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송희 강사 시낭송 사진>
<시낭송으로 선물 받은 손택수 시인 신작 시집>
☞일시 및 장소
2022.12.1(목), 저녁7시, 경남 사천시 용현면 소재 사천시 여성회관 강당
강화의 사랑 / 손택수
신촌에서 강화 가는 버스 타고 청혼을 한 게 십여 년 전이다
상금 없는 문학상 기념 조각을 팔아 장만한
가락지를 끼워 준 곳,
김포 가까운 데 둥지 틀고 틈만 나면 찾아갔다
강화는 본디 섬이라서, 연육교 다리만 끊으면 언제든지
섬이 될 수 있는 곳이라서
그 어디에 소라고둥 같은 집을 짓고 살자 했는데
그사이 강화는 조금씩 번성하여 번듯한 도시를 닮아 갔다
늘어난 펜션과 마트와 요란한 카페들,
하긴 이 땅에 온 이후로 하루도 공사 중 아닌 날 없었지
변두리를 벗어나기 위하여 저마다에게 경쟁적으로 흙먼지를 뿌렸지
변두리였을 때도 강화는 변두리가 아니었는데
갯벌 위로 지는 노을 하나 만으로도 내겐 우주의 중심이었는데
살림이 불고 적금도 차곡차곡 쌓여 가면서 점점
더 쓸쓸해져 가는 우리네 사랑을 닮아 간다
차도 집도 없던 그 시절 마트에 함께 장 보러 다닐 때가 가장 좋았다고
장바구니 나눠 들고 걸어오던 밤길이 소풍이었다고
그때 타고 다니던 자전거가 여전히 보물 일 호라면서도
아파트 평수와 연금과 보험료를 계산하다 시무룩해지는 섬
우리네 사랑은 갈수록 변두리가 되어 간다
변두리였을 때도 사랑은 변두리가 아니었는데
어느새 머리에 뿌옇게 돋은 흙먼지를 서로 측은해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