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시 창작이론 1회차 보들레르 시론 바탕 창작시
감자는 원래 못생겼다
모판의 모가 조숙히 자라서
콩깍지가 벗겨지지 않아서
수염이 겉 나이를 속여서
쌀이 죽었다
콩이 죽었다
옥수수가 죽었다
다행이 땅 속은 아직 음습해서
이제 남은 주식은 감자 뿐
그러나 점점 씨알이 작아지는 중이었다
물 더 줘
감자도 목 축일 여유가 필요해
돌멩이도 골라줘
감자도 수직으로 뿌리내릴 패기가 필요해
사람들은 홍차를 우려 밭에 뿌렸고
돌을 치워 거대한 공동을 만들었다
난 감자를 가만뒀다
감자한테 줄 게 없어서
나 마실 물도 부족하고
돌멩이를 치워줄 힘도 없어서
무엇보다 감자가 죽어도
그냥 굶어 죽으면 돼서
감자도 죽는데 나도 못 죽을 건 없잖아
얼마 후 다른 감자들이 모두 죽었다
덩이 줄기가 민들레꽃을 피워서
오직 내 감자만이 꽃도 열매도 맺지 않았다
갈증과 풍파의 혹을 대롱대롱
못생겼지만 그게 감자니까
나는 감자를 생으로 베어물었다
포슬포슬 부서지는 식감이 싫어서
아삭한 흙맛을 보고 싶어서
자작 창작시
백설기
아직 입자가 너무 거친데
쌀가루를 또 체에 치다가
피곤한 탓에 코피가 떨어졌다
눈밭에 피어난 매화 한 송이
더러워
다 버렸다
집에서 나 혼자 조용히 먹을 떡
눈이 왔음 하거든
풀 한 포기 심지 않은 내 혓바닥 위에
금세 녹아버릴 눈이
밥 해먹을 쌀까지 써가며 만드는 떡
떡은 밥보다 다니까
떡은 밥보다 빨리 소화되니까
떡은 씹자마자 눈이 되니까
그래봤자 설탕 잔뜩 뿌린 케이크보다는 아니지만
내가 가진 건 쌀 뿐인 걸
눈은 금세 녹아버릴 쾌락이라
거친 입자가 턱하고 걸리면
곧장 토해버릴 테다
쾌락이란 완벽하지 않으면 환멸로 이어지기에
달달한 겨울을 기다리며
눈을 솎아낸다
탈탈탈 털어서 나리는 건
선명한 잿빛 진눈깨비
겨울은 금방 봄이 되고
또 꽃이 피어나고
눈은 음탕한 꽃가루가 되어 날아가고
구름이 너무 가벼운걸까
애초부터 쌀에 물이 없었을까
내일부터는 밥을 먹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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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시 4
20학번 3조 김의림 1회차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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