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의 신비 , 혹은 사랑
최승호
벌어진 손의 상처를
몸이 스스로 꿰매고 있다.
의식이 환히 깨어 있든
잠들어 있든
헛것에 싸여 꿈꾸고 있든 아랑곳없이
보름이 넘도록 꿰매고 있다.
몸은 손을 사랑하는 모양이다.
몸은 손이 달려있는 것이
부끄럽지 않은 모양이다.
구걸하던 손, 훔치던 손,
뾰족하게 손가락들이 자라면서
빼앗던 손, 그렇지만
빼앗기면 증오로 뭉쳐지던 주먹,
꼬부라지도록 손톱을
길게 기르며
음모와 놀던 손, 매음의 악수,
천년 묵어 썩은 괴상한 우상들 앞에
복을 빌던 손,
그 더러운 손이 달려 있는 것이
몸은 부끄럽지 않은 모양이다.
벌어진 손의 상처를
몸이 자연스럽게 꿰매고 있다.
금실도 금바늘도 안 보이지만
상처를 밤낮없이 튼튼하게 꿰매고 있는 이 몸의 신비,
혹은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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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승호 (1954~ ) 춘천출생,
춘천중 재학시 '피아노'의 작가 전상국 소설가의 제자,
춘천교육대 재학시 이승훈시인의 제자로 소설가 이외수씨가
그의 시를 보고 감탄,
'현대시학'의 추천으로 데뷔.
교과서에 그의 시가 실렸는데
자신의 시에 대한 시험 문제를 모두 틀리며 대입위주의 교육의 폐해를 대변하는 해프닝이 벌어지기도.
김수영 문학상, 이산문학상,
대산문학상 수상.
'세속도시의 즐거움' 외 다수의 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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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감상/박경채
인체에 자연치유력이 있어서 손에 상처가 나면 어떤일을 하는 손이든 스스로 밤낮없이 꿰매어 말끔하게 치료해주는 몸의 신비~!!
이 끝없는 자비에 감싸인 덕분일까요?
인간은, 자신에게는 너무 관대하여 옮음에 상처를 내고도 부끄러워하지도 않고 스스로 정당화 하는 속성이 갖추어 졌을 수도...
인간에게 두 손이 없다면 무엇을 할 수 있을까요 문명도 건설도 인류의 흥망성쇠의 역사는 모두 손이 있어서 가능했을 것입니다
저 자신의 흥망성쇠를 쥐락펴락했을
두 손을 펴 놓고 가만히 들여다봅니다
어떤 일을 해 왔는지를,,,
또 어떤 일을 해가야 될 지를,,,
첫댓글 좋은 시 즐감하며 쉬어갑니다
감사합니다. 파이팅입니다
감상해주시고 응원해주셔서
감사합니다 회장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