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추적추적 내리고 있습니다. 이 비 그치고 나면 겨울바람은 더 세차게 불어올 것입니다.
1930년 수인번호 ‘264’번이 끝내 이름이 된 이육사(李陸史, 1904~1944)는 그의 시 <강 건너간 노래>에서 “섣달에도 보름께 달 밝은 밤/앞냇강 쨍쨍 얼어 조이던 밤에/내가 부르던 노래는 강 건너갔소//강 건너 하늘 끝에 사막도 닿은 곳/내 노래는 제비같이 날러서” 갔다고 했습니다. 다시 읽으니 우울해집니다. ‘사막은 끝없이 푸른 하늘이 덮여…… 내가 부른 노래는 그 밤에 강’을 건너가 버렸습니다. 우리에게 남은 것은 무엇이며 우리가 떠나보낸 것은 무엇이었나 싶습니다. 동지섣달 겨울밤이 아무리 길다고 해도 《표현》을 읽으면서 위로받으시길 빕니다.
당숙(唐肅, 1318~1371)의 시 <한강독조도寒江獨釣圖>입니다.
비위투간위호기(爲投竿爲好奇) 고기를 잡으려는 것은 꼭 아니었으나
강한동절조옹자(寒凍折釣翁髭) 강바람 추위에 수염이 꽁꽁 얼어붙었네
연지설압봉창효(知雪壓篷牕曉) 봉창에 밤새 눈 쌓이고 날이 밝았는데
부재어귀지재시(載漁歸只載詩) 고기는 잡지 못하고 시만 싣고 돌아오네
눈이 내리는 날에 고기를 잡으러 강에 나갔으나 고기는 잡지 못하고 시詩만 싣고 돌아오는 선비의 모습이 그려집니다. 《표현》의 문우님들께서도 긴 겨울이 지나고 다시 만나는 따뜻한 봄에는 부디 몇 편의 시詩를 싣고 돌아와 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