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리아는 세계 문화 유산이기는 해도 건축학도가 아니라면 그리 볼 만한 것이 없는 곳이다. 잡지에서 볼 때 근사하게 나오거나 사진을 보면 예쁠지 몰라도 실제로는 좀 다르다. 건축가인 오스카 니에메이어(Oscar Niemeyer)와 도시설계자 루시오 코스타(Lucio Costa), 조경 건축가 부를레 막스(Burle Marx)에 의해 디자인된 이 도시는 수백만의 가난한 농부들이 밤낮 없이 일한 끝에 겨우 삼년 만에(1957-60) 완성되었다. 불행히도 세계에서 가장 원대한 야망을 품고 계획된 도시는 사람을 위해서가 아니라 자동차나 에어컨을 위해 디자인된 것처럼 보인다. 서로 너무 멀리 떨어져서 걸어다닐 수가 없을뿐더러 해는 겁나게 뜨거운데 쉴 나무는 거의 없다. 관료나 정치가들은 100% 봉급 인상이나 커다란 아파트에 끌려 브라질리아에 왔지만 주말만 되면 부랴부랴 리우나 사웅 파울루, 아니면 어디든 덜 황량한 곳으로 제트기를 타고 떠나버린다. 공사장이나 서비스 분야에서 일하는 가난한 사람들만이 남아 '반브라질리아'라고 불리는 시에서 30km 밖의 빈민가에서 밤을 지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