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민회관 개관 50주년 기념
[예술의초대 2023.2월호]
부산시향과 함께하는 부산시민회관 신년음악회
“시간이 쌓여 역사가 되고, 우리는 그 역사와 의미를 바르게 읽어야 한다.”
정두환(문화유목민)
백양산에서 발원하여 성지곡에서 시작한 동천, 도심천에서는 보기 드문 담수와 해수가 만나는 곳 범일교 옆 황량한 먼지가 날리던 범일동 벌판에 1973년 10월 10일 당시 공연장 최고의 시설과 규모를 자랑하며 부산시민회관이 개관하였다. 이 곳은 1962년 창단된 부산시립교향악단, 1972년 창단된 부산시립합창단, 1973년 전국 최초로 창단한 부산시립무용단, 부산소년소녀합창단까지 한곳에 모이질 못하고 연습장 및 공연장을 서로 다르게 사용하며 흩어졌던 단체들을 부산직할시립예술단이라는 현판을 앞에 한 곳에서 연습과 공연을 할 수 있는 최고의 시설이기도 했다.
시간이 쌓이면서 공연장의 시간도 쌓여 건물은 노후화로 인하여 1988년 부산문화회관 대극장의 개관과 더불어 공연문화의 중심축은 부산문화회관으로 이동하면서 자연스럽게 부산시립예술단 역시 부산문화회관으로 옮겨져 그 곳에서 대부분의 공연이 이루어지게 되었다. 지난 1월 10일은 부산시립교향악단이 부산문화회관으로 옮겨진 이후 부산시민회관에서는 처음 있는 신년음악회였던 것으로 필자는 기억한다. 부산 공연문화의 중심지였으며 여전히 자리매김에는
손색이 없으나 시설 노후화와 일반 관객들의 새로운 신축 공연장 호감, 기획사 및 연주자들의 보다 좋은 시설의 선호에서 자연스럽게 부산시민회관은 한 발 뒤로 물러나 있는 느낌이나 여전히 공연장의 역할을 묵묵히 수행하고 있는 부산의 맏형임에는 틀림이 없다.
이번 공연은 부산시향의 창단 61년과 부산시민회관 개관 50년이 만나 이루어진 연주였기에 부산시향은 보다 가벼운 음악으로 즐겁고 행복한 시간을 선물하는 모습이 공연 프로그램에서 발견할 수 있었다. 에드워드 엘가의 사랑의 인사로 출발한 연주는 안토닌 드보르자크의 슬라브 무곡 작품 46중 제8번, 작품 72중 제2번, 오햔 슈튜라우스 2세의 “천둥과 번개” 폴카, “트리치 트라치” 폴카에 이어 대니 구의 바이올린과 송영훈의 첼로, 박종해의 피아노가 함께하는 루드비히 판 베토벤의 삼중협주곡 중 1악장, 공식 프로그램의 마지막 곡은 에드워드 엘가의 위풍당당 행진곡 제1번등으로 이루어져 전반적으로 연주자도 관객도 가볍게 즐기는 신년음악회를 꾸렸다. 베토벤의 삼중협주곡 이후 이어진 앵콜로 바흐의 평균율 플렐류드를 타고 흐르는 구노의 아베마리아는 선배 작곡가의 흐름을 자연스럽게 승화시킨 최고의 명곡으로 부산의 공연문화 50년 최고의 공연장을 지켜온 시간 위에 젊은 연주자들의 아름다운 선율로 공간을 채우는 시간과 공간의 만남을 연출하였다. 부산시향의 범일동에서의 만남이 반가웠는지 관객들의 이어지는 앵콜 요청에 지휘자 최수열과 부산시향은 비제의 카르멘 서곡, 이범희곡 부산찬가, 요한 슈트라우스 1세의 라데츠키 행진곡등 3곡의 앵콜로 화답해 주었다. 특히, 라데츠키 행진곡에서는 관객들이 기다렸다는 듯이 박수로 연주에 동참하는 모습이 사뭇 진지함과 즐거움이 묻어 있었다.
“시간이 쌓여 역사가 되고, 우리는 그 역사와 의미를 바르게 읽어야 한다.” 혹시 오독할 수 있는 부분이 있을 수 있다. 모든 것을 같은 자로 같이 볼 수는 없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간은 모두에게 동일하게 주어지는 것이며, 그 시간이 지나간 자리는 역사가 된다. 우리가 발전을 기대하기 위해서는 지나간 시간, 역사의 의미를 바르게 이해하려는 노력이 동반될 때 가능한 것이다. 이번 부산시립교향악단은 부산시민회관 신년음악회와 부산문화회관 신년음악회의 다른 이야기를 들려주면서 공간의 이야기를 음악으로 들려주었다.
많은 시간이 흘러가는 것처럼 이해하지만, 시간은 흐르는 것이 아니라 쌓이는 것이다. 그 쌓였던 시간 속 아래 계단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 시간의 주변 상황과 전·후 관계를 이해하는 힘이 필요하다. 지난 50년 동안 부산시민회관은 공연장 최고였던 자리와 지금의 자리를 비교할 것이다. 이때 꼭 기억해야 할 것은 최고였던 자리를 유지하기 위하여 우리가 얼마나 많은 노력을 다 같이 하였는가 하는 것이다. 세계 유수 공연장들은 그저 시간이 쌓여서 최고의 자리를 만든 것이 아니다. 모두의 노력이 시간과 더불어 쌓은 덕이다.
교통의 요충지인 부산시민회관이 부산 최고의 공연장으로서 그 역할을 다 할 수 있도록 부산시립교향악단의 신년음악회를 기회로 모두 함께 새로운 50년, 시간의 역사를 쌓았으면 하는 바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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