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누구나 대중교통을 타고 싶은 진짜 ‘기후동행카드’가 필요하다
서울시가 월 6만 5천 원에 모든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 있는 정기권을 내년 1월부터 시범 도입하기로 했다. 지난 8월 버스 요금 인상과 오는 10월 지하철 요금 인상을 결정해 놓고, 이제 와서 정기권을 발행한다니 병 주고 가짜 약을 주는 기만행위가 아닐 수 없다. 서울시는 이번 정기권 도입으로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시민들이 교통 요금을 약 1/3정도 절약할 수 있을 것이라 주장한다. 하지만 이번 정기권의 경기·인천 시민 배제 등 여러 제약과 24%가량 오른 교통 요금을 놓고 보면, 시민이 결국 지불하게 되는 비용은 교통 요금 인상 전과 비슷하다. 이를 간단히 따져보면 교통 요금을 올리지 않았으면 될 일이었다.
얼마 전까지 ‘이용자 부담’을 당연하게 여기며, 적자 해소를 위해서는 교통 요금을 인상해야 한다고 주장했던 서울시의 생떼는 이번 정기권 도입으로 무색해지고 말았다. 막무가내로 밀어붙인 요금 인상이 시민에게 부담이 된다는 것을 스스로 인정한 셈이다.
서울시는 이번 정기권에 ’기후동행카드’라는 이름을 붙였다. 하지만 내용을 살펴보면 기후위기 대응에서도 속 빈 강정이다. 자가용 대신 대중교통 이용을 유도하는 유인책이 결코 될 수 없다. 초록색으로 칠한다고 다 친환경이 되는 것은 아니다.
이번 정기권은 기본요금이 다른 지하철 신분당선, 서울이 아닌 곳에서 승차하는 경우, 경기·인천 등 다른 지역 버스나 기본요금이 다른 광역버스는 서울 안에서도 이용할 수 없다. 경기·인천으로 출퇴근하는 서울 시민과 서울로 출퇴근하는 경기·인천 시민은 완전히 배제되는 것이다. 이는 요금 인상은 감당해야 하지만, 요금 할인에서는 적용받지 못한다는 점에서 엄연한 차별이다.
문제는 수도권은 하나의 생활권으로 묶여 있다는 점이다. 출·퇴근 시간 은평구 도로는 고양·파주에서 넘어오는 차들로 인해 매우 혼잡하다. 이들이 대중교통을 이용하도록 하지 않으면 탄소배출을 줄일 수도 없고, 은평 시민들도 교통 혼잡과 자동차가 내뿜는 미세먼지에서 벗어날 수 없다. 아울러 고양·파주와 인접해서 경기도 버스를 많이 이용하는 은평구에서는 정기권 사용이 위축될 우려도 있다.
또 정기권이 전혀 저렴하지 않다는 점에서 기후동행이라 부르기에 한참 부족하다. 서울시가 밝힌 바대로 대중교통 수송 분담률은 코로나 팬데믹을 거치며 크게 떨어졌다. 오히려 최근 서울시가 요금을 인상하면서 대중교통 이용을 더욱 위축시켰다. 우리가 교통요금 인상을 적극 반대했던 이유다. 서울시가 발표한 정기권은 요금을 이전으로 되돌리는 수준이라는 점에서 낮아진 대중교통 수송 분담률을 끌어올리지 못할 것이다.
이번 정기권 도입은 교통 요금 인상에 대한 시민들의 반발을 잠재우기 위한 미봉책에 불과하다. 자가용 이용에 수많은 통행료 할인, 세금 할인 등 혜택을 확대하면서 자가용 이용을 대중교통으로 전환하게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자가용 이용을 줄이는 대책을 마련하면서도 대중교통을 더 편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교통체계 개편을 함께 고민해야 한다.
또한, 준공영제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운송업체의 배만 불리는 구조는 바뀌지 않을 것이다. 이번 정기권 도입이 사모펀드에 잠식되고 있는 준공영제 문제를 가리는 꼼수가 아니길 바라며, 은평민들레당은 기후위기 대응, 불평등 해소에 필수적 대안인 공공교통 운동을 멈추지 않을 것이다.
2023년 9월 15일
은평민들레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