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눈의 들보
“너는 어찌하여 형제의 눈 속에 있는 티는 보면서, 네 눈 속에 있는 들보는 깨닫지 못하느냐?” 오늘의 복음 말씀은 예수님의 남을 심판하지 말라는 가르침에 이어 나오는 구절입니다. 살면서 우리는 종종 다른 사람의 말과 행동을 심판합니다. 상대의 작은 허물과 미성숙함을 들추어내며 그의 단점을 짚어냅니다. 그러면서 상대방보다 내가 더 잘났다는 우월감에 우쭐함을 느끼며 만족합니다.
그러나 나 자신을 객관화해서 스스로를 판단하는 일은 말처럼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예수님께서도 이런 상황을 남의 눈에서 티끌을 빼 주겠다고 하지만 정작 자신의 눈에 들보가 들어 있음을 깨닫지 못한 어떤 사람에 대한 비유로 표현하십니다. 사실 눈은 우리 신체 기관에서 매우 예민한 곳 중 하나입니다. 미세한 혈관과 신경이 모여 이루어져 있고, 작은 티끌 하나만 들어가도 금방 불편함을 느낍니다. 그에 비해 들보는 티끌과는 비교할 수도 없는 큰 부피를 가지고 있습니다. 들보는 보통 집을 지을 때, 기둥과 기둥을 연결하며 하중을 분산시키는 역할을 하기에 들보가 작은 눈 안에 들어간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입 니다.
예수님의 비유는 그만큼 자신의 눈 속에 거대한 들보가 들어 있는 사람이 그것을 깨닫지 못하는 것처럼, 스스로를 객관적으로 판단하고 성찰하는 일이 쉽지 않음을 강조하신 것입니다. 눈에 작은 티끌만 들어 있어도 우리는 불편함을 느끼는 데, 하물며 들보가 들어 있다면 얼마나 불편하겠습니까?
그러나 그러한 불편을 느끼지 못할 정도의 상황이라면 내 생각과 주장이 얼마나 완고해진 상황이라는 말일런지요. 그래서 우리가 완고한 사람이 되지 않기 위해서는 우선 내 눈의 들보를 바라보아야 합니다. 이런 들보를 가지고 살면서도 전혀 불편을 느끼지 않았던 스스로를 인식해야 합니 다. 그리고 그 들보를 빼내야 앞이 밝아져 다른 형제의 티도 빼 줄 수 있습니다.
어떤 사람은 모든 상황을 경제적 가치로만 판단합니다. 나에게 이익이 되는지, 아니면 손해나 는 일인지에 따라 분간하지요. 다른 어떤 사람은 내가 사람 들 앞에 멋있게 드러나는지 그렇지 않은지만 바라보기도 합니다. 앞의 상황은 돈의 들보, 뒤의 상황은 자아라는 들보가 들어 있기에 그러합니다.
오늘 복음은 우리 눈에 들어 있는 들보를 바라보게 해 줍니다. 미처 인식하지 못할 정도로 완고해진 내 눈의 들보 는 무엇일까요? 그리고 들보를 들어내기 위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요? 바로 ‘말씀’이 우리 스스로를 깨닫게 해 줄 것입니다.
주님의 말씀은 언제나 거울이 되어 우리 스스로를 있는 그대로 비춰주기 때문입니다. 이번 한 주도 말씀을 자주 읽고 접하는 것을 통해 우리가 우리 눈의 들보를 인식 하고 용감하게 빼내어, 새로운 시선을 간직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 정수용 이냐시오 신부 / 가톨릭평화방송 · 평화신문 보도주간