 이루지 못한 것이다. 지난겨울까지 나는 고집스럽게 각궁과 죽시에 매달렸었다. 그런데 정말 활을 다시 만나려는 마음에서 금년 봄부터 다시 개량궁을 잡고 그 근본적 쏘임의 연구에 몰두하고 있다. 그런데 몰기라고 다 몰기는 아닌 것 같다. 나는 젊어서 합기도를 수련하여 4단까지 올라 갔었다. 합기도 수련에서 첫 번째 공부는 손목꺾기 인데, 초심자인 하얀 백띠가 하는 손목꺾기와 검은 때를 맨 유단자가 하는 손목꺾기는 수는 같아보여도 그 위력은 하늘과 땅 차이가 난다. 활도 마찬가지 인 것 같다. 초보시절 그저 단순히 근력으로만 쏘던 때와 유단자가 되어 기력으로 쏘는 지금의 활에 대한 느낌이나 맛은 엄청난 차이가 난다. 마음의 자세만 하여도 그렇다. 그저 과녁만 바라보고 어떻게든 과녁에 명중시키는 것만이 최고의 목표여서 온통 마음을 과녁에 빼앗겨 버렸던 초보시절과, 밖으로 빼앗겼던 마음을 안으로 거두어들이고 내 자신의 하나하나의 움직임을 주시하면서 기를 운용해 나가는 지금과는 도저히 비교가 되지 않는다. 활을 내는 행위가 단순한 운동에서부터 점차 명상의 경지로 한 단계 깊이 빠져 들어가는 것이다. 내가 내는 살이 과연 과녁까지 갈 수 있을까? 초보시절에는 늘 내가 미덥지를 못하였었다. 자기 자신에 대한 신념이 없으니 모든 것이 불확실하기만 하였다. 그러나 지금은 자신에 대한 신뢰가 깊게 형성되어 있다. 나 자신을 믿고 무심의 상태가 되어, 하늘의 기운을 받아들이면서 자연과 하나 되는 쏘임 앞에서 그저 평화로움이 온 몸을 지배한다. 옛 말씀에 順天者는 興하고 逆天者는 亡이라고 했다. 나 자신에 대한 불안이 깃들 때는 팔에 힘도 더 들어가고 쓸데없는 동작이 가미되어 온 몸에 그저 아픔이 가득했었다. 그러나 물이 흐르듯 순리에 따라 기운이 흐르도록 활을 내기 시작하고부터는 전신을 감도는 편안함이 참 귀하다. 활을 내는 이의 심안이 열린다함은 무슨 뜻일까? 선인들은 반구제기(反求諸己)를 깊이 가르쳐 왔다. 잘하고 못하는 모든 것은 자기 안에 그 원인이 있는 것을 아는 것이 심안(心眼)을 여는 첫 단계라고 말하고 싶다. 행위 하는 자기 자신을 제대로 바라보며 제어 할 수 만 있다면, 몰기는 저절로 이루어지는 것이다. 100호 몰기를 하면서 스스로 돌아보니, 이제 활이 무엇인지 조금씩 보이는 것 같다. (20060912, 和圓) |
출처: 대자유인 원문보기 글쓴이: 대자유인
첫댓글 활배웁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