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할 이유 30가지쯤…그런데도 행복하다
스타 작가 공지영 씨가 <수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도가니>, <고등어> 등에 이어 자전적 에세이 <그럼에도 불구하고>를 발간했습니다.(2020.10)
그가 자신의 세 차례 이혼 경력을 언급하면서 한국 사회에서 여자의 이혼 횟수는 남자의 성폭행 횟수만큼 중차대한 범죄라는 걸 온몸으로 체득했으나 지금은 행복하다고 밝혔습니다.
“자살할 이유가 30가지쯤 있는 사람이에요. 그런데 자살은커녕 지금 행복하답니다.”
사는 것보다 죽는 것이 오히려 낫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들 중 일부는 고통 받고 있는 삶의 마지막 비상구로 ‘자살’을 선택합니다. 누구나 평범한 삶을 바라지만 누구나 다 평범한 삶을 살지는 못합니다. 평범함이란 특별함을 뛰어넘는 그 이상의 위대함입니다.
서머싯 몸의 단편소설 <비>에 나오는 이야기입니다. 폭풍우 때문에 외딴 섬에서 발이 묶인 선교사 데이비드슨은 새디라는 여성과 한 숙소에 머물게 됐습니다.
그런데 새디는 숙소에 묵고 있는 다른 남성들과 어울려 문란한 생활을 이어갔습니다. 보다 못한 데이비드슨은 새디를 당국에 고발했고, 이로 인해 새디는 감금형에 처해져 독방에서 홀로 생활해야만 했습니다.
새디는 독방에 갇히자마자 겁을 잔뜩 먹고는 자신의 영혼을 구원해달라며 신에게 매달렸습니다. 이데 데이비드슨은 매일 밤 그의 방을 찾아가 구원의 기도를 해주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아침 데이비드슨이 시신으로 발견됐습니다. 자신의 목에 칼을 그어 자살한 것입니다.
“사내들은 다 똑같아. 추악하고 더러운 돼지 새끼들!” 모든 정황은 세상을 향한 새디의 절규에서 확인됐습니다.
데이비드슨은 새디의 영혼을 구원하기 위해 간절한 기도를 올렸지만 차츰차츰 여성 앞에서 타오르는 자신의 욕망을 주체할 수 없었습니다. 그는 결국 성욕을 다스리지 못하는 자신을 환멸한 나머지 자살을 선택한 것입니다.
고독, 질병, 가난, 이별, 실패, 절망, 불안, 불신 등 자살 할 이유는 차고 넘칩니다. 살아야 할 이유는 딱히 없는데 죽어야 할 이유는 너무도 많을 때 극단적 선택을 감행합니다. 죽음으로써 일상의 고단함에서 벗어나기 위한 결단입니다.
1948년 팔레스타인의 난민수용소에 머물던 난민들의 주머니에서 가장 많이 발견된 것이 있었습니다. 그것은 바로 자신들이 살았던 이전 집의 열쇠였습니다. 사실상 난민들이 건강한 몸으로 먼저 살았던 자신들의 집으로 돌아갈 확률은 매우 희박했습니다.
하지만 난민들은 주머니 속의 집 열쇠를 만지작거리면서 힘겨운 나날을 견뎌낼 수 있었습니다. 그들은 언젠가 집으로 돌아가면 ‘집 열쇠’가 꼭 필요할 것이라고 믿었습니다. 그들에게 ‘집 열쇠’는 살아남아야 할 확실한 이유였습니다.
공지영 작가의 <그럼에도 불구하고>의 한 대목입니다. “나를 괴롭히고 저주하는 그들이 그런 짓을 못하게 할 능력은 내게 없다. 그러나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하나 있는데 바로 그들에게 그들이 원하는 대로 괴롭힘을 당하지 않고 힘겹더라도 내적 평화를 유지하는 것이다.”
그러고는 한 마디 더 덧붙였습니다.
모두들 행복하시라.
바로 오늘!
바로 지금!
한 번 뿐인 당신의 생이 가고 있으니.
세상을 비틀어보는 75가지 질문
Chapter 1. 물에 물 탄 듯, 술에 술 탄 듯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