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11월 나는 책 100권 읽기에 도전하겠다고 생각했다. 그때까지도 적지 않은 책을 읽었지만 결혼하고 나선 먹고 살기가 바빠 독서에 빠져살 수만은 없었다. 그래서 환갑이 얼마 안남은 그 때 본격적인 독서를 해보기 결심했다. 책을 100권 읽으면 글을 쓰는데 도움이 될것으로 생각했다. 나는 더 늦기전에 한권의 책이라도 남기고 싶었다. 그러나 글쓰기를 배운적도 없고 어떻게 써야 하는지 알 수 없었다. 일단 책 100권을 읽어보면 실마리라도 잡을 수 있을것 같았다. 2023년 1월이 되어 100권의 책을 읽을 수 있었다. 나는 동네 도서관을 방문하여 정해진 순서 없이 아무책이나 마구잡이로 읽었다. 어릴적 한 때는 도서관 책을 처음부터 끝까지 읽어보자는 무모하고 이룰수 없는 포부를 가졌던 적도 있었다. 내가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보는 이유는 어려서부터 구입해서 읽은 책보다 어디선가 빌려 읽은 책이 많았고 사서 읽는책이 아까운 면도 있었기 때문이다. 100권 책읽기를 결심하고 도서관을 찾아 처음 빌려온책이 "죽음, EBS다큐 생사탐구 대기록"이었다. 나이가 먹어서인지 죽음이란것이 무엇이고, 사후에는 무슨일이 벌어지는지 궁금함이 젊었을 때보다 많이 생겼다. 내가 죽음, 종교, 신앙 등에 관심을 가진것은 중학교 시절 "카라마죠프의 형제들"을 읽어 보고 나서 였다. 친구 K의 집은 다른 친구집보다는 조금 잘 살았고, 누님들이 3명이 있었다. 그래서인지 세계명작집이 있었고 내 눈에 도스토이 예프스키가 들어왔다. 그 당시 이 책이 얼마나 유명하고 심오한 철학이 들었는지 알 지 못했다. 단지 도스토이 예프스키의 "죄와벌"을 읽어봤고, 도스토이 예프스키에 대한 열망이 살아있어 읽어보고자 했던것 같다. "카라마죠프의 형제들" 은 총3권으로 구성되어 있는 대작이었다. 나는 아무 생각없이 책을 빌려와 읽기 시작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어떤 내용인지 기억이 잘 나진않는다. 단 한가지 기억나는건 둘째 이반 표도르비치(바냐) 와 세째 알렉세이 표도르비치(알로샤)의 대화내용이 나의 뇌리에 깊게 박혔던 기억이 날 뿐이다. 세상이 많이 좋아져 인터넷을 뒤져보면 그 내용을 알 수 있다. 바냐는 무신론자였다. 알료사는 신에게 귀의해서 신부 수업을 받으며 수도자의 길을 걷고 있는 사람이었다. 달라도 너무 다른 두사람의 대화가 나를 충격에 빠뜨렸다. 산다는것이 무엇이고 죽음이란 무엇인가, 신은 무엇이고 종교란 무엇인가? 알로샤는 이반에게 삶을 사랑하라고 말한다. 그러나 이반은 무신론자였다. 이반은 대심문관의 예를 들어 신이 창조한 세게의 불합리와 모순을 역설한다. 그 내용이 무엇인지는 정확히 모르겠지만 중학교 시절 충격은 오랜시간 동안 잊을수 없이 남아 있었다. 오랜만에 고등학교 서클친구들과 만났다. 이런저런 이야기중에 처음으로 사후에 대하여 이야길 나눴다. 나는 친구들에게 말했다. "난 장기기증, 시신기증을 하려고 해, 내 얘들에게도 말했어, 아빠가 죽으면 장기와 시신을 기증하고 조금이라도 뼈가 남으면 아빠가 좋아했던 북한산에 뿌려줘 그리고 아빠가 그립고, 생각 난다면 북한산을 보며 아빠를 기억해줘" 라고, 한 친구가 말했다 "이렇게 술을 처 드시는데 장기기증을 할 수있겠어" 우리는 껄껄대고 웃었다. 그렇지만 내가 한 말은 진심이었다. 나는 신앙생활을 하고 있진 않는다. 어떻게 이 이풍진 세상에 태어났는지 모르겠지만, 죽음 이후엔 아무런 흔적도 남기지 않고 사라지고 싶다. 그러면서도 이런 글을 딸들에게 남기려고 적고 있으니 모순도 이런 모순이 없다. 인간은 나약한 존재다, 그렇기에 종교가 만들어졌는지 모르겠다. 신을 믿지는 않지만 정말 어려운 일이 있을 때는 신에게 기대고 싶다. 생각해보면 죽음을 담담히 받아들일 수 있을지 궁금하다. 아직은 건강하고 시간이 많이 남았다고 생각하기에 담담하게 받아들일 수 있을것 같지만 과연 그럴 수 있을까? 간혹 잠이 오지 않는 밤에 죽음이 생각나면 무섭다. 우리는 사후세계에 대하여 알 수 없다. 그렇다면 무엇이 무서운가? 알 수 없기 때문에 무서운가? 남아있는 사람들과 영원히 헤어지는것이 무서운가? 아무리 부자라도, 유명인이라도, 건강한 사람도, 가난한 사람도 마침내 도달할 길은 모두 똑같다. 최근 김수미씨의 죽음을 뉴스로 접했다. 그의 나이는 75세 였다. 그는 얼마전까지도 TV에 얼굴을 비추며 건강하게 활동 했었다. 내 나이 62세고 75살까진 13년 남았다. 짧은 시간일까, 긴 시간일까? 아버지 ,어머니, 삼촌, 고모, 이모 앞선 사람들은 모두 갔고 이제 내 차례가 다가온다. 무엇을 하며 남은 생을 채워야 할까? 죽음의 공포에 빠져 우울과 슬픔에 젖어 있을 수 만은 없다. 남아 있는 삶은 겸허하게 살아가야 겠다. 가능하면 봉사하는 마음과 자세를 가지고 싶다. 책 100권 중에는 도스토이 예프스키의 "악령들"도 있다. 그의 심오한 철학과 인생관을 알 수는 없지만 다시 만나보고 싶었다. 어쩌면 허세에 가득차 보여주기 식으로 읽었는지도 모르겠다. 나는 한번 읽은 책은 다시 잘 읽지 않지만 "카라마죠프의 형제들"을 다시 읽어 볼 생각이다. 좀더 꼼꼼이 차근차근 도스토이 예프스키를 느껴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