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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는 라면님'
저 진짜 표지 하나에 이렇게 주인공들 다 나오는 거 너무 좋아요! 제가 누구 하나에 치우치지 않고 쓰려는 편인데 표지에 딱 그게 나와있는 것 같잖아요ㅎㅎ 그래서 더 동기부여도 되는 것 같고! 초라한 제 글이 예쁘게 재탄생 되었네요! 너무 감사합니다!
'린아님'
어머 세상에...완전 이거 자세히 보면 꼭 그림으로 그린 거 같지 않아요? 더군다나 뒤에 악보나 필체같은 배경이....그냥 분위기 깡패네요 분위기 깡패...! 특히 이번 화랑 더 잘맞는 거 같은...ㅎ 예쁜 표지 감사합니다!
'설벨님'
으아 저 이 표지 보고 진짜 입 막고 헐헐거렸어요ㅠㅠㅠㅠㅠ수정이라서 그런 것도 있지만 우선 표지 효과나 색감이 너무 예쁜 것 같아요ㅠㅠㅠㅠ 어떻게 이렇게 만드시는지...그냥 저는 감사할 뿐입니다ㅠㅠㅠㅠ 너무 감사합니다ㅠㅠㅠㅠ
'verycheap00님'
꼭 드라마나 영화 개봉하기 전에 스틸컷 같은...! 백현이 얼굴 중간이 가려져 있어서 오묘한 분위기가 나네요! 더군다나 톤 자체가 어두워서 더 신비한 효과가 나오는 거 같아요! 계속 봐도 예쁘단 소리가 저절로ㅠㅠㅠㅠㅠ 너무 감사합니다!
'봄님'
종인이랑 백현이 두 주인공 다 표지를 만들어주시다니! 이게 뭔가 의도된 건가요? 종인이는 마스크로, 백현이는 선글라스로 일부분을 가리고 있어서 미묘한 느낌이 많이 비슷한 거 같아요! 아 특히 로고가 너무 귀엽네요ㅋㅋㅋㅋ직접 쓰신 건가요? 그렇다면 더 취향저격ㅠㅠㅠㅠ 너무 감사합니다ㅎㅎ
짝사랑의 조건 열한 번째 : 티를 내는 것과 표현하는 것이 다르다는 걸 모른다.
" ○○○, 배수지 니네 가서 노래 안 부르고 그러면 진짜 존나 맞는다. "
" 어, 나 원래 노래방 가서 발라드밖에 안 부르는데……난 봐주면 안돼? "
" 아, 그래. 배수지 넌 최소 발라드라도 부른다 이거잖아, ○○○ 너 말이야 너. "
배수지만이 가지고 있는 특유의 내숭이 시작됐다. 살랑살랑 꼬리를 흔들어대며 여러 번이고 제 몸을 배배 꼬는 친구의 내숭에 죄 없는 팔뚝엔 오솔 오솔 소름이 돋을 지경이었다. 누가 봐도 뻔한 저 여우짓을 모르고 헤벌레 좋다고만 하는 남자들이 참 이상하다만. 애꿎은 내 쪽으로 튀는 김종대의 불똥에 짧게나마 당황스러운 헛웃음이 튀어나왔다. 지금 누가 누구보고 노래를 부르라 마라야. 내가 김종대 너 때문에 가는 건 줄 알아? 이게 다…….
" 그래, 진짜 ○○○ 너 노래 불러라? 우리 노래방 가자고 며칠 전부터 계속 얘기 나왔단 말이야. "
" 야, 너네가 가고 싶은 건데 우리가 같이 가주는 거거든? "
" 돈은 우리가 내거든? "
" 그래? "
" 그럼 우리가 가자고 했는데 여자애들한테 내라고 하겠냐? "
" 그래? "
" 응, 할 말 없냐? "
" ……. "
" ……. "
" 응, 그런거면 미안하다? "
" ……푸하! "
" ……쟤 왜저래? 혼자 웃어. "
" 아, ○○○ 말하는 거 봐, 진짜 웃기네. "
" ……. "
" 변백현이랑 존나 콤빈데 그냥? "
이게 다 첫 번째로는 영리할 정도로 순발력이 빠른 변백현에 대처 능력 때문이고, 두 번째로는 과분할 정도로 벅차는 김종인과 같이 노래방을 갈 수 있기 때문이지. 암, 죽어도 김종대 때문은 아니지. 빠르고 간결하게 혼자서 할 수 있는 결론을 도출하고부터 봤다. 날이 갈수록 죽이 척척 맞는 변백현과의 머저리스러운 호흡에 반사적으로 느린 한숨이 터지기는 했지만. 그런 우리 둘을 머저리마냥 보는 사람은 아마 나뿐만이 아니었는지, 무리 제일 끝에서 큭큭 대던 종인이와 예고 없이 두 눈이 마주쳐버리고 마는 나였다. 부끄러운 마음에 자꾸만 다른 쪽으로 시선이 갔다. 멈췄던 심장 부근에 발동이 걸리기 시작했다. 걷잡을 수 없이 머리칼을 엉키게 만드는 후덥지근한 여름 바람이 죽을 만큼 야속했다. 나 아까 앞머리 잠깐 까졌는데, 설마 그것까지 본 건 아니겠지. 언제부터 보고 있었던 거지? 오매불망 기다렸던 여린 바람이 훅하고 가슴 끝을 찌릿하게 저격했다. 속에선 끝을 알 수 없는 두근거림이 큼지막하게 일렁였다. 자연스럽게 놈에게 다가설 대사가 생각나지 않아 오늘도 난 바보같이 어색한 미소로 대답을 회피할 뿐이었다.
그때였다. 자연스럽게 내 어깨 위로 제 한쪽 팔을 올려놓는 변백현이 아니냐. 김종대랑 있을 땐 볼이더만, 이번에는 어깨까지. 친하면 친할수록 스킨십이 늘어나는 타입인가 했지만, 놈의 대한 분석은 빠르게 끝낼수록 좋은 법이라는 걸 모르는 내가 아니었다. 그렇게나 변백현을 많이 겪어봐도, 그 복잡한 속마음 하나 알아낸 적은 단 한 번도 없었으니까.
" 당연, 존나 콤비지 우리. "
반사적으로 고개가 홱 돌아갔다. 얄궃은 실소를 터뜨리며 친근하게 제 몸을 밀착해오는 변백현에게 혼란스러울 정도로 낯선 분위기가 느껴졌다. 날 꼽준 적은 있어도 이렇게 친근하게 대한 적은 없었는데……. 원래 사람이 너무 잘해줘도 의심이 간다더니 지금이 딱 그 짝인 듯싶었다. 흘깃, 이상한 생각이 들어 고개부터 돌렸다. 원래 짝사랑을 오랫동안 하면 영양가 없는 친절에도 쓸데없이 착각을 하기 마련인데, 저도 모르게 훅하고 솟구치는 애매한 느낌에 반사적으로 몸이 먼저 반응한 셈이었다.
" 야, 변백현 너 진짜 의외다? "
" 뭐가? "
" 너 작년까지만 해도 여자애들이랑 말도 안 하고 장난도 안 쳤잖아. "
" 그땐 여자 애들이랑 눈 마주치는 것도 싫어했지. "
" 그러니까, 지금 신기하다니까. "
" 그래도 김종인 너보단 낫지, 난 빨리 잊기라도 했지 넌 그러다 평생 다른 여자 못 만나. "
" ……. "
" 너도 이제 걔 그만 잊어, 언제까지 불쌍한 새끼 코스프레할 건데. "
장난이다. 그래, 누가 봐도 변백현이 김종인에게 건넨 명백한 장난이었다. 허나 그 장난을 다른 의도로 받아들인 자의 표정이 그렇지가 않다는 게 문제였다. 꼭 두 기둥 사이에 꼼짝없이 끼어있는 시들시들한 파김치라도 된 듯한 느낌이었다. 오묘한 조소를 띄우며 김종인을 향해 눈동자를 옮기는 변백현이었다. 여전히 기분 나쁘게 구겨져있는 미간 사이에 애간장이 타는 건 다름 아닌 나였다.
" 야, 백현아 스타 노래방 어떻게 가더라? "
" ……. "
" 야, 변백현! "
" 아, 넌 매일 가고도 까먹냐? 그냥 쭉 가다가 공차 앞에서 돌면 되잖아. "
" 그니까 공차가 어딨냐니까? "
" 배수지한테 물어보면 되……아, 시발 진짜. "
" 공차 여기서 우회전하면 되나? "
" 있어 봐, 갈게. "
내 어깨 위에 무거운 쇠처럼 묵직하게 올려져 있던 제 한쪽 손을 내리곤 앞으로 걸음을 옮기는 변백현이었다. 양쪽 사이에 박혀 있던 기둥 중에 하나가 뽑히니 한쪽 옆구리가 시리게 느껴지는 건 당연한 지사였다. 흘깃, 죄라도 지은 사람처럼 연신 김종인의 눈치만 살펴대는 나였다. 아, 이거 내가 장난친 것도 아닌데 괜히 기분 이상하…….
" 저 새끼 말 이상하게 하네 "
" ……응? "
" 지금 김효정 얘기 돌려하는 거냐 쟤? "
" 응? 아니, 그냥 장난친 거 아니야? "
" 장난? 저게 장난같아 보여? "
" ……어, 음. "
" ……. "
" 김종인? "
" 지가 짝사랑 더 심하게 해봤으면서 말 존나 짜증나게 하네 "
고개가 갸우뚱 꺾였다. 여전히 아니꼬운 듯한 표정으로 뚫어져라 변백현의 뒷모습만 바라보는 종인이를 보니 나도 따라 두 눈썹이 사정없이 일그러지는 것 아니냐. 김종인이 기분 나빠하는 저 모습조차 멋있다고 생각하고 있는 내가 참 한심스러웠지만. 이름을 바꿔야 할 것 같았다. 예를 들면 김종인 성애자나 김종인 스토커 같은. 손바닥 중앙에는 기분 나쁜 추적한 땀줄기가 잔물결을 내며 모아지고 있었다. 삭막하게 갈라진 목 울대에 여러 번이고 묽은 침을 밀어 넣으며 애타는 속을 진정하기에 애썼다. 실망한 건 아니다. 오히려 더 좋을 뿐이었다. 내가 알기 전, 동경의 대상인 줄만 알았던 김종인과 현실로 부딪히는 김종인의 벽은 컸지만 그렇다고 놈이 싫어질 리가 없었다. 아무렇지 않게 화를 내는 모습도, 사소한 장난에 예민하게 받아들이는 소심한 면까지 자연스럽게 내 감정에 녹아갔다. 그래서 난 오늘도 왜 화를 내고 있는지 모르는 김종인에게 맞장구를 칠 수밖에 없다. 그래야 단 한 번이라도, 단 하루라도 말할 기회가 생기니까.
그러나 한번 꺾인 고개는 다시 제 자리로 돌아오지 못하기를 한참이었다. 변백현이 짝사랑을 해? 아니, 그것도 김종인보다 더 심하게? 처음 듣는 말은 언제나 낯설다. 그러니 놀란 표정을 숨기기도 어렵다. 당황스러운 기색을 숨길 시간도 없이 먼저 튀어나온 말이었다.
" 변백현 누구 좋아한 적 있어? "
" 응? "
" 아니, 아까 막 짝사랑 심하게 한 적 있다고 그랬잖아. "
" 야, 쟤 작년까지 뭐만하면 고구마라고 불렀어. "
" 고구마? "
" 쟤도 작년에 짝사랑 엄청 심하게 한 적 있어서 내가 아무리 김효정한테 답답한 짓 해도 딱히 뭐라 못한 거지. "
" ……. "
" 그나마 변백현은 이제 한참 지나서 생각도 안 난다고 했는데 난 김효정한테 밑바닥까지 이미 다 보여줬던 거 하루에도 열 두번은 넘게 생각나서 진짜 미쳐버릴 것 같다. "
짝사랑을 하는 그들은 흔히들 착각한다. 스스로가 누군가를 좋아함에 있어서 하나도 티가 나지 않을 거라고. 틴트가 수명을 다해 한번 입을 열 때마다 쩍쩍 갈라지는 입술 사이에 잔잔한 산들바람이 새어 들어갔다. 사실 어떻게 보면 우리의 가장 큰 약점은 너무 표현을 안 한다는 점이지만, 또 어떻게 보면 너무 티를 많이 내서라는 단점도 있다. 표현과 티를 내는 건 확연히 다른 의미였다. 예를 들어 티를 낸다는 건,
" ……그럼 아직도 김효정한테 마음 있어? "
" 응? "
" 아직도 김효정 좋아하는 마음 있냐고. "
" 그때 김효정이 내 고백 거절했던 것 때문에 정신차렸지, 어장당하면서까지 좋아하고 싶지도 않고. "
" ……. "
" 지금은 완전 정떨어졌어. "
티를 낸다는 건 어떻게든 그의 마음을 알고 싶어 한다는 것, 그래서 자꾸만 찌르고 찌르다 역 바람이 불어 결국엔 내 옆구리가 찔리고 마는 것. 그렇다면 표현을 한다는 건 뭘까.
" 그럼 난 너 고구마라고 부를래. "
" 응? "
" 변백현은 짝사랑했는지도 몰랐잖아, 그러니까 나한테는 니가 고구마 아니야? "
" 야, 나 그 소리 존나 싫어해 진짜. 하도 많이 들어서 진저리 난다 진심으로. "
" 아, 그래 고구마? "
" 하지 마, 진짜. "
" 역시 튀김중에선 고구마 튀김이지! "
" 아, 하지 말라고. "
" 헐, 그러고 보니까 피부가 까맣네. 아주 군고구만줄 알았어? "
" 아오, 진짜 맞는다 너. "
" 와, 얼굴 빨개지니까 진짜 못생겼다. 혹시 호박고구마? "
" 와나, 돌겠네. "
그래, 방언이 터졌다. 한번 터지면 옆에서 보고 있던 윤보미가 내 이마빡을 사정 없이 갈기고 싶다고 했던 그 깝방언이 터졌다. 요리조리 날다람쥐마냥 빈틈을 찾아 도망치는 내 눈앞으로 제 긴 손을 뻗어대며 힘 빠진 실소를 터뜨리는 종인이가 보였다. 사소한 장난에도 멀쩡했던 가슴께는 요란스럽게 동요하기 시작했다. 철없이 놀기만 했던 유치원 시절로 돌아간 듯한 착각도 들어왔다. 빠르게 등을 돌려 세 사람이 보이는 앞쪽으로 무작정 달리기 시작하는 나였다. 내가 좋아하고 있는 사람임에도 벌게진 얼굴에 핏대까지 선 목을 마주하니 꼭 좀비에게 쫓기고 있는 최후의 생존자라도 된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것 아니겠냐. 엄마, 소리가 여러 번이고 흘러나왔다. 그럼에도 겉으론 아이 같은 유치한 웃음이 튀어나오곤 했다.
" 아아, 미쳤나 봐! 진짜 개무서워 미친! "
" 아, 거기 서라 진짜! "
" 엄마, 야 배수지 나 살려줘! 존나 무서워 진짜! "
" 죽는다 진……! "
" 엄마, 미친! "
" 짜……. "
" 뛰는 거 위험하다. "
" ……. "
" 여기서 돌아야 해. "
빠르게 굴러가던 두 다리가 애매한 횡단보도 앞 경고선에서 오른쪽으로 무참히 돌려졌다.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돌린 곳엔 내가 뛰어가는 타이밍에 맞춰 손목을 낚아채고 코너 모퉁이로 끌어당기는 변백현이 있었다. 타의에 의해 멈춘 몸에 찌릿한 경련이 느껴졌다. 뒤에 있는 김종인에게 잡힐지도 모른다는 급한 마음에 미친 사람처럼 뛰기 바빴던 1분 전 내가 짜게도 식어가고 있었다. 그때였다. 남자 주제에 달리기는 느린 편인지 그제야 내 뒤까지 쫓아와 가방 윗손잡이 부분을 잡고 깨방정을 떨어대는 김종인이었다. 저도 모르게 기분 좋은 헛웃음이 터졌다. 감축된 체력에 고통스러운 호흡은 차왔지만, 그와 비례하는 설렘에 무게가 참 포근하게도 느껴졌기 때문이라면 이유가 충분할까.
" 뭐, 고구마? 죽고 싶지. "
" 아아, 아 고구마를 고구마라고하지 뭐라고 합니까? "
" 야, 변백현 얘가 나 고구……, "
" 아, 잘못 왔다. 다시 돌아야겠네. "
" 아, 또 돌아? "
" 뭐야, 어쩐지 내가 공차 안 보이는데 왜 도나 했네. 아, 날 더워 뒤지겠는데 더 걸어야 하잖아! "
" 그럼 니가 찾던가, 나보고 찾아달라 해놓고 왜 성질이야. "
" 야, 성질내는 게 아니라……. "
" 누군 길찾고, 누군 뒤에서 웃고 떠드는 게 나라고 안 빡치겠냐? "
적적한 분위기에 모두가 표정을 잃어갔다. 냉소적인 음성과 함께 무심하게 옆으로 고개를 돌리는 변백현을 따라 같은 방향으로 고개가 움직였다. 가방 윗부분에 올려 있던 종인이의 손길도 느릿하게 풀려갔다. 스치듯이 불어오는 고단한 여름 바람에 뻐근해진 두 눈이 무겁게도 감겨왔다. 멀어가는 걸음만큼이나 멀어지는 다섯 사이의 거리였다. 쨍하게 타오르는 한낮의 태양의 빛줄기도 거리만큼 길게 뻗어가고 있었다.
콩콩 뛰는 심장만큼이나, 쿵쿵 다가오는 당황스러운 불안감에.
" 음료수 먹을 사람. "
" 나, 나. "
" 나도. "
" ……. "
" 변백현 너도? "
" ……어, 땡큐. "
손발이 처참히 오그라들고 있었다. 제일 먼저 노래방에 입실해 또 제일 먼저 마이크를 잡은 김종대와 배수지를 제외하곤 우리 셋 사이엔 뿌연 먹구름만이 그 주위를 둘러싸기 바빴다. 제일 먼저 음료수를 사 온다며 자리를 박차고 일어난 김종인를 보자 저도 모르게 고개가 따라 올라가는 나였다. 종인이 힘들 테니까 난 괜찮다고 해야겠지?
" 야, 뭐해? "
" 응? "
" 따라가, 병신아. "
정신없이 미스에이의 노래 전곡을 예약하고 있던 배수지가 묘한 미소를 띠며 은은한 귓속말을 전해왔다. 안타깝게도 뒤늦게야 상황을 파악하고 굽혔던 허리를 펴니 김종인은 이미 나간 후였지만. 솟구치는 절망감에 제 머리카락을 쥐어뜯으며 고통스러운 신음을 뱉어내는 나였다. 이러니까 연애 고자지, 이러니까 평생 짝사랑 신세지.
" 이미 나갔잖아, 있어 그냥. "
" ……. "
그때였다. 휘황찬란한 네온사인이 남루하는 노래방 구석에 저 홀로 저기압인 변백현의 날 선 음성이 들려왔다. 무의식적으로 생각난 것들이 있었다. 예를 들면 변백현이 김종인보다 더한 짝사랑을 했었다는 말.
" 변백현 너 기분 안 좋아? "
" 그냥 머리 아파서 그래. "
" ……아까 김종인때문에 화난 거 아니지? "
" ……. "
" 아니, 아까 너가 김효정 얘기 돌려말하는 거 같아서 기분 나빠하는 거 같더라고. "
" ……. "
" 야, 아무리 그래도 김종인이 김효정 얼마나 좋아했는지 아는 사람이 그렇게 말하면 안되지. 지금 제일 심란할텐데. "
" 누가 누굴 걱정해 지금, "
" ……. "
" 지가 김효정한테 계속 병신짓했던 게 잘못이지 그런거로 왜 기분나빠하고 지랄이야, 사람 병신 만드네. "
일순간 호흡이 멈췄다. 그와 동시에 멀쩡하게 자리 잡고 있던 양쪽 눈썹의 모양도 위쪽으로 뒤틀렸다. 눅눅하게 붙어오는 짜증 나는 여름 날씨만큼이나 거슬리는 비속어를 토해내며 나오던 말마저 쑥 들어가 버리게 하는 놈이 상당히 이상했다. 내가 뭐 화를 내라고 한 말이냐, 서로 기분이 나쁜 것 같으니 화해하는 게 맞는 것 같고, 그러니 잘못한 걸 집어주려던 것뿐인데. 놈이야말로 좋은 의도를 그런 식으로 받아들이냐 이 말이었다. 친구는 닮는다더니 제멋대로 장난을 해석하는 김종인과 별반 다를 것 없는 모습에 억울함에 가득 낀 짙은 안개가 차올랐다. 한번 나빠진 기분이 좋아질 리가 없었다. 꼭 좋아하는 김종인에 눈이 멀어 편파적으로 손을 들어주는 못된 인간이라도 된 듯한 거지 같은 기분 아니냐.
" 변백현 너도 좋아하는 애 있었다며, 그럼 알 거 아니야. 지금 얼마나 답답한지. "
" ……너 그거 누구한테 들었어? "
" 지금 그게 중요해? 너 화나라고 한 말이 아니라 이거잖……, "
" 야야 김종대, 나 존나 무거워 들어줘 봐 좀. "
" 오, 김종인이 쏘는 거? 야, 김종인이 음료수 샀대! 시발, 존나 본받을 새끼네 이거! "
" 아, 뭐야 왜 콜라밖에 없어? "
" 있는 게 콜라밖에 없어서 그냥 사왔어, 싫음 나가서 사와. "
" 아……시원하지도 않아. "
" ○○○ 넌 콜라 괜찮지? "
" 응? "
" 아님 물 줘? "
" 야, 김종인 니가 말했어? "
" 뭘 말해? "
" 나 작년에 윤은별 좋아했던 거 니가 말했냐고. "
" 이미 다 끝난 얘긴데 왜 성질이야. "
" 그니까 다 끝난 이야기 왜 굳이 들춰서 사람 빡치게 만들어? "
" 그럼 넌 시비 먼저 걸어놓고 노래방까지 와서 혼자 그러고 있으면 기분 좋냐? "
" 시비? 장난인지 구분 못하고 니 혼자 빡친 건 생각 안 하냐? "
" 야, 왜 그러냐 니네. 우리끼리 있는 거 아니잖아. "
" 야, 맞아……○○이랑 나도 있는데 그만해. "
" 나 엿먹이려고 윤은별 얘기 꺼냈잖아, 저 새끼가! "
" 김효정 이름 돌려말하면서 시비 턴건 너잖아, 시발아. "
" ……잠깐, 잠깐만! "
" ……. "
" ……. "
찰나의 순간이었다. 제 말꼬리가 끝을 맺기도 전에 반사적으로 김종인의 손목을 빠르게 잡아채는 나였다. 두려움에 딱딱하게 굳어있던 어깨 부근이 처량하게 경련을 일으켰다. 온 힘을 다해 간절하게 두 손을 모아 잡고 있는 놈의 손목 또한 미세한 정도의 떨림이 느껴져왔다. 같은 공간 안에 모든 이들이 돌로 변하는 마법에 걸린 것처럼 버퍼링이 걸렸다. 꾹 다문 입술들 사이에 유일한 의사소통이란 불규칙하게 들려오는 변백현과 김종인의 거친 숨소리뿐이었다. 저도 모르게 자꾸만 먹혀 들어가는 호흡에 목 부근엔 또렷한 핏대가 두 갈래로 나란히 기둥을 이뤘다. 송골송골, 에어컨 바람 또한 소용없는 긴장감의 연속이었다.
" ……아까 변백현이 장난친 거였대, 돌려말한 거 아니야. 네가 착각한 거야, 김종인. "
" ……. "
" 그리고 변백현 너도 마찬가지잖아, 너 엿먹이려고 말한 게 아니고 다 지나간 일이니까 신경 안 쓸거라 생각하고 말한 거고! "
" ……. "
" 어차피 우리가 알아봤자 어디 떠들고 다닐 것도 아니고, 왜 화를 내, 응? "
" ……시발, 진짜. "
가라앉은 분위기만큼이나 허탈한 인상이 찌푸려졌다. 뭐가 잘못된 거지, 어디서부터 어긋난 거지. 내가 놈의 짝사랑 경험을 알게 된 것 때문에? 그것도 아니면 김종인이 자기의 장난을 나쁜 의도로 받아들여서? 그것도 아니면 숨기고 싶은 과거를 아무렇지 않게 말한 것 때문에? 난 이해할 수 없었다. 아니, 이해하려 해도 이해할 수 없는 게 문제였다.
" 야, ○○○ "
" ……응. "
" 그럼 지금 내가 이 앞에서 니가 좋아하는 애 말하면 기분 좋겠냐? "
" ……. "
" 그렇게 따지면 여기 좋아하는 애 없는 너도 상관없으니까 말해도 되겠네, 응? "
김종인을 잡고 있던 두 손의 힘이 점차 느슨해졌다. 정착하지 못하고 불안정했던 시선도 한 쪽으로 방향을 고정했다. 가슴께가 욱신거려왔다. 저릿할 만큼 냉정한 눈빛으로 냉정한 말을 하는 변백현이 유난히도 낯설었다. 처음 듣는 말은 언제나 낯설다. 그러니 놀란 표정을 숨기기도 어렵다. 이번 역시도 마찬가지였다. 당황스러운 얼굴을 숨길 수가 없었다. 변백현을 그렇게도 겪어보고, 또는 그렇게도 당해봐도 놈을 알기란 여간 쉬운 게 아니었다. 여전히 내 눈만 뚫어져라 응시하고 있는 변백현과 나란히 시선이 맞물렸다. 비정하게 얼룩진 마지막 한숨과 함께 빠르게도 제 등을 돌려버리는 변백현이었다. 처음부터 날 당황하게 했던 놈은 이번 역시 그러했다. 적막이 가득한 노래방 문이 열릴 때부터 다시 닫힐 때까지 어느 하나 나서서 입을 열려는 사람은 없었다. 콩콩, 뛰던 심장은 다시금 쿵쿵 울림을 더해갔다. 그때까지도 불안정한 정적은 계속되고 있었다.
짝사랑의 조건 열한 번째 : 티를 낸다는 건 상대방이 눈치채게끔 만들어주는 것, 표현을 한다는 건 상대방이 먼저 다가오기를 바라는 것.
백현이가 아주 오래전부터 여주 좋아하고 있던 거 아니냐는 궁예 땡! 백현이도 사실 짝사랑 경험이 있다는 거~ 그리고 여주 답답하다고 하지마요! 진짜 짝사랑 제대로 해본 사람들한테는 여주가 하는 행동도 완전 적극적인거니까...ㅠㅠㅠㅠㅠ (하도 여주 고답이라고 욕먹어서 해명하는 거 맞음)
뭐지 변백현
백현이도 짝ㄱ사랑 했었네요ㅠㅠㅠ 여주앞에서 그런 얘기가 나와서 그런건가..!? 여주를 좋아하나바여 흐흫이ㅔ헤
여주완전적극적인거죠ㅠㅠ어휴여주정도만됐어도소원이없겠어요ㅠ
비밀글 해당 댓글은 작성자와 운영자만 볼 수 있습니다.16.02.16 01:13
맞아요 진짜 여주는 적극적인거에요 저는 아직 말한번도 못해봤고 제가 아는척하고 싶어서 페메 한 번 한거밖에 없어요 여주는 부럽다 그래도 친해서.. 짝사랑이라는게 너무 슬프네요 작가님 글 읽고 너무 공감되는 부분이 많아요 나 혼자 소설쓰고 좋아하고 결국엔 상처받고...
종대랑 수지 어리둥절
비밀글 해당 댓글은 작성자와 운영자만 볼 수 있습니다.16.02.25 21:56
백현이 왜그러는거야..백현이도 짝사랑할때 많이 아팠던걸까요..?짝사랑 참 어렵네요
싸우지마ㅠㅠㅠ
솔직히 진짜 여주 적극적이져 솔직히 거의다 저렇게도 못해여
비밀글 해당 댓글은 작성자와 운영자만 볼 수 있습니다.16.06.17 22:55
얘들아 왜 싸우고그러니...ㅠㅠㅠㅠ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