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손으로 창고, 장독대 만들기
시골에 집을 짓고 내려와 살다보면 자연스레 필요한 것이 창고(헛간)입니다. 자그마한 텃밭을 가꾸는 데도 삽이며 쇠스랑, 호미, 낫 등 농기구가 수월찮게 필요하게 되고, 거기에다 나무 자르는 컷팅기나 톱, 그 외 소소한 연장들을 보관할 장소가 필요해집니다. 감자나 고구마, 옥수수나 마늘, 고추 말린것 등 겨우내 텃밭에서 수확한 농작물을 보관하고 먹을 수 있는 저장 창고도 있었으면 좋겠다 하는 생각을 갖게 됩니다. 더 욕심을 부리자면 김치냉장고가 보편화되었지만 항아리에 묻은 김장독만큼이야 하겠습니까? 매년 새로 묻어야 하는 김장독 말고 저장소 한 켠에 독을 아예 묻어 김치도 넣고 무와 배추도 보관해 먹고 밤이나 땅콩등도 저장해 먹을 수 있다면 시골살이의 풍요로움은 더할나위 없을 것입니다.
또한 도시와 다르게 시골에서 사는 축복은 먹거리의 건강성일 것입니다. 된장이나 고추장 등 장류를 모두 사 먹지만 직접 담가 먹을 수 있는 기회가 된다면 그보다 좋을 순 없습니다. 시골로 향하는 많은 사람들이 양지바른 곳에 있는 장독대를 그리워하는 것은 고향의 정취이기도 합니다. 얼마 전의 시골 풍경을 보면 집을 들어서는 대문 한 켠에 조그마한 창고 건물이 있고 그 옥상 위를 장독대로 사용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운치는 떨어지지만 개량된 농촌주택의 보편화한 모습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이 모습마저 자취를 감추었습니다. 시골집에 어울리는 헛간 모양의 창고와 장독대는 내 손으로 만들어 볼 수 있는 생활의 필요 공간이며 전원주택의 맛을 더욱 살리는 또 다른 소품입니다.
■ 창고와 저장소 기능을 함께 할 수 있는 헛간(창고) 만들기
○ 먼저 집의 뒤 곁이나 텃밭 쪽으로 헛간을 지을만한 자리를 확보해야 합니다. 마땅한 자리가 없다면 출입 대문 전면에 옛 집의 외양간과 헛간 모양으로 배치하되 집의 모양을 고려하여 동일한 소재 선택으로 만들어도 좋을 듯 싶습니다. 도로변에 울타리 대신으로 뒤 벽을 두고 마당 안쪽으로 터져 있는 헛간 형태가 되는 것입니다. 한쪽이나 가운데에 대문 출입을 두면 마당 또한 일상적 생활공간으로 바뀔 수 있습니다.
○ 자리의 생김과 쓰임에 따라 길이와 폭을 결정합니다. 길이는 3~4m 정도, 폭은 1.5~2.5m 정도로 하면 무난합니다. 연장 보관 창고와 농작물 저장소, 독을 묻을 수 있는 공간을 모두 함께 만들고자 한다면 규모가 조금 커져야 할 것입니다.
○ 공간을 3개로 나눕니다. 칸막이를 할 수도 있습니다. 농기구나 연장 보관함은 문을 달지 말고, 농작물 보관소와 독을 묻는 저장소만 문을 달면 됩니다. 농작물을 보관할 수 있는 3-4단 정도의 수납장을 짜 넣고 한쪽엔 김장독용으로 3~4개의 크고 작은 독을 묻을 수 있도록 공간을 배치합니다.
○ 기초는 한 자(30cm)정도 땅을 파고 돌이나 시멘벽돌을 시멘 모르타르로 쌓습니다. 지표면에서 최소 20cm 정도 올라오게 합니다. 외부의 빗물이 넘치지 않게 하기 위함입니다. 벽체는 다양한 방식으로 할 수 있습니다. 물에 강한(일정정도 혼화제가 섞인) 흙벽돌 조적으로 벽체를 세울 수 있고, 아니면 30cm 정도 되는 통나무와 흙을 이겨 쌓는 집게벽 방식의 벽체도 운치가 있습니다. 돌과 흙으로 이겨 쌓는 돌담 방식의 벽체도 좋습니다. 아니면 각재로 틀을 짜고 안과 밖을 합판으로 고정한 후 칠을 하거나 핸디코트, 드라이비트로 마감해도 됩니다.
○ 지붕은 2×6(인치) 각재나 10cm정도의 원형 서까래로 지붕 모양을 잡습니다. 폭이 좁기 때문에 경가지붕으로 하여도 무방하고 할 수 있다면 용마루 지붕 선을 잡아 박공지붕 모양으로 만들면 됩니다. 일반적으로 아스팔트 슁글로 마감하는 것이 가장 경제적이나 조금 부지런하다면 지붕 합판위에 방수 시트만 깔고 가을에 손으로 벤 볏집으로 이엉을 엮어 올리면 운치가 더 좋을 듯 합니다. 참 나무를 쪼갠 너와를 만들어 올려도 어울릴 것입니다.
○ 창은 공간별로 작게 내 주는 것이 좋습니다. 굳이 알루미늄이나 하이샷시 등 창을 넣지 마시고 개구부만 뚫어 2×2(인치) 살을 세로로 서너 개 박아 넣고 겨울에는 비닐로 막아주면 됩니다. 문은 합판문으로 짜되 옛날 광문처럼 세로로 판재를 박아 모양을 내 주면 느낌을 살릴 수 있습니다.
○ 연장 보관 창고는 삽과 궹이 호미 등 농사용 도구를 보관하는 공간과 톱과 망치, 못 등 생활 도구를 보관하는 수납장을 구분해 주는 것이 좋습니다. 한쪽으로 씨앗 및 농약 등 아이들의 손이 닿지 않는 높은 곳에 필요한 수납장을 배치해 두는 것도 생활의 지혜입니다.
○ 마늘이나 시레기 등 매달아 둘 수 있는 저장소 기능이 필요하고 감자나 고구마 등을 보관할 수 있는 나무 박스 형태의 보관함을 짜 두시는 것도 좋습니다. 김장독은 겨울엔 김장 김치를 담는데 사용하고, 봄이나 여름엔 저장해 두고 먹을 수 있는 과일이나 채소 등을 보관하면 좋습니다. 너무 땅 속 깊이 묻지 마시고 항아리의 3분의 2 정도만 묻고 항아리 목 까지 흙을 채워두면 보온기능에는 지장이 없고 꺼내기는 쉽게 됩니다.
■ 장독대 만들기
○ 창고와 저장소 기능을 하는 헛간이 햇볕이 잘 들지 않는 뒤 곁에 있어야 한다면 장독대는 햇볕이 잘 드는 양지바른 곳이 좋습니다. 특히 주방에서 가까운 곳이면 더욱 좋겠지요.
○ 인공적인 냄새가 많이 풍기는 벽돌이나 콘크리트로 만든 장독대 보다는 판돌이나 강돌로 야트막하게 쌓아올려 만든 나지막한 모양이 안정감이 있습니다. 지표면에서 20~30cm 정도 만 높이고 그 테두리를 돌담처럼 둥그렇게 쌓아올리면 됩니다.
○ 장소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큰 독, 작은 독을 구분하여 두 개 덩어리로 장독대를 만들면 보는 즐거움을 크게 할 수 있습니다. 시각적 이미지를 높일 수 있습니다.
○ 장독대의 바닥은 판돌과 흙으로 평평하게 만들거나 콩 자갈과 모래 등을 섞어 빗물이 잘 빠지도록 하는 것이 좋습니다.
○ 장독대 주변에는 맨드라미나 채송화 등 꽃씨를 뿌려두어 장독대 자체가 하나의 조경 소품이 되도록 하면 장을 담그든 담지 않든 장독대의 운치가 더욱 살아납니다.
○ 장독대 옆으로 장독대를 만들고 남은 판 돌 등을 이용해 빨래 건조대를 놓을 수 있는 장소를 만들어 두시는 것도 생활의 지혜입니다.
* 이 글은 월간 농민신문사에서 발행되는 월간 전원생활 6월호 [작은 공간 하나로 달라진 우리집 - 전원 생활에 요긴한 창고, 장독대 만들기] 원고로 보낸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