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rono - Navarrete - Ventosa - Najara
8일차 인가 ?
이제 날짜 개념이 점점 없다. 내가 몇 일을 걸었는지 메모장을 보지 않으면 헤아리기 쉽지 않다. 망망대해에 표류하는 사람에 비할바는 아니지만 날짜 계산에 무감각해지는것을 어찌하겠는가?
오늘은 많이 걸었다. GPX기준 32km를 걸었다 5만보 정도 되는듯 하다. 동행자들의 탁월한 의견 제안에 대한 결과물인 듯하다.
"배낭을 개당 7유로 즉, 한화 1만원에 원하는 다음 숙소까지 이동시켜 주는 “동키” 시스템을 이용하기로 결정했다. 동행자들은 소집품과 지페만 챙겨 발걸음을 재촉한다. 발에 생긴 물집의 따끔함을 한 발자국 내딛을 때마다 느끼며, ‘나 지금 너무 피곤해!’라고 써 있는 얼굴 표정들을 서로 이해하며 서로의 피곤함을 다독여 준다. 나 역시 피곤하지만, 그래도 내 배낭 들춰메고 계획한 길을 나선다. 나와의 약속이다.
길이 길다 많이 ~ 많이.
아침 8시 출발하여 저녁 6시 다 되어 비용이 15 유로인 숙소에 도착했다. 역시 돈이 자기 일을 잘한다. 이럴때 속물 같지만, 돈을 들인 배낭은 안전히 도착 되어있고 어제의 10유로 숙소와도 비교 불가다. 2층 침대가 4개인데 3명만 사용하게 되었고 침실 앞 거실 창문을 여니 강이 흐르는 공원까지 보이는 곳이니 저런 마음이 안들겠는가?
와! 우! 다.
"I KNOW YOU"
며칠 전 동행자가 독일인의 개인 신분증을 길에서 주웠다. 페친에게 “유로 국가 들은 국가 간 PASSPORT 필요 없나요?”라는 질문을 오려보며 신분증의 58년 개띠라는 점과 사진을 유심히 보아두었다.
동행인들과 떨어져 나 먼저 혼자 걸어가는 길에 누군가 ”부엔까미노“ 라고 인사를 한다. 나도 인사에 답하려 고개를 돌리는 순간 얼굴을 보고 외쳤다.
"I KNOW YOU " 이 상황에서 이 3형식 문장이면 내 수준에서는 최고 등급 영어다. 그러나
”너 독일인이냐, 나이가 58년생 이냐.”
“아마도 너 신분증 잃어 버린것 같다.”
열심히 소통하며 신분증을 주니, 그냥 고맙다 하고 간다. 뭐지? ‘고마우니 내가 요 앞에서 맥주 한 잔 사겠다.’ 해야 하는 거 아닌가? 살짝 실망하며 숙소에 도착하니 그곳에서 다시 그를 조우하였다. 옷깃을 스쳐도 인연이라는데 이렇게 여행자들의 길위에서 인연은 이어진다. 자기가 맥주 산단다. '그럼 안주는 한국 아재 몫이지.' 안주가 남으니 맥주를 더산다.
다시 안주를. ..... 자리에서 야박해서는 안되는 것이다. 절대 술이 목적이 아니였음을 상기 시키며~.
많이 걸은 오늘은 푹 쉴 수 있는 이 숙소가 너무 좋다.
그래 어쩌라고?
2021. 10. 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