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동대문에선 각지에서 모여든 팀들이 매일 2~3경기씩 연습경기를 펼치고 있습니다.매년 이 시기의 동대문이 그렇듯 연습경기임에도 많은 학부모님들과 관계자들이 경기장을 찾고 있어 야구의 계절이 돌아왔음을 실감합니다만 3시만 넘어가면 강추위가 몰려오는 구장특성상 가만히 관전하는데도 어려움이 상당합니다.계획 있으신 분들께선 반드시 두꺼운 양말을 신고오시길...
첫 경기에선 한 차례 찬스에서 4점을 뽑아낸 충암고가 김광현이 빠진 안산공고에 4-2로 역전승을 거뒀는데요.선발로 나선 사이드암 황인창 (3년 우/우)을 비롯, 서승민 (3년 우/우)-박세진 (3년 좌/좌)-홍상삼 (2년 우/좌) 등 핵심투수들이 차례로 이어던지며 비교적 쉽게 경기를 잡았습니다.안산공고 김광현은 오전 9시부터 피칭을 보기위해 목빠지게 기다린 각 구단 스카우트들의 바램을 뒤로한채 배명과의 3경기 (안산공고는 더블헤더로 일정을 진행) 말미에 등판했는데 역시 몇개 안던지고 내려가더군요 ^^;
충암고는 얼마전 전주고와의 경기에서 2-1로 패한것을 제외하면 동계 내내 꾸준한 승률을 기록하고 있습니다.서남석을 비롯한 세명을 유급시키면서 우승을 노렸던 지난해보다 오히려 내실있는 전력을 갖추고 있다는 느낌인데요.얼마전 서울의 모 고교 감독님께선 이 팀을 "안타 네개 치면 이기는팀" 이라고 말씀하시던데 최근 2년간의 경기들을 살펴봐도 이 팀에 가장 잘 어울리는 표현인것 같습니다.
이 팀 투수진의 가장 큰 장점은 오늘 등판한 투수 네명이 갖고있는 판이한 구질이 아닐까 싶은데요.네명 모두 던지는 팔의 각도 이상으로 전혀 다른 자기코스를 갖고 있어서 어떤 계투조를 짜도 기복없는 내용을 보여줄수 있다는게 가장 큰 무기라고 생각합니다.
먼저 서승민 (3년 우/우)은 1학년 시절 추계리그에서 맹활약하며 여기 몇몇 회원들께도 호평을 받았던 파워피쳐죠.지난해 초에는 허리부상,전반기에는 에이스 서남석에 대한 팀내의 의존도가 높았던 탓에 많은 이닝을 소화하지 못했습니다만 올해는 팀의 실질적인 에이스이자 선발투수로 많은 경기에 출장할것으로 보입니다.절대적인 스피드는 빠르지 않지만 좋은 체격에서 나오는 묵직한 구질이 가장 큰 장점인데 오늘 경기에서도 비록 1실점 했지만 등판한 투수중 가장 힘있는 직구를 던져줬습니다.
올 졸업반 좌완투수 중 최고의 슬라이더를 구사한다는 박세진 (3년 좌/좌)은 프로에 가면 릴리프로 많은 각광을 받을 유형으로 여겨집니다.첫 선을 보였던 1학년 당시만해도 볼의 힘만 눈에 띄는 모습이었는데 까다로운 투구폼을 장착하면서 지난해 후반기에 이미 10연속 탈삼진과 미추홀기의 활약을 통해 발군의 위력을 보여줬죠.최근의 연습경기에서는 짧게 던지면서 대단히 많은 삼진을 뽑아내고 있는데 앞서 언급한 서승민이 "이닝이터"라면 이 선수는 지난해 신일의 김상수처럼 전천후로 출격이 예상됩니다.
황인창 (3년 사이드)과 홍상삼 (2년 우/좌)은 각각 사이드와 쓰리쿼터 유형이지만 오른쪽 타자 등 뒤에서 대각선으로 뿌리는 직구와 슬라이더를 주무기로 삼는다는 공통점을 갖고있죠.특히 지난해 전반기에 여러차례 위기를 막아냈던 홍상삼이 올해는 본격적인 활약을 보여줄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데 우타자 등 뒤로 움직이면서 한차례 타이밍을 뺏는데다 볼끝의 움직임이 뛰어나 짧은 이닝에선 박세진 못지않은 삼진을 잡아내고 있어 고비마다 요긴하게 활용될것으로 보입니다.여러모로 정말 특이한 개성을 가진 친구라 볼거리도 꾸준한 선수인데 신경식 (자세)과 셰필드 (방망이 흔들기)를 합쳐놓은듯한 세계 유일의 타격폼은 자주보기 힘들것 같군요 ^^;
마운드에 비해 정우양 (3년 포수 우/우),조정민 (3년 3루수 우/좌)을 제외하면 장타력있는 타자가 없는 타선의 힘은 약점으로 여겨집니다.오늘 경기에서도 만루에서 비거리의 부족으로 액면가에 비해 아쉬운 화력을 보여줬는데요.이 때문에 전반적으로 뛰어난 기동력과 지나치리만큼 잦은 작전에 의존하는 모습인데 박세진이 타선에서 빠진다면 앞으로도 어려움이 있겠어요.물론 육상대표 출신 양성우,송용호에 이상원,이학주가 가세한 이 팀의 기동력은 의심할 여지가 없을만큼 뛰어나지만 그것만으로 득점할수는 없으니까요.
서울,장충과 더불어 서울권에서 가장 안정적인 전력을 갖췄다는 올해의 충암인데 돌아다니며 많은 경기를 보면서도 제대로 스코어를 외우고 경기장을 나온 경기가 하나도 없다는데 (-.-) 대한 자책감에 좀 길게 써봤습니다.영남지역란에 달린 김점권님 리플처럼 이 시점의 부상은 자칫 시즌 전체에 영향을 미칠수 있기 때문에 극도로 경계해야 하겠는데요.(벌써 대구의 한 유망주가 불의의 부상으로 시즌을 마감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동계훈련도 막바지에 다다른 만큼 선수들이 과열되지 않고 차분히 시즌을 준비했으면 합니다.
<천리안 아야사 김주우님의 글을 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