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한국 사람은 자신이 태어난 해에 따라 ‘띠’를 가지고 있다. 이 띠는 열 두 동물로 이루어져 있는데 이것을 십이지라고 한다.
12라는 숫자는 일년 열 두 달을 의미하는 부호로 사용되었다고 볼 수 있는데, 여기에 시간과 방위의 개념이 결합되고 나아가 열
두 동물과 결합하여 십이지가 완성되었다. 이렇듯 연월일시를 나타내는데 사용된 십이지는 사람의 생년월일과 연결되어 그
사람의 성격이나 운세를 점치는 등 우리의 생활 속에 깊이 뿌리내려있다.
십이지의 형성시기는 중국의 기록상 중국 하왕조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하왕조시절 고대문명의 발상지인 황하의 서쪽 지류부근에
거주했던 고대 아시아 민족은 천문학이 매우 발달하여 그 당시 십이지로 연월일시를 기록하였다고 한다. 이곳에서부터 동쪽으로
한반도와 일본열도 북쪽으로는 몽골, 남쪽으로는 인도와 월남 등 동남아시아로 전해지고 다시 멀리 대양을 건너 멕시코까지 전파
되었다 한다.
십이지라는 개념은 중국의 은대(殷代)에서 비롯되었으나, 이를 방위(方位)나 시간에 대응시킨 것은 대체로 한대(漢代) 중기의
일로 추정된다.
다시 이것을 쥐子・소丑・범寅・토끼卯・용辰・뱀巳・말午・양未・원숭이申・닭酉・개戌・돼지亥 등 열 두 동물과 대응시킨
것은 훨씬 후대의 일로, 불교사상에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당대(唐代)에 와서는 십이지생초(十二支生肖)를 조각한 석재 및
토우가 묘지장식에 나타났다. 십이지생초는 십이지신의 모습을 문양으로 한 것으로, 12개의 지지(地支)를 총칭한다. 쥐・소・범・
토끼・용・뱀・말・양・원숭이・닭・개・돼지의 모습을 상징하는 수면인신상(獸面人神像)으로 십이자(十二子)라고도 한다.
한국의 경우는 호석(護石)에 십이지신상을 조각한 경주(慶州) 괘릉(掛陵)이나 김유신묘(金庾信墓)가 최초의 것으로 보인다. 통일
신라시대의 능묘에 호석(護石)으로 12지신상을 조각하였으며, 절에서 큰 행사를 할 때 잡귀의 침범을 막는 벽사(闢邪)의 뜻으로
불화(佛畵)로써 12방위에 걸었다. 성덕왕릉(聖德王陵)은 호석이 넘어지지 않도록 삼각형 수석(袖石)을 받치고 그 사이에 따로 환조
(丸彫) 십이지신상을 세운 특이한 예이며, 그 이후의 왕릉에는 괘릉과 마찬가지로 호석면에 십이지신상을 양각하였다. 삼국시대
이전에는 호국의 의미가 강했으나, 8세기 통일신라시대 이후에는 단순한 방위신으로 변했고, 고려시대 이후에는 머리에 관을 쓴
사람의 모습을 본뜬 모양으로 형상화되었다.
고려시대에 와서는 입상(立像)뿐만 아니라 좌상(坐像)도 나타나고, 신라의 예처럼 면석(面石)에만 조각한 것과 반대로 안에 끼운
널판돌에 새기기도 했으며, 음각(陰刻)한 것도 간혹 나타난다. 조선시대에서는 전대와 거의 같으나, 인조의 장릉(長陵)에서부터는
십이지신상 대신에 모란무늬牧丹文가 나타나게 된다. 십이지신상은 수호신으로 호석뿐만 아니라 현실(玄室) 내부에 벽화로 그린
경우도 있으며, 원원사지(遠願寺址) 3층석탑이나 황복사지(皇福寺址)에서 찾아볼 수 있다.
십이지와 늘 함께 나타나는 십간십이지는 10간(干)과 12지(支)를 결합하여 만든 60개의 간지(干支)로서 육십간지・육갑이라고도
한다. 10간은 갑(甲)・을(乙)・병(丙)・정(丁)・무(戊)・기(己)・경(庚)・신(辛)・임(壬)・계(癸)이고, 12지는 자(子)・축(丑)・
인(寅)・묘(卯)・진(辰)・사(巳)・오(午)・미(未)・신(申)・유(酉)・술(戌)・해(亥)이다. 결합방법은 처음에 10간의 첫째인 갑과
12지의 첫째인 자를 붙여서 갑자를 얻고, 다음에 그 둘째인 을과 축을 결합하여 을축을 얻는다. 이와 같이 순서에 따라 하나씩의
간지를 구해 나가 60개의 간지를 얻은 후, 다시 갑자로 되돌아온다. 결과적으로 하나의 간에 6개의 지가 배당되는 셈이다. 간과
지가 사용된 역사는 매우 오래된 듯하다.
중국의 BC 1766~BC 1123년에 걸친 상(商)나라의 역대 왕의 이름을 살펴보면 태갑(太甲)・옥정(沃丁)・천을(天乙) 등 10간의
글자로 된 이름이 많으며, 이것으로 보아 이 시대에 이미 간지를 사용한 것으로 추측된다. 또 십간십이지는 중국의 음양오행설
(陰陽五行說)과 결합하여 만물의 길흉을 판단하는 데 쓰였다. 즉 사람의 성질과 운세(運勢)를 점치기도 하고, 나날의 길흉과
방위의 선택 등을 살펴보기도 한다. 범띠인 사람은 성질이 거칠다고 하고, 소띠는 느긋하다고 한다. 또 병오생(丙午生)인 여성에
대해서는, 오행설에 의하면 병(丙)은 화(火)이고 오(午)도 화이므로 화에 화가 겹쳤으니 이런 띠의 여성은 불에 불이 겹쳤다고
하여 성격이 거칠어서 남편을 짓밟는다는 속신(俗信)이 있다. 그러나 이것들은 모두 미신이다.
중국의 역법에서 가장 잘 쓰이는 주기(週期)인 십간십이지에서 십간은 10일, 즉 1순(旬)이라는 뜻에서 나온 것 같으며, 점술가는
십간을 천간(天干)이라 하고 음양(陰陽)과 오행(五行)을 부속시킨다. 십간과 아울러 은(殷)시대에 널리 쓰였던 십이지에서 12라는
수를 택한 기원에 대해서는 자세히 알 수 없으나, 아마도 1년이 12달이라는 데에서 온 듯하다. 물론 12라는 수는 2, 3, 4, 6으로
나누어 떨어지는 수이므로 다루기에 흥미 있는 수이다. 십이지는 지기(地氣)에 속하는 것으로서 이것도 음양과 오행이 결부되었다.
또 십이지수(十二支獸)라고 하여 동물과 결합되어 있다. 이것은 역월(曆月) ・방위(方位) ・시각(時刻) 등 여러 방면에 이용된다.
구체적으로 자 ・인 ・진 ・오 ・신 ・술은 양이고 축 ・묘 ・사 ・미 ・유 ・해는 음이라고 하였다. 또 축 ・진 ・미 ・술을 토
(土)로 하고, 인 ・묘를 목(木), 사 ・오를 화(火), 신 ・유를 금(金), 해 ・자를 수(水)로 배당한다.
십간과 십이지를 결합하면 60개의 간지(干支)를 얻는다. 이것을 육십갑자 ・육갑(六甲) 등으로 부른다. 이들 육십지는 해마다
1개씩 배당하여 세차(歲次)라 하고, 다달에 배당하여 월건(月建)이라 하며, 나날에 배당하여 일진(日辰)이라 한다. 옛날부터
61세의 생일날에는 회갑잔치를 하는 풍습이 있는데, 이 회갑(回甲) 또는 환갑(還甲)이라는 말은 출생한 해의 간지와 똑같은
간지를 가진 해가 돌아왔다는 뜻이다.
간지를 사용하기에 이른 기원 및 그 근거에 대하여 사학의 태종되는연해자평에 다음과 같이 기술되어 있다
(중국의 황제 때에 천우가 나와 세상을 어지럽게 함에 황제께서 심히 백성의고생을 걱정하여 마침내 천우와 탁녹의 들에서 싸와
이를 처죽이다 그러나유혈이 백리에 뻗쳐 이것을 다스리기 어려움에 황제는 목욕재계하고 하늘에 비니 하늘이 이를 가상히
여겨 십간, 십이지를 나리시다 황제는 십간을 원으로 포하여 천형을 상징하고 십이지를 방으로 포하여 지형을 상징하고 그 빛을
합하여 직문에 명하여 이를 널리 퍼지게 하니 그 후는 잘 다스려 지도다 후일 대요씨가 나와 세상 일을 걱정하여 가로대 '아!
황제가 성인으로서도 오히려 악살들을 능히 다스리지 못하였거늘 후세에 재해를 장차 어찌하리오' 라고 탄식하여 마침내 십간,
십이지를 합하여 육십갑자를 배성하도다)라고 기술되어 있다 이것을 우리 현대인들이 그대로받아들일 것은 못되나, 어쨌든
천지간 대우주의 자연율을 푸는 기호로써사용하고자 만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