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이는 어떻게 성을 느끼고 받아들이고 있을까? 아이의 연령과 발달에 따라 성에 대한 인식도, 관심사도 달라진다. 영유아기 연령별 성 발달 특징을 파악해 건강하고 튼튼한 성의 토대를 만들어주자.
신생아기
갓 태어난 아기가 성에 대해 뭘 알겠냐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성은 인간 삶에 있어 매우 기초적이고 자연스러운 요소다. 신생아기의 성 의식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타인과의 스킨십. 아이는 따스한 애정이 깃든 피부 접촉을 통해 자기 자신과 세상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일 준비를 한다. 또한 생후 1년간은 프로이트(Freud) 이론에 따른 구강기로, 아기는 물고 씹고 빠는 등의 구강 활동을 통해 성적 쾌감을 느낀다. 때문에 엄마의 젖을 먹는 행위를 통해 만족감을 느끼고, 그러한 만족감을 주는 대상인 엄마에게 큰 애착을 갖게 된다. 한편 신생아도 성별에 따라 다른 신체적 현상을 보인다. 여아는 기저귀에 약간의 피가 묻어 나오는 ‘가성월경’을 하기도 하는데, 이는 태아 때 엄마로부터 받은 여성호르몬이 남아 있어 일시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다. 남아의 경우에는 오줌을 눌 때나 방광이 찼을 때, 기저귀를 가는 등의 자극에 의해 발기를 하기도 한다.
18개월~3세
자신의 신체를 인식하고 성별을 구분하기 시작한다. 하지만 아직은 성이 변하지 않는 속성임은 이해하지 못하며, ‘치마를 입었으면 여자’ ‘덩치가 크면 남자’라는 식의 외적으로 드러나는 특징을 통해 단편적으로 인식한다. 한편 이 시기는 아이들의 자율성이 높아지는 때로, 공공장소에서 몸을 노출하거나 사람이 많은 곳에서 대소변을 보게 하는 등의 행동은 아이를 위해서라도 삼가는 것이 좋다. 이런 습관이 지속되면 아이는 자신의 몸을 타인에게 노출하는 행위를 당연하게 여길 수 있다. 따라서 일상 속에서 아이들이 자신의 몸을 소중히 하고 신체의 역할을 배울 수 있도록 하자. 항문기를 맞이한 이 시기 아이들은 배변 행위를 참으며 쾌감을 느끼고, 이 과정에서 배변 실수를 하기도 한다. 이때 아이를 혼내거나 아이의 발달 상태보다 빨리 대소변 가리기를 강요하면 아이의 자율성과 자존감에 영향을 줄 수 있으니 유의하자.
3~5세
언어를 활용한 의사소통과 또래 집단과의 교류가 활발해지며 호기심도 높아지는 시기로, 성에 대한 관심과 질문도 폭발한다. 아이에게 몸의 소중함과 위생의 중요성을 가르치고 성폭력 예방교육을 시작해야 할 시기다. 단, 아이의 발달단계를 앞선 자세한 성 지식을 알려줄 필요는 없다. 자기 몸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성기에도 호기심을 보이는 시기로, 자신의 성기를 만지작거리거나 자위 행위를 하는 경우도 많다. 이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므로 당황하기보다는 자위에 대한 대처방법을 숙지해 성교육의 계기로 삼는 것이 좋다. 이 시기 아이들은 이제 자신의 성별은 평생 변하지 않으며, 남자아이는 자라서 남자 어른이, 여자아이는 자라서 여자 어른이 된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동성 부모에 대한 모방 심리가 강해지고 성 고정관념을 맹목적으로 믿고 따르며 ‘남자 놀이’ ‘여자 놀이’ 등을 가르거나 장난감, 색깔, 행동 등을 성별과 연관 짓는 경향도 보인다.
5~7세
사고력과 의사소통 능력의 발달에 따라 자세한 설명과 내용으로 성교육을 할 수 있는 시기다. 위기 상황에서의 대처방법 등 구체적인 상황에 대비한 성범죄 예방교육도 할 수 있다. 이 시기의 아이들은 이성에도 호기심을 많이 가진다. 때문에 놀이를 하며 친구의 바지를 내리거나, 이성 친구가 볼일을 보는 모습을 훔쳐보며 부모들을 당황시키기도 한다. 호기심에 하는 행동이기에 과민하게 반응할 필요는 없지만 친구의 몸을 함부로 만지거나 보는 행동은 좋지 않다고 바로잡아주자. 한편 이 시기 아이들은 성이 시간뿐만 아니라 외모, 복장 등 외적 요건과 관계 없이 생물학적으로 정해져 있다는 속성을 이해하게 된다. 성별에 따라 행동과 말투, 취향이 달라져야 한다고 믿는 성 역할 고정관념이 가장 두드러지는 시기이기도 하다. 성 역할 고정관념은 8세 이후에 다소 유연해지기는 하지만, 아이가 잘못된 고정관념을 고착화하지 않도록 균형 잡힌 환경을 마련해주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참고 도서 린다 에어·리처드 에어 <우리 아이 성교육에 대해 꼭 알아야 할 50가지>, 김백애라·정정희 <거침없는 아이 난감한 어른>, 백경임 <(지나치지 않게 자연스럽게) 부모가 시작하는 내 아이 성교육>
-에디터 박은아 , 도움말 현순영 이루다아동발달연구소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